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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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당신 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거기 당신
이 소설은 윤성희의 소설집 거기 당신?에 수록된 단편소설로, 10장 정도의 아주 짧은 소설이었는데, 간결한 문체 덕에 어려움 없이 읽어나갈 수 있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나’는 쌍둥이로 아버지의 바람과 달리 새해 첫 아이가 되지 못하고, 1워 1일 영시 삼십일분에 태어나게 된다. 나와 언니가 태어남과 동시에 어머니는 자식들을 안아보지도 못하고 죽게 되자, 아버지는 자식들을 데리고 집을 떠난 지 십년 만에 할아버지가 계신 고향인 D시로 가게 된다. 할아버지는 D시의 꽤 유명한 나이트클럽의 사장인데, 아버지에게는 7명이나 되는 배다른 동생들이 존재한다.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가게에서 일을 하고 매일 전날의 영업실적을 보고해야 했기에 늘 바빴으며 때문에 언니와 나는 둘이서 서로의 장난감이 되어 놀았다. 그 중 자매가 즐겨하는 놀이가 바로 ‘색깔 밟기 놀이’ 였는데, 이 놀이로 인해 언니는 오토바이에 치여 죽음을 맞게 되고, 후에 할아버지가 죽고 삼촌들이 유산 상속을 두고 싸우게 되자 아버지는 쪽지 한 장만을 남겨둔 채 집을 나가버린다. 그 후 세월이 흘러 아버지는 부산행 새마을호 기차 칸에서 죽게 되고, 나는 다니던 여행사를 그만둔 뒤, 아버지가 탔던 그 부산행 기차를 타고 오가다가 Q를 만나게 된다. 그 후 차례대로 찜질방에서 W와 고등학생을 만나게 되어 넷이서 함께 고등학생이 가진 보물지도를 보고 보물을 찾으러 가게 되고, 보물찾기에 실패하고는 함께 가게를 차리고 일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이 소설의 내용을 보면 다른 여성 작가들의 소설과는 다른 것을 알 수 있는데, 보통의 여성 작가들이 남성 중심의 근대적 사고를 벗어나 여성의 주체의식을 함양하고 여성의 정체성을 찾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면, 이 소설에서는 전혀 그런 점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즉, 이 윤성희의 소설 속 주인공은 다만, 어린 시절 가족을 잃고, 소외당하고, 상처받은 인물일 뿐, 여성의 정체성 및 주체의식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이 소설을 읽고 특히 기억에 남은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소설 속 등장인물과 작가의 명명법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을 뽑으라면 제일 먼저 작품 속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일 것이다. 작품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특정한 이름으로 나타나는 것이 보통인데, 여기서는 그것이 아니라 기껏해야 Q, W 등의 이니셜로 표현되며 또, 고등학생, 누룽지 할머니처럼 하나같이 그 존재감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주인공 나가 살았던 아버지의 고향 역시 D시로 표현하여 구체적으로 나타내지 않는다.
여기에서 의문점이 들었다. 왜 작가 윤성희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특별히 정하지 않고 단지 이니셜만으로 나타냈을까?
그 이유는 아마도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특별한 이름이 정해져 있는 그 누군가가 아니라, 어디선가 본 듯한, 주변화 된 인물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작가가 생각하기에는 이름이라는 것이 이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닌 것이다. 나, Q, W, 가출한 고등학생, 이들은 어찌 보면 하나 같이 가족의 상실을 겪고, 소외받고, 상처받은 인물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의 죽음과 맞바꾸어 쌍둥이로 태어나서 교통사고로 언니를 잃고, 자신을 버리고 집을 떠난 아버지는 부산행 기차 안에서 죽고, 가족 하나 없는 ‘나’, 지하철 기관사로 열차로 뛰어들어 자살한 여자의 눈빛을 잊지 못해 불면증을 앓다 직장을 그만둔 ‘Q’, 과거 유명 배우의 딸이지만 어머니가 배우로 유명하지기 전에 낳은 아이였기에 아무도 자신의 존재를 모른 채 잊혀진 인물로 살아가는 유령 같은 존재인 ‘W’, 그리고 가출한 ‘여고생’까지... 이들은 모두 삶의 주변으로 내몰린 소외받고 상처받은 고독한 인물들인 것이다.
2. 보물찾기와 공동체적 삶의 염원
나, Q, W는 가출한 여고생이 보여준 보물지도를 보고, 보물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그래서 깊은 산 속에서 보물을 짊어지고 오기 위해서는 기초 체력을 키워야한다며 매일 새벽 산을 오르기도 하고, 운전을 배우기도 하고, 트럭을 사는 등 모두 다 보물을 찾기 위해 준비와 노력을 한다. 그래서 드디어 다함께 보물을 찾아 나서지만 결국 보물을 찾지 못한다. 그들은 보물을 찾지 못하고 Q의 가게로 돌아오는데, 주방장이 음식 재료와 배달용 오토바이 등을 훔쳐 도망간 것을 알고는 Q가 바닥에 주저앉아 어린아이처럼 울자, W가 냉면을 시켜 자신의 특별한 매운 소스를 듬뿍 넣어서 다함께 먹는다. 이 때 나‘가 가게를 열어 Q와 W가 각각 만두와 냉면을 만들고, 자신과 고등학생은 서빙을 하자고 한다. 나중에 가게가 성공하여 고등학생은 대학에 들어가고 이들은 많은 돈을 벌게 된다.
여기서 그들은 보물찾기를 실패하고, 보물이라는 허영대신 다른 더 소중한 것을 깨닫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함께하는 삶’이다. 서로 각자가 상처받은 고독한 인물인 그들은 서로에게 이러한 점에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고 공동체적 삶의 방식을 발견하고 함께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아무리 가족의 상실을 겪고, 소외받은 자라고 하더라고 혼자 살아가는 사람은 없으며, 공동체적 삶의 염원은 인간 본질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들이 보물찾기에 실패하고 만두가게를 차리게 되는 것은 공동체적 삶의 방식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보물’이라는 것은 대단한 금은보화가 아니라 바로 ‘함께하는 삶’ 인 것이다.
제목을 듣고는 그저 ‘주인공들이 보물을 찾아나서는 내용인가 보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이 소설은 요즘 같이 개인적인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작품인 것 같다. 이 소설을 통해 진정한 공동체적 삶의 의미와 함께하기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