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트 - 원칙과 융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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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원칙과 융통성
1. 원칙과 융통성, 경과 권
원칙은 중요하다. 보편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무엇을 선으로 볼 것인지, 무엇이 정의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매우 힘들 것이다. 이 보편법칙, 혹은 원칙이 바로 우리가 바로 ‘경’이다. 경은 날실, 혹은 조리를 뜻하는데, 날실은 옷을 짤 때 세로줄 실을 의미하며 베를 짤 때 세로줄을 먼저 걸어놓고 씨실을 짜므로 일의 기본이 됨을 의미하며, 조리는 사람의 상식으로 판단 가능한 본질적 원칙을 말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http://www.korean.go.kr/09_new/
하지만 복잡한 인간사에서 단순히 보편 법칙만을 진리로 여기고 그 외의 모든 것을 배척하여 고집한다면 그것은 합리적인 태도라고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융통성이 필요하다. 구체적 상황을 합당하게 조율하는 태도를 통해 지혜로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권’이다. 권은 저울추를 의미하는데, 따라서 권이란 움직임 가운데에 어떤 물건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균형을 잡도록 하는 것이며, 이 권은 변화하는 현실 사회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합리적인 균형을 찾는 역할을 한다. 원칙과 융통성의 조율. 이것은 어느 사회에서나 참 선을 이룩하기 위한 덕목일 것이다. 그 조율에 실패하였을 때, 최근의 ‘해운대 화재’의 경우처럼 고의와 과실이 없는 힘없는 환경미화원들에게 죄를 묻게 되고, 비합리적 처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철승, 「『논어』에 나타난 ‘권도(權道)의 논리 구조와 의미 - 주희와 왕부지의 관점을 중심으로」, 『제30차 중국학 국제학술대회-중국문화번혁기의 재조명』자료집, 한국중국학회, 2010년 8월 19일~20일, p95,97
2. 유학에 있어서의 경과 권도
원칙과 융통성의 조율에 따른 합리성은 “역동적이면서도 다양하게 펼쳐지는 구체적인 현실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하나의 불변적 원리만을 고집하는 완고한 태도나, 변화만을 중시한 나머지 그 변화 과정 속에 내재한 공통의 규율을 간과하는 현상주의적 태도 등을 합리적인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점에서, 공자와 맹자를 중심으로 하는 초기 유학자들 역시 경과 권도의 조율을 중요하게 생각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경과 권도의 유기적인 어울림을 통해 끊임없이 발생하는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여 건강한 사회를 조성하고자 했다. 이철승, 「『논어』에 나타난 ‘권도(權道)의 논리 구조와 의미 - 주희와 왕부지의 관점을 중심으로」, 『제30차 중국학 국제학술대회-중국문화번혁기의 재조명』자료집, 한국중국학회, 2010년 8월 19일~20일, p95
공자가 “함께 배울 수는 있지만 함께 도에 나아갈 수 없고, 함께 도에 나아갈 수는 있지만 함께 설 수 없으며, 함께 설 수는 있지만 함께 권도를 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는 점과, 맹자가 “남자와 여자가 직접 주고받지 않는 것은 예의이고, 형수가 물에 빠지거든 손으로 구해주는 것은 권도이다.”라고 지적했다는 점에서 유학에서의 권도의 유학에서의 의미와 현실 상황에서의 권도의 적용에 대한 본보기를 보여주며, 그들이 구체적인 상황에서의 합당한 조율, 즉 권도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었는지 알 수 있다. 이철승, 「『논어』에 나타난 ‘권도(權道)의 논리 구조와 의미 - 주희와 왕부지의 관점을 중심으로」, 『제30차 중국학 국제학술대회-중국문화번혁기의 재조명』자료집, 한국중국학회, 2010년 8월 19일~20일, p95
이후의 유학자들은 이러한 공자와 맹자의 권도관을 계승하며 각자의 관점을 정립해나갔는데, 한대와 위진남북조 시대의 학자들의 관점과 송대 주희의 관점, 명말청초의 왕부지의 관점에서 권도를 바라보는 관점이 제각기 다르다. 따라서 『논어』의 권도관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살펴보고 이에 관련된 토론 문제들을 논의하는 것이 이번 수업의 목표이다.
3. 권도의 개념과 논리구조, 의미
전통 유가철학에서 권의 기본적 의미는 저울인데, 전통의 동아시아 사회에서의 저울의 의미를 고려했을 때 저울이란 움직임 가운데 평형의 상태를 유지하여 균형을 맞추는 도구이다. 따라서 권이란 움직임 가운데 어떤 물건의 경중을 파악하여 균형을 잡도록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통 유학자들은 이 권을 경과 관련시켜 논한다. 경은 어떤 것을 규정하는 근거이며 준칙이고 원리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경은 가치 판단의 근거이며 기준을 의미하는 일정한 도리이다. 이러한 권과 경의 의미로 인해 학자들 사이에는 권과 경의 관계에 대해 의견 차이를 드러낸다.
3-1. 한대와 위진남북조 시대의 학자들
한대의 학자들은 경과 권을 일정함과 변화의 관계로 파악하였다. 이러한 견해는 이전 시대에 출간된 것으로 여겨지는 『춘추공양전』의 “권이란 무엇인가? 권은 경에 반한 이후의 선한 것에 있다.”라는 글에 의거한다. 이 말의 배경을 간단히 약술하자면, 정나라 장공에게 어머니가 다른 두 아들이 있었는데, 장공 사후에 첫째 아들이 왕위에 오른 것에 불만을 가진 둘째 아들의 집안이 정나라의 세력가인 제중을 납치하고 협박하여 제중은 둘째 아들을 왕으로 삼는다. 그 후 국정 혼란을 수습하고 둘째 아들을 추방하고 다시 첫째 아들을 왕으로 복위시키는데, 『춘추공양전』에서는 제중을 권도를 아는 현명한 신하로 평한다. 제중이 협박에도 꿋꿋하게 버텼다면 기존 질서는 무조건적으로 유지를 했겠지만 왕도 죽었을 것이고 나라도 망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 질서의 변화를 통해 왕의 생명과 나라를 보전하였으므로 그러한 새로운 방법의 수용을 통해 평화와 안정을 꾀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이철승, 「『논어』에 나타난 ‘권도(權道)의 논리 구조와 의미 - 주희와 왕부지의 관점을 중심으로」, 『제30차 중국학 국제학술대회-중국문화번혁기의 재조명』자료집, 한국중국학회, 2010년 8월 19일~20일, p98
한편 비슷하지만 다른 일화가 하나 더 있는데, 제나라 신하 봉추보는 포위되어 동맹을 맺어야 하는 상황의 제나라 군주 경공을 꾀를 내어 비슷한 복장을 한 자신이 대신하여 경공을 도망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춘추공양전』에 따르면 봉추조의 행위는 권도를 행한 것이 아닌데, 군주로 하여금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게 한 제중과 달리 군주를 치욕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위기 극복의 선구자가 되어야 할 지도자가 국민의 안녕과 질서를 외면하고 혼자 살기 위해 도망치도록 안내한 봉추보의 방법은 보편 법칙도 아니고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권도도 아니다. 결국, 『춘추공양전』에서 권도는 비록 구체적인 상황을 중시할지라도, 자유방임형의 상황윤리를 상정하지는 않는다. 고정된 원리로서의 절대 보편적인 경의 논리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분출되는 새로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권도의 논리를 따를 때에 비로소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철승, 「『논어』에 나타난 ‘권도(權道)의 논리 구조와 의미 - 주희와 왕부지의 관점을 중심으로」, 『제30차 중국학 국제학술대회-중국문화번혁기의 재조명』자료집, 한국중국학회, 2010년 8월 19일~20일, p99~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