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김승옥의 무진기행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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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hwp2. 내용 요약
3. 감상평
내가 깨어 있을 때는 수없이 많은 시간의 대열이 멍하니 서 있는 나를 비웃으며 흘러가고 있었고, 내가 잠들어 있을 때는 긴긴 악몽들이 거꾸러져 있는 나에게 혹독한 채찍질을 하였었다.
우리는 김승옥 소설이 루카치가 규정한 ꡐ환멸의 낭만주의ꡑ의 소설 유형에 속하는 것임을 추론해 볼 수 있다. 환멸의 낭만주의를 다루고 있는 소설들은 내적 현실과 외적 현실 사이의 동일성을 실현하려는 삶의 시도가 실패로 끝난다는 것을 드러낸다. 루카치의 비유적인 표현에 의해 ꡒ영혼과 현실 사이의 불일치성ꡓ이라고 명명된 이러한 소설에서 내면적 현실[영혼]은 ꡒ외부세계와 갈등을 일으키는 상황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크든 작든 간에 그 자체 속에서 어느 정도 완결되고 내용적으로도 충만한ꡓ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내면적 현실이란 ꡒ외부세계에 대립하는 하나의 구체적이고 질적인 선험성(Apriori)ꡓ인 것이다.
그러자 나는 이 모든 것이 장난처럼 생각되었다. 학교에 다닌다는 것,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 사무소에 출근했다가 퇴근한다는 이 모든 것이 실없는 장난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사람들이 거기에 매달려서 낑낑댄다는 것이 우습게 생각되었다.
이러한 외부 세계의 무위성은 다시 말해 ꡒ현실이 그저 있는 대로의 물리적 객체로서 단순하게 체험되고 넘어가는 것ꡓ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외부 세계가 공포와 환멸의 대상이자 혼란스러운 것일 뿐이요, 그 안에 참여할 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는 김승옥 소설 인물들의 외부 세계에 대한 인식은 그들을 자기 세계의 추구로 향하게 한다. 제라파가 말한 대로 그들은 사회의 인습과 판에 박힌 틀에 동의하기보다는 차라리 그들 개성의 순수성을 은밀하게 실현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 세계의 의미와 한계에 대해서는 항을 달리 하여 논의하고자 하거니와, 김승옥 소설 인물들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이 자기 세계에 대한 집착과 추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