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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docII. 비어있는 기표로서의 ‘아일랜드 민족’
1. 역사적 구성
2. 잉글랜드라는 대립항의 존재
3. ‘아일랜드 민족’과 민족주의
III. 예이츠가 상상한 ‘아일랜드 민족’
IV. 결론을 대신하여
한반도에는 ‘한민족’이 산다. 그들은 그 땅에서의 오천년 역사를 자랑한다. 지금은 정치적으로 양분되어 있지만, 그들은 한반도의 허리를 가르는 철조망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하나의 민족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민족’은 누구인가? 그들 중 일부는 국가가 제공하는 학교라는 제도의 가르침대로 “한반도와 만주 일부에 살고 있는 종족으로, 한국어를 사용하며 공통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답하거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지만 설명하기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머뭇거린다. 그것이 무엇이냐고 되묻거나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하는 사람을, 적어도 그 땅에서는 만날 수 없다.
그러나 ‘한민족’은 역사적으로 최근의 특정한 시기에만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한반도는 세계에서도 드물게 동질적인 종족과 언어로 구성되며, 오랫동안 단일국가를 형성했던 지역이다. 그러나 민족이 인간을 분류하는 자연법, 즉 본질적인 정치적 운명이라는 생각은 신화다. ‘한민족’은 영원불변의 사회적 실체가 아니며, 대한민국이나 북조선인민공화국이라는 민족국가와 관련될 때 제한적으로 성립된다. 두 개의 한국 모두 단일한 민족국가의 형성을 한반도의 바람직한 내일로 본다는 점에서, ‘한민족’은 아직 완전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민족이 이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정치적 행위를 통해 ‘구성’된 것이라는 사실은, 아일랜드의 역사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잉글랜드를 비롯한 외부 세력의 침략과 이주가 본격화 되었던 12세기 이래 아일랜드의 인구는 다양한 기원과 종교를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단일민족에 대한 확신이 강한 한반도의 경우와는 달리 아일랜드에서는 누가 ‘아일랜드 민족’인가를 두고 다양한 세력이 서로 갈등을 벌여왔다. 일반적으로 민족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포함과 배제의 정치가 아일랜드의 경우 더욱 극적으로 전개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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