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치유가 있는데 시 동피랑 마을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치유’가 있는 도시
- ‘동피랑 마을’ 중심으로
‘치유’
동피랑- 이명윤
어느 천사가 가난한 날의 등에 무수한 키스를 남겨놓고 떠났을까
골목담장마다 추억의 나무가 자라고 나뭇가지마다
천 개의 손이 열려 있는 동네
철부지 아이들이 시간 속으로 뛰어다니고 오색 물고기가
언덕을 타고 오르는 동네
집채만 한 꽃이 주인마냥 피어있고 큰 무지개가
온종일 걸려 있는 꿈같은 동네
무서운 용역대신 눈빛 선한 화가들이 다녀간 동네
망치대신 붓을 들고 세월의 고단함을 철거해 버린 동네
최루탄 대신 푸른 물감이 웃음으로 번져나가는 아름다운 하늘동네
친구야, 오늘은 동피랑 가자
포크레인으로 밀어붙이고 망치로 두들겨
사람도 울음도 그림자도 흔적 없이 사라져야
다시 동전 같은 눈을 뜨는 도시에서 누가 느닷없이
세월을 떠올렸을까
당신의 수많은 발자국을 품고 있는 골목과
이웃들의 왁자한 목소리를 기억하는 담장과
구멍가게 유리창에 껌처럼 붙어있을 유년의 눈빛과
가로등 밑에서 아직도 뒹굴고 있을 당신의 젊음을
누가 살짝
귀띔하였을까
담장에 수놓은 그림과 사투리와 낙서들이
노파의 고단한 무릎을 응원하며
영차영차 언덕을 오르는 하늘동네 동피랑 가자
왜 가난은 비탈길에 모여 사는지 철없이 묻지도 말고
어릴 적 꿈들이 별빛처럼 내려와 소곤거리고
오래된 골목이 해지는 줄도 모르고 뛰어다니는 곳
가난도 나이도 잊고 신혼의 꿈에 젖어 있는
우리 할머니 동네 동피랑 가자
삼십 년 혹은 사십 년 전 두고 온 당신의 시간을 찾아
바람도 웃으며 언덕을 오르는
벽화마을 동피랑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