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hwp머리말
Ⅰ. 영국 산업혁명과 아동노동의 관계
Ⅱ. 아동노동의 실태
맺음말
머리말
구미 각국의 역사를 보면 경제발전 과정에 연소자들이 광범하게 고용된 사실이 두드러진다. 많은 경우에 있어 어린이는 노동공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였고 공업화 초기단계에서 흔히 과도한 노동으로 인간적 착취를 당하였다. 이러한 현상이 모든 나라에 공통적인 것인지 곳에 따른 정치, 경제, 사회, 인구적 요인에 기인하는 것인지는 단언할 수 없다.
산업혁명기의 영국사는 자본주의 발달사와 더불어 민중사 혹은 빈민사를 같이 보아야할 만큼 고통과 가난과 착취와 범죄의 시절이기도 하였다. 이런 시기에 아동들은 고용주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본이요, 노동력이었다. 산업자본의 발전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공급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 공장아동이야말로 산업화과정에서 가장 가혹하게 희생당한 존재였다는 견해가 많다. 물론 이러한 견해에 이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일부 연구자들은 공장아동이 전통적인 수공업분야에 종사하던 연소자들에 비하여 특별히 열악한 처지에 있지 않았고, 동시대의 고발문서, 그 중에서도 특히 새들러 보고서는 공장아동이 실태를 의도적으로 왜곡·가장한 것이며, 1833년 공장법 제정 이전에 이미 아동고용의 추이는 완화되고 있었다는 수정론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공장법의 영향 문제는 논외로 한다고 하더라도 수정론자들이 새들러 보고서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근거로써 자주 인용하는 1833년 공장조사보고서조차도 공장아동의 비참한 실태를 보여 주는 비교적 풍부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이 자료를 통해 아동노동을 실제로 광범위하게 나타났으며, 1780년과 1840년 사이에 착취의 강도가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근대적 의미의 노동법체계가 확립되기도 전에 산업노동자의 대열에 들어서기 시작한 연소자들은 열악한 작업환경 아래서 장시간의 노역에 시달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1) 이영석, 『산업혁명과 노동정책』, 한울, 1994, p. 288.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이래 영국 산업 혁명기에 사회사나 또는 공장법의 역사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들은, 동시대의 광범한 자료에 의거하여 공장아동이야말로 산업화 과정에서 가장 가혹하게 희생당한 존재의 하나였다는 데에 견해를 같이한다. 이영석, 앞의 책, p. 19, 재인용.
영국에서는 당시 이들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여, 기계화와 함께 미숙련 노동을 다량으로 요구하는 산업의 팽창에 있어서 연소노동의 저렴한 공급은 산업노동력의 거의 절반을 제공하였다. 과다한 노동시간, 엄격한 규율 등 지극히 열악한 노동조건하에서 이들 미성년자의 상태는 노예와도 흡사하였다. 19세기 초에는 관계, 학계 및 사회운동계를 막론하고 각종 증언집, 조사보고서, 팜플렛 등이 집적되었다. 이렇게 미성년노동이 사회에 문제화됨에 따라 의회는 대중의 요구에 부응하여 어린이의 공장고용을 규제하는 일련의 입법을 시도하였다. 연소노동자의 노동 상태와 이들 공장법의 결과에 대한 역사가들의 연구는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경제적, 사회적 인과관계에 대하여 오늘날에도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한 채 재해석에 재해석을 거듭하고 있다. 양동휴,「아동노동과 영국의 산업혁명」,『經濟論集』26-3, p. 288.
본고에서는 영국의 산업혁명에서 나타난 아동노동과 관계를 살펴보고, 이들이 당시 영국 경제에 미친 영향과 이들의 노동조건과 아동들의 인간적인 모습과 사회적 적응의 결과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Ⅰ.영국 산업혁명과 아동노동의 관계
18C말엽부터 19C초반에 걸친 영국의 산업혁명이 직물공업, 특히 면직공업에서 비롯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면직물 제조업은 그 재료의 성질상 기계화에 적합하고 제품수요와 요소공급이 있어 가격의 변화에 민감하여 각 공정에서 저렴한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일련의 기술혁신이 이루어졌다. 제니기, 수력방적기, 뮬 등 방적공정에서의 기술진보는 방직부문에서의 역직기의 발명을 자극하였고 이들 두 부문의 기계화를 기축으로 타면(打綿)등 준비공정과 표백, 염색, 날염공정의 기계화도 촉진되었다.
그러나 기계나 새로운 기술만으로 산업혁명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기존 생산양식에 대한 긴장이 고조되자 생산수단과 함께 생산조직도 근본적으로 변화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농촌의 유휴노동력을 이용하여 원료 및 도구를 대여하고 일정 기간 후 생산된 제품을 회수하던 선대제 공업으로서는 대량생산을 감당할 수 없었으며, 때문에 다수의 노동자를 한 곳에 모아 과업별 감독을 시행하고 규율을 강제하는 공장생산제도가 성립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공장제의 본질은 기계화 자체라기보다 규율이요, 노동을 지휘하고 통제하는 조직인 것이다. 선대제의 가장 큰 약점은 노동통제의 취약성에 있었으며, 18세기 초 농촌의 가내수공업자들이 일터를 공장으로 옮기는 데에 적극 저항하였음을 보더라도 우리가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대변혁의 혁명적 성격은 바로 생산조직이 변화에 있었음을 가늠할 수 있다.
이러한 생산조직의 혁명적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었다. 산업혁명기의 가장 천재적인 경영자들에게도 근로자들로 하여금 시간을 엄수하고 능률적으로 작업을 수행하게 하는 것에는 수십 년에 걸친 회유와 강제를 필요로 하였다. 이는 산업혁명전까지 인류가 자연과 조화된 불규칙한 생활의 리듬에 오래 익숙해 있었던 데 기인한다. 농업, 목축, 어로 등은 계절에 따라 일이 강도가 바뀌는 대표적인 생업이며, 농어촌에서는 아직 생활과 노동이 분리되지 않아 노동이 인간이 자기실현 형태의 하나였음을 보여준다. 공업에서도 일의 불규칙한 리듬은 장기간 잔존하였다. 기계화된 공장에서는 과업위주의 노동보다 동일한 시간에 상호 조정된 규칙적인 노동이 필요하였으므로 이러한 불규칙한 리듬을 혁파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자본가계층 특히 공장주들의 시간관념을 불어넣기 위한 노력을 감리교와 복음주의 등 종교적 계몽, 교화와 공장세어의 각종 금전적, 신체적 강제 등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대응하여 노동자계층은 기계파괴운동, 태업 등으로 저항하였다. 그러나 세대가 교체되면서 노동운동도 규칙적인 노동 리듬의 한계 내에서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는 운동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서 19세기 후반에 오면서 聖월요일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와 같이 충동적으로 일하는 것이 본능인 인류로부터 정확하고 능률적인 산업노동자계층을 형성하는 일은 여러 세대에 걸쳐 이루어졌던 것이다. 양동휴, 앞의 책, pp. 289~290, 재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