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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자크 아탈리의 『21세기 사전』(1998)은 ‘에콜로지Ecology’에 대해 “환경에 대한 사람의 의무 이론적 근거: 에콜로지에 따르면 사람은 모두 자연에 기생한다. 하나의 이데올로기 그리고 종교가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고 풀이한다.
에콜로지는 생태계에 대한 학문 곧 생물과 환경과의 연관을 살피는 과학의 이름이지만, 이제 그것은 환경주의라는 이데올로기와 거의 동의어가 되고 있다. 다시 말해 에콜로지는 생태학에서 생태주의로 바꿔 가고 있다. 지구 생태계 전체를 하나의 집으로 파악하는 이 논리는 집(에코)을 지배하는(노모스) 기법으로서의 에코노미(경제학)와 자주 맞서게 되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에콜로지가 기술문명에 대해 드러내는 적의(敵意)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적 생태론자인 영남대 김종철 교수에 따르면, “기계론적 우주관과 선형적 진보 사관에 의지하여 전개되어 온 지난 수세기의 근대 과학기술의 성과는 인류의 파멸까지도 배제하지 않는 지구 생태계의 대재난을 초래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해 왔다.”
에콜로지는 에코노미와 기술문명이 사랑하는 효율을 경멸한다. 급진적인 생태론자들은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자동차도 거부한다. 그들에게 테크놀로지는 ‘나쁜 요술’이다. 그들은 불소를 탄 수돗물도, 유전자 변형 식품도 거부한다.
그것들은 인위(人爲)이기 때문이다. 생태론자들의 이상은 자연과의 합일이다. 그들의 세계관에는 도가적(道家的) 사고가 많이 들어있다. 그들이 보기에는 프리츠 슈마허의 책 제목 에 드러나는 것처럼 ‘적게 만들어서 적게 먹고 적게 쓰는 삶’, ‘자연의 리듬에 맞추어 느리게 게으르게 사는 삶’이 그들의 이상이다.
에콜로지가 사랑하는 빛깔은 녹색이다. 에콜로지의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는 지구에 녹색을 돌려주는 것이다. 그 녹색은 녹색당이라는 정당의 이름에서부터 그린피스라는 환경운동 단체의 이름에 이르기까지 에콜로지의 상징적 빛깔이 되었다. 에콜로지는 선전(善戰)하고 있는 것 같다. 녹색 이미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고, 누구도 공개적으로 반생태론을 외치지는 않으니 말이다.
환경운동의 역사는 한 세기가 넘는다. 1886년에 결성된 오더번 협회나 1892년에 결성된 시에라 클럽은 초창기의 미국 환경운동 단체들이다. 물론 이들 단체가 20세기 후반의 급진적 생태론자들처럼 지구 생태계 전체에 마음을 쓰며 에코토피아 곧 생태론적 유토피아를 구상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들 주위의 야생지와 야생생물에 마음을 쓰며 소박한 자연보호운동에 주력했다.
충남대 박재묵 교수의 「미국 환경운동의 전개 과정」(『사회와 역사』56집)에 따르면 자연보호운동은 크게 두 흐름을 지니고 있었다. 하나는 존 뮤어를 중심으로 한 보존주의자들(preservationists)이고, 다른 하나는 기퍼드 핀쇼트를 중심으로 한 보전주의자들(conservationists)이다.
보존주의자들은 자연이 그 자체의 가치 때문에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보전주의자들은 자연이 인간의 사용을 위해서 적절히 관리되고 보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존주의가 ‘인간으로부터의’ 보호를 주장한 반면에, 보전주의는 ‘인간을 위한’ 보호를 주장한 것이다. 이 보존주의와 보전주의는 오늘날의 환경 운동의 두 흐름인 생태중심주의와 인간중심주의를 투박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