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과학 젊은 예술가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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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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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
젊은 예술가의 초상
소설가의 작품을 그의 인생과 유리시켜 생각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제임스 조이스만큼 그의 삶의 조건들이 작품 속에 치열하게 나타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조이스가 그의 생애를 통해 가장 집착하던 문제는 바로 조국인 아일랜드의 현실이었다. 1534년 이후 400년 가까이 지속된 영국의 식민 통치, 조이스 당대에 진행되던 격렬한 독립운동, 카톨릭 교회의 강한 지배력. 조국의 현실은 그에게 헌신과 봉사를 요구하였으나 그의 대응은 획일적인 애국주의에 대한 거부로 나타났다. 조이스가 『더블린 사람들』을 출판하면서 "나의 의도는 내 조국의 도덕사 한 장을 쓰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배경으로 더블린을 선정하였는데, 나에겐 이 도시가 마비의 중심지로 보였기 때문이다"고 선언했던 것도 조국의 현실에 대한 그의 이와 같은 태도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에서 끈질기게 제기되는 "책임의 문제"는 바로 삶의 외면적 상황에 대한 작가의 대응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블린이 그에게 마비의 중심지였듯이 가족과 사랑에 대한 책임, 신과 종교에 대한 헌신, 그리고 조국에 대한 충성의 의무는 그의 자유 혼을 억압하는 덫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작품의 주인공이 그 억압에서 벗어나 예술의 사제가 되기로 결심하는 모습은 한편으로, 객관적 진리를 판단하는 가치체계가 허물어져 버린, 절망과 혼돈의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한 젊은 지성의 몸부림이기도 하다.
은 스티븐 디달러스라는 조이스의 분신이 유년기에서 소년기를 거쳐 성인 세계로 입문하면서 겪는 내면적 갈등과 정신적 성장, 그리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 그 사회가 자신에게 요구하는 역할과 그 세계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깨닫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자서전적 소설, 또는 교양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론 제임스 조이스 자신처럼 주인공 스티븐이 예술가로서의 천직에 대한 자각을 얻기까지의 경로를 그렸다는 의미에서 예술가소설이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쯤되면 눈치 빠른 독자들은 벌써 이라는 제목에서 이 소설이 나아갈 방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아직 미숙한 예술가(as a young artist), 그것도 특정 예술가가 아닌 그 시대의 보편적인 예술가(‘the artist)의 성장 과정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는 사실을.
주인공 이름인 스티븐 디달러스는 기독교 최초의 순교자인 스테판과 희랍신화에 나오는 다이달로스에게서 따온 것이다. 예수와 동시대인이었던 스테판은 자신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돌에 맞아 죽임을 당한 최초의 순교자였으며 미노스왕을 위해 미궁을 만들었던 다이달로스는 미궁의 비밀을 지키려는 왕에 의해 자신이 만든 미궁에 아들인 이카로스와 함께 갇히게 된 장인이었다. 다이달로스는 자신의 기술을 이용하여 날개를 만들고 이를 밀랍으로 접합하여 탈출을 시도하는데 그의 아들은 너무 기쁜 나머지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태양 가까이 비상하다가 밀랍이 녹아 버려 바다에 추락하는 비극을 맞는다. 이에 따라, 작품의 주인공 스티븐 디달러스에게는 순교자 스테판과 장인 다이달로스, 그리고 불굴의 도전 정신을 지닌 이카로스의 모습이 상징적으로 내포되어 있다. 다이달로스의 기술과 장인 정신은 그가 추구하려는 예술 혼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태양을 향해 비상하던 이카로스와 순교의 신앙인 스테판은 예술을 향한 그의 정열과 미의 순교자가 되려는 의지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을 속박하는 가정, 종교, 사회, 국가의 그 물을 뚫고 비상하여 탈출을 시도한다. 그리하여 스티븐은 가족, 가톨릭, 학교, 사랑, 죄의식, 감각, 언어, 미, 문학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의 자기 인식을 통해 자아 형성을 도모하게 된다. 즉, 스티븐이 예술의 사제가 되기 위해 자신을 구속하던 공간을 탈출하여 자유의 세계를 향해 비상함으로써 그의 이름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이름에 대한 상징성은, 주인공이 작품의 말미에서 날개를 달고 비상하려는 염원을 다이달로스에 대한 기원으로 표현함으로써 거듭 확인된다.
April 27. Old father , old artificer, stand me now and ever in good stead.
이름에 대한 상징 외에도 이 작품 내에는 주목해야할 재미있는 상징이 두 가지 등장한다. 첫 번째 상징은 바로 ‘소’이다. 전통적으로 희생이나 모성을 상징해왔던 소(mowcow)에, 작가는 ’예술적 창조력‘이라는 새로운 상징의미를 부여한다. 이에 더하여, 스티븐이 성장해감에 따라 소의 이미지는 우유를 주면서 잠자리를 함께 할 것을 제안하는, 아일랜드 시골 여자의 요부같은 이미지로 변하는가 하면, 종반엔 어린 것을 먹는 자로서 스티븐의 비상을 가로막는 덫과도 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즉 작품 초반엔 긍정적인 이미지로 등장했던 소는 후반부로 갈수록 ’스티븐을 옭아매는 조국 아일랜드의 족쇄’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변모해간다. 이와는 대조적인 것으로 ‘새’의 이미지가 있다. 작품 초반에 독수리는, 위협자 또는 권위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4장에서 스티븐의 에피파니(주인공이 경험하는 갑작스러운 정신적 발로(revelation) 또는 계시 (manifestation)를 야기시키는 이미지)로서 등장하는 해변가의 ‘새 같은 소녀‘는 스티븐이 세속의 미를 발견하고 예술의 순교자가 되기로 마음을 굳히도록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그의 이름의 신화적인 의미에서 보았듯이, 스티븐의 이름에 내포되어 있는 이카로스와 다이달로스는 날개를 가지고 새처럼 하늘을 날았던 인물들이다. 따라서 ’새‘는 종국엔, 탈출과 자유의 상징적인 의미를 제시하게되는 것이다. 즉, 새의 이미지는 작품이 진행됨에 따라 부정적인 의미에서 긍적적인 의미로 점차 전환된다.
의 줄거리는, 단지 거대한 모자이크를 멀리서 보고 발견하는 밑그림의 윤곽과 같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독자의 독서 행위 자체는 수 천 조각의 퍼즐을 맞추는 작업과 같이 대단히 혼란스러운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조이스가 이 작품의 서술 양식을 현대 소설의 형식적 특징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는 "의식의 흐름" 기법을 통해 전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의식의 흐름’ 기법은 현대 정신분석학에서 유래된 용어로서, 한 인간의 마음속에서 진행되는 사고의 자유로운 연상 작용을 의미한다. 19세기 위대한 소설의 시기 동안 소설가들은 사실주의의 전통에 입각하여 등장 인물의 외면적인 모습과 행위를 치밀하게 묘사함으로써 그의 실재에 접근하려 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동안 이룩된 다양한 인식론적 업적(특히, 시간의 새로운 개념에 대한 베르그송의 철학적 고찰)은 서구의 지식인들에게 인간의 존재론적 의미에 대한 새로운 각성을 가져다주었고 이러한 각성을 바탕으로 소설가들은 작중 인물과 삶에 대한 새로운 서술 양식을 궁리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는 일직선으로 정렬되어 단락적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며 인간의 의식은 연상의 고리(인접성, 유사성, 인과성)를 따라 과거의 기억과 미래에 대한 소망으로 유동하며 투영되고, 또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어 교차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의 흐름 기법은 이 소설이 스티븐의 성장 과정에 초점을 맞춘 예술가적 성장 소설이라는 점, 그리고 그의 독립과 탈출과정은 그의 ‘내면적 심리’ 과정의 치열한 묘사을 통해서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았을 때, 작품에 매우 효과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스티븐의 성장 과정은 언어의 발달, 외계에 대한 인식, 사물에 대한 사고, 문학적 수양, 학문적 축적 등 의식의 세계가 확대해 나가는 것으로 표현된다. 따라서, 주인공의 의식 변화와 자아 형성과정을 보다 정밀하게 묘사하는 것이 관건인 이 소설에서, ‘의식의 흐름’이라는 소설 형식의 기법이 갖는 의의는 더욱 크다. 어린 주인공은 자기 환경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가정과 학교, 자기가 속해 있는 종교, 그리고 자기가 처해 있는 사회 (특히 정치) 에 차츰 눈 떠 가면서 자아를 키워 나가는데, 그가 지극히 내성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소설의 대부분은 외면적 사건이라기보다 그때 그때의 에피소드가 주인공의 내면에 던져 주는 미묘한 움직임의 뉘앙스를 잡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외부의 경험에 대한 객관적 묘사가 소설의 진행에 따라 차츰 내면으로 침체해 들어가는 주관화의 과정을 밟는다. 주인공 스티븐은 성장해 가면서 자기가 사랑하는 것들을 하나 하나씩 버려나가고, 그것이 가정과 교회와 친구와 애인, 그리고 조국으로까지 발전하면서 그 자신, 예술의 신에게만 봉사할 수 있는 미의 사제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매우 현대적인 의미의 예술가의 신앙고백 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의 5장에서 작가는 주인공 스티븐의 입을 통해, 그의 예술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그는 미의 형식을 세 가지 -서정적, 서사시적, 극적 형식-로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극적 형식을 가장 뛰어난 형식으로 인정하고 있다. 예술가의 개성, 즉 예술가 개인적인 목소리가 가장 정제되어 나오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제임스 조이스 뿐 아니라 모더니즘이 추구하는 입장이기도 한데, 예술가의 개성은 작품 속에서 스스로 자취를 감추고 마치 천의무봉의 경지에서, 전지전능한 신같은 존재로, 작가는 작품 표면에 드러나서는 안된다는 몰개성(impersonality)의 상태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