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hwp1. 들어가며
2. 우울과 애도
3. 「거상」: 나르시시즘이라는 필연적 실패
4. 나르시시즘이라는 애도의 전복성
1. 들어가며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의 시는 시인의 베일에 싸인 삶만큼이나 알 수 없는 상실의 감정이 주조를 이룬다. 상실의 대상은 그의 부침 많은 삶을 둘러싼 숱한 풍문이 일러주듯이, 가까운 이와의 이별일 수도 있고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정체성일 가능성이 있으며 예술적 성취와 인정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플라스의 시를 떠도는 우울의 정조라는 것은 세속의 이해와 우리가 영영 알지 못하는 ‘진실’ 사이의 낙차만큼이나 남다른 깊이를 지닌다. 우울은 우선적으로 자아의 대중없는 증폭을 가리키지만,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그러한 비합리성이 하나의 체계를 이룬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플라스의 시들에는 우울로 인한 파행과 자폐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 지극한 내부성은 자아로 매몰되거나 외부에 대한 적의를 분출하는 등 단순히 파괴적인 현상으로 그치지 않고 자기 인식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한다.
Plath, Sylvia. Collected Poems. Ed. Ted Hughes. London: Faber and Faber, 1981. [C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