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의 비평
분야
hwp1. 비평세대의 분화
전체 한국 문학 비평사의 흐름을 염두에 둘 때 1960년대 비평의 단계는 새로운 질서 혹은 권위의 형성기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60년대 비평의 성격은 새로운 비평 세대의 분화와 차별적인 문학 인식의 개진 과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평 행위를 담당하는 주체의 측면에서 60년대 평단은 전통과 권위를 구축하고 있던 구세대 비평가와 이에 저항하는 전후세대, 그리고 4.19세대 비평가의 경쟁 국면으로 특징지어진다. 당대 평단에서 이와 같은 경쟁 국면은 각 세대를 대변하는 개별 비평가들 간의 논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문학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1960년대 한국 문학평단에서 이들 각각의 세대가 보여주고 있는 인식의 차별성과 이에 근거한 비평 행위의 전개 과정은 다음과 같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 구세대 비평가
구세대 비평가들은 당대 평단의 전통과 권위를 대변하는 존재로서 변화된 시대적 조건에 대응하는 나름의 담론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자신의 권위를 유지하고자 했다.
1) 백철 : 종전 이후 남한 평단에서 소외된 존재일 수 밖에 없었는데 50년대 후반 신비평의 적극적 수용을 계기로 비평의 ‘과학성’을 내세우며 당대 비평담론의 중심에 서게 된다. 1960년대 백철의 비평은 근대 지향적인 계몽적 합리성에 의해 견인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신세대의 존재와 그 문학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문학론의 생산으로 연결된다. 전통론의 제기도 그러한 차원 위에 놓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백철 비평은, 구세대로서 그가 보여준 남다른 열정에도 불구하고, 그 인식의 깊이가 관념적인 계몽성의 차원을 벗어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분명한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2) 조연현 : 종전 이후 남한 평단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서게 된 인물로, 그의 명민함은 자신이 견지한 순수문학론의 한계를 알아차린 지점에서 이를 새로운 차원의 문학주의로 갱신해내는 데서 확인된다. 순수문학지 의 창간이 그러한바 그는 자신이 문학적 이념을 재정립함과 동시에 제도의 차원에서 구축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비평가로서의 권위를 재생산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2) 전후세대 비평가
전후세대의 대두는 기성 혹은 구세대로 대변되는 문학적 권위에 대한 저항을 의미했다. 이들은 종전을 전후하여 대학에서 정규 문학 수업을 쌓은 제1세대에 해당한다. 이들 세대의 비평가 집단은 4.19혁명을 전후하여 현실참여 문학론을 제기하는 데서 구세대의 권위적 문학 담론인 순수문학론에 정면으로 도전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196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지속되는 순수 · 참여 논쟁은 배제와 선양이라는 상호 간의 담론 전략이 동원됨으로써 비평 행위에 내재되어 있는 권력적 성격을 첨예하게 드러내고 있는 대목이다. 이 가운데서 이형기, 김양수 등의 순수문학 옹호론이 구세대 순수문학 담론을 전후세대의 의식 지평 내에서 재생산하는 차원에 놓여 있는 것이라, 전후세대의 참여문학론은 근본적으로 실존 철학의 지식 체계와 사회역사적 현실에 대한 인식의 심화에 뿌리를 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어령, 이철범, 김우종 등에 의해 제기된 앙가쥬망과 현실참여의 논리는 역사적 전망, 문학과 사회의 관련성에 대한 인식의 측면에서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와 사회’ 논쟁이 제기되는 1960년대 후반에 접어들어서야 한국적 상황의 특수성과 서구 이론에 대한 성찰적 의식이 동반됨으로써 참여문학 논의는 일정한 진전 국면에 도달하게 된다.
(3) 4.19세대 비평가
4.19세대 비평가의 평단 진출은 1960년대 중반 무렵부터 본격화하는데 이들 비평가 집단은 문학과 현실에 대한 일층 엄밀한 인식을 토대로 전세대 비평의 권위적 담론에 도전하고, 궁극적으로는 이를 해체하는 단계에까지 나아감으로써 새로운 평단 질서가 구축되는 계기를 이끌어내게 된다. 이와 같은 평단 재편 양상은 1960년대 후반기에 이르러 뚜렷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