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hwp-독일의 여성운동을 중심으로-
I. 들어가는 말
-‘여성운동’의 개념 및 발표의도
인간의 역사는 진보를 추구하는 인간의 창조적 행위와 노력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계급 사회의 발생 이후 고대 노예제 사회로부터 중세 봉건사회를 거쳐 현대의자본주의 사회에 이르기까지 인간사회의 변화는 억압과 착취에 대한 끊임없는 저항과 투쟁의 노력을 통해 진보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여성운동 역시 이러한 노력의 과정 하나이다.
여성운동은 한 성(性)에 의해 다른 한 성(性)이 일방적으로 억압되어 온 것에 대한 저항과 해방을 지향하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 하에서 보면, 여성운동의 목적은 남성을 대리자로 여겨 남성을 정복하고 탈취하자는 측면의 운동이 아니라,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성을 고발, 폭로하고,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인간이며, 인간으로서의 해방을 추구하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본 발표에서는 이러한 세계적 여성운동의 흐름에 대해 개괄적으로 살펴보고, 특히 독일의 여성운동과정과 독일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 등을 자세히 들여다봄으로써,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돕고자 한다. 또한 우리나라 여성운동 및 여성의 사회적 위치 등의 비교를 통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발전시켜 나가야 할 여성운동의 방향과 과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자 한다.
II. 여성운동의 역사적 전개 과정
1. 세계 여성운동의 뿌리 (제 1기 여성운동)
서구에서 여성이 자신에게 가해지는 억압을 인식하고 스스로의 권리를 제기하게 된 것은 대체로 18세기~19세기 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여성운동의 출현에 큰 영향을 준 요인으로 자본주의의 출현을 들 수 있다.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인해, 일차적으로 자본주의 산업화과정에 노동자로 편입하게 된 남성에 뒤이어 여성도 점차 자본주의 산업노동에 종사하게 되며, 이러한 자본주의적 생산노동에의 참여는 여성이 집단으로서 노동자의식을 자각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여성들이 집 밖으로 나와, 다른 여성들을 만나면서 억압에 대한 공동의 이해와 공통점을 찾는 계기가 되었고, 그들에게 단결된 힘의 필요성을 일깨우게 한 현장이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영국의 시민혁명, 1789년의 프랑스 혁명을 위시한 정치적 혁명은 여성을 자각하게 하는 큰 계기를 마련한다. 또한 당시 사회에 유행했던 종교주의적 도덕 지향성, 계몽 사상과 영국의 시민혁명, 프랑스 혁명 등의 자유주의 사상, 초기 사회주의자의 사회주의 사상들도 여성운동의 출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여성운동은 프랑스 오라브 드 구쥬의 (1791), 영국 메리 윌스톤 크래프트의 (1792), 독일 힛펠의 (1792) 등에서 그 시원을 찾을 수 있으며, 미국의 경우는 1830년대 당시 미국 반노예협회에 참여했던 20명의 여성 지도자들의 서명이 선언문에 배제된 것에 항의하여 독자적으로 여성 반노예협회를 결성한 것이 기점이 된다. 이후 세계 여성의 연합을 목표로 하는 가 결성됐다. 1888년에 워싱턴에서 미국과 유럽의 여성들이 모여서 결성한 이 단체의 창립회의에서 이들은 여성해방이 여성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포명했으며, 여성해방은 또한 남성해방이라는 것을 주장했다. 한편, 20세기 초반 1기 여성운동기가 지나고 여성운동은 침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세계적 공황과 파시즘의 등장, 그리고 2차대전의 발발 등 정치,경제적 상황의 악화는 이전의 진보적 사회운동이 목소리들을 잠재웠으며, 이런 세계사회의 불안 속에서 여성운동 또한 침체하고 만 것이다.
제 1기 여성운동은 이념적 측면에서 자유주의 여성운동이 주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당시 여성운동은 여성이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배제당해 참정권이나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에 주목하면서, 여성이 남성과 똑같은 인간이자 시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을 펼쳤다. 이것은 여성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게 배려된 정책과 사회적, 법률적 개혁을 강조했지만, 여성문제에 대한 철저한 인식이 없었고, 소수의 중산층 여성을 중심으로 한 개인주의적 접근에 치중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한편, 마르크스주의적 여성운동도 있었다. 여성해방이 사회진보의 척도이며, 여성억압은 가족제도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여성을 해방하기 위해서는 가족이 담당해 온 여러 기능을 사회화해야 한다는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의 문제제기를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자신들의 논리로 재구성했다.
이 당시 여성운동의 특징은, 일반적 사회 운동에 포섭되었던 ‘여성들의 운동’이 많았다는 것이다. 여성 독자적인 이슈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봉건성 철폐운동이나 계급해방운동, 민족독립운동의 범주 속에서 각각의 투쟁 목표를 위해서 싸웠고, 그 투쟁의 성과도 직접적으로 여성에게 돌아오기보다는 여성이 포함된 집단에 귀속된 측면이 많다. 또한, 여성들의 독자적 목소리를 강조한 운동이라도 ‘남성과 다른 차원의 여성’을 강조했다기보다는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주장하는 운동을 펼쳤다. 그래서 여성운동의 목표 또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가에 맞추어졌다. 자유주위 여성운동이 남성과 동등한 선거권과 참정권 획득을 목표로 했다면, 초기 마르크스주의 운동은 여성이 남성과 동일하게 가정과 가사노동에서 해방돼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러한 전략은 여성들이 지닌 고유성을 사상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여러 측면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 밖에 없는 여성들의 실제 생활은 이러한 ‘무차별적 동등성 논리’ 속에서 상당한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