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드리히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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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서양 철학의 전통과 가치관에 맞서 싸우면서 서구의 모든 가치를 전도하고 허물려 했던 니체는 20세기의 거의 모든 지적, 예술적 운동 어디에서나 부닥치게 되는 존재이다. 마르크스주의가 쇠퇴한 대신 니체 안에 있는 정치적 좌파의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부활했고, 실존주의자 니체와 해체주의자 니체가, 비합리적인 파시스트 니체를 뒤이어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넘어가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철학자로서의 니체가 등장했다. 페미니스트 니체와 포스트페미니스트 니체가 있는가 하면, 현대 사회를 감염시켜 도덕적 붕괴를 일으키고 있는 윤리적 상대주의에 대한 책임이 있는 니체와 계몽주의로 시작된 도덕적 허무주의의 극단에 서 있는 니체도 있다. 마지막으로 니체와 진지하게 연루된 이 모든 운동들 옆에 문화적 우상이 된 니체가 있다. 이처럼 니체는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니체에 대해 실제로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니체는 살아 있을 때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사람이었다. 니체 자신도 자신이 그토록 유명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또한 기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정신이 붕괴되자 그는 곧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반유대주의와 독일 민족주의의 원류로 우상화되었고, 20세기의 거의 모든 학문적 사조의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이 책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백여 년 동안 이루어진 ꡒ신성한ꡓ 니체와 ꡒ사악한ꡓ 니체라는 평가 사이에서, 설교하고 변호해야 할 교리가 아닌 한 사람의 개인, 능수능란하면서도 정력적인 예술가, 설득력 있는 통찰과 원리의 엄밀함을 갖춘 한 명의 철학자의 모습을 보여 준다. 어떠한 ꡒ주의ꡓ의 프리즘도 덧씌워지지 않은 니체 본연의 모습, 극도의 고독 속에서 육체의 고통과 싸우며, 20세기의 역사와 철학을 예견한 명민한 철학자 니체의 모습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