어릴 적네가 겪었던 이상했던 경험에 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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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어릴 적네가 겪었던 이상했던 경험에 세이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세 살, 내가 그 집에 이사를 처음 갔을 때였다
장르 : 수필
참주제 : 어릴 적 내가 겪었던 이상했던 경험
세 살, 내가 그 집에 이사를 처음 갔을 때였다.
내가 갓난 아이 시절부터 옥탑 방에 살던 우리가족은 동생이 태어나 가족이 4명이 되었기에 좀 더 큰집을 알아보다 이사를 가기로 했다. 신길동의 방 2개짜리 반 지하, 습한 기운이 맴돌았지만 4명이 살기에는 정말 좋은 집이였다. 다만 옆 건물이 공사 중이라 집 안 전체는 그늘이 져 있었고, 화장실에는 곰팡이가 쓸 기 일쑤였지만 우리가족은 그래도 빛이 들어오는 창문이 하나 있으니 괜찮아! 라며 서로를 다독이며 새로운 집이 생긴다는 것에 마냥 기뻐했다.
이사 온 당일 밤, 엄마는 잠에서 깨자마자 거실에서 흰 옷을 입은 여자 두 명을 보았다고 했다. 당시에는 어두컴컴한 반 지하의 분위기와 아직 덜 깬 잠기운 때문에 헛것을 본 것이라 생각하고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일이 있고 어느 날 부터 나는 열두 시만 되면 가끔씩 자다 깨 악을 쓰며 울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어린애가 울다 깨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그냥 넘어갔지만, 유치원을 다니는 나이가 되어서도 난 ‘그 행동’을 반복했다. 그때쯤 나는 항상 같은 꿈을 꾸면 ‘그 행동’을 반복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부모님께서는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하셨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우리 빌라에 강아지가 생겼다. 강아지의 주인인 3층 아저씨는 곰돌이를 닮은 새끼 진돗개를 키웠는데 나는 그 진돗개에게 곰동이란 이름을 지어줬다. 나와 곰동이는 매일 같이 놀며 우리는 단짝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내 단짝친구는 더 이상 감당이 되지 않을 만큼 커지기 시작했고, 3층 아저씨는 곰동이를 마당에 묶어놓고 키우기로 하였다. 곰동이의 집은 우리 집 옆인 반 지하 화장실 외벽 바로 옆이 되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습한 기운이 감돌아 자꾸 곰팡이가 슬 던 곳 이였는데 곰동이의 집으로 꾸며지면서 완벽히 커버 되었다며 3층 아저씨는 기뻐했다. 하지만 그 이후, 마냥 순했던 내 친구 곰동이는 어느 순간 변하기 시작해 나를 못 알아보고 짖기 바빴다. 어린마음에 섭섭해진 나는 곰동이에게 사료 한 줌을 냅다 집어던지며 심술을 부리곤 했다. 둘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에 시간이 흐를수록 곰동이와 나는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이때쯤부터 나의 자다가 울며 깨는 ‘그 행동’은 낮잠 잘 때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안개처럼 뿌옇던 그 꿈의 형상은 점점 걷히기 시작했다. 그 꿈은 정신없다. 눈앞에 펼쳐진 잔디위에서 나는 친구와 놀던 중 갑자기 잔디가 푹 꺼지며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어둠의 끝은 어림잡을 수 도 없는 거대한 어느 공장의 톱니바퀴에 닿아있고, 나는 세차게 돌아가는 톱니 속으로 빨려 들어가 갈리는 순간, 잠에서 깬 나의 모습은 목이 터져라 울고 있었고 옆에서 주무시던 부모님께서는 왜 우냐며 나에게 화를 내고 계셨다. 날이 갈수록 걱정이 된 엄마는 나를 병원에 데려가 보았지만, 항상 약만 잔뜩 처방 받은 채 별 소용이 없었다.
내가 2학년이 되었을 때, 더욱 난폭해진 곰동이는 스스로 목줄을 끊고 도망을 가기에 이르렀다. 3층 아저씨는 목줄을 쇠사슬로 바꿔 보았지만 곰동이는 그 쇠사슬까지 끊고 우리 집 안으로 난입해 난리를 쳤다. 며칠 후, 곰동이가 사라졌다. 엄마가 말하길, 곰동이가 목줄을 또 끊고 이번에는 윗 층으로 올라가 2층 할머니의 다리를 물었다고 했다. 할머니는 곧바로 응급실에 실려 가셨고, 화가 난 3층 아저씨는 곰동이를 당장 팔아버리겠다며 개장수를 불렀지만 곰동이는 개장수까지 물었다. 당황한 개장수는 그 자리에서 곰동이를 힘껏 내리쳤고, 그렇게 곰동이는 떠났다. 그 날 나는 하루 종일 울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을까, 어느 날 내가 갑자기 동생에게 낮잠을 자자고 했다. 동생과 나 둘뿐인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집에서 이상하게도 난 그날따라 잠이 쏟아졌고 더 놀고 싶다던 동생을 억지로 눕힌 후 잠에 빠져들었다. 낮잠을 자던 동생은 신경을 긁는 시끄러운 소리에 깼다. 내가 울고 있었다. 동생은 ‘이 누나가 또 시작이구나. 엄마한테 얼른 전화해야겠다.’ 라고 생각하며 전화기 쪽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때, 난 벌떡 일어나 전화기로 향하는 동생을 붙잡고 전화하지 말라며 울부짖기 시작했고, 당황하는 동생을 마구 때리며 난동을 피웠다. 온 동네에 울려 퍼지는 울음소리를 들은 이웃집 아주머니가 오셔서 날 진정시켰다. 그렇게 다시 기절하듯 잠에 빠져들었다.
이 때 이후로는 내가 자다 깨서 우는 일이 거의 없어 한동안 평화롭게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내가 3학년이던 해 11월, 난 오랜만에 ‘그 행동’을 보였다. 세상이 무너져라 울부짖는 나에게 화가 난 부모님은 손을 들어 때리면서 ‘넌 도대체 몇 살인데 아직도 우는 거니?’ 라며 혼을 내자, 계속 울던 나는 소리를 지르며 ‘5살이야! 5살! 5살이라고!’를 반복했다. 그러다 느닷없이 냉장고를 가리키며 누가 있다고, 오지 말라고 핏대를 세워가며 외쳤다. 그때 엄마는 초점이 없는 멍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다 말없이 조용히 안아주셨다.
그 해 12월, 엄마는 갑작스레 가족들에게 이사를 가자고 말했고 우리 가족은 7년 동안 살던 집을 떠나 인천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엄마는 이사 간 이유에 대해 말해주셨다. 사실 곰동이가 죽고 내가 심하게 울기 시작한 이후로 엄마는 종종 가위에 눌렸다고 하셨다. 꿈에 자꾸 흰 옷을 입은 여자 둘이 나타나 섬뜩한 눈으로 가족들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사 가기 전날 꾸었던 꿈에 또 그 여자 둘이 나타나 죽일 듯이 나의 목을 비틀고 있었다. 엄마는 소스라치게 놀라 잠에서 깨 정신 차리고 보니 내가 울고불고 소리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집에 무언가 있다고 짐작만 하고 있었는데 이 꿈을 꾸고 난 뒤 이 집을 반드시 떠나야 한다고 엄마는 확신을 했다. 이사 간 이후로는 내가 울며 깨는 일은 없었고, 그때의 기억들은 꺼진 촛불처럼 희미해져갔다.
그 이후로 난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아주 잘 지낸다. 엄청났던 경험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둔해빠진 나는 별 생각 없이 단순하게 넘어갔기에 예전 일들은 금방 잊었다. 하지만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산책하는 강아지들을 만나면, 가끔씩 곰동이가 생각나곤 한다. 그렇게 친했던 곰동이는 왜 날 못 알아봤을까? 왜 갑작스럽게 사나워졌을까? 곰동이가 죽고 난 후 나는 왜 더욱 심하게 울고 자주 꿈을 꾸기 시작했을까? 곰동이도 그 집에서 내가 3학년 마지막 때 보았던 무언가를 보았을까? 이제 이 세상에 없는 곰동이에 대한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내 머리 속에 남아있는 곰동이에 대한 기억들을 이것저것 끼워 맞추어 보며 내 마음대로 추측만 해 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