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 게바라 평전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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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체 게바라 평전을 읽고
독서량이 현저히 줄었다. 때문인지 글에 대한 애정은 줄어만 갔고, 이젠 글에 대한 두려움마저 싹트기 시작한다. 학업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어 볼 만도 하겠지만, 어쩐지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부지런하지 못한 나 자신을 탓할 뿐, 무슨 변명을 할까 싶다. 낭만은 이제 나를 떠나 버렸다. 파랑새의 꿈을 가진 시계가 되어 보려 했는데, 이젠 파랑새는 날아가 버리고 꿈마저 제시간에만 울리는 뻐꾹 시계가 된 것 같다.
문득 커피숍에 앉아 책 한 권을 읽어보고픈 욕망이 마음 한 곳에 자리 잡았다. 책한 권에 하룻밤을 어둠과 함께 보내고 싶은 맘에, 너무도 깊어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어둠 속에서 그렇게 보내고 싶은 적이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딱히 말하기는 힘들지만, 아니 어쩌면 평범한 일상을 잠시라도 잊고 싶은 바람이 아니었을까? 시계같이 똑같은 시간, 똑같은 곳에 있는 나의 일상을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은 욕심이었다. 근데 왜 체 게바라인가? 오랜만에 읽는 책인 만큼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혁명가의 일생이나 한번 그려보고픈 생각이었을까? 아니면 그의 사진에서 풍기는 강한 매력 때문이었을까?
체 게바라의 얼굴에는 마력이 있다. 무서운 눈매, 짙은 눈썹에 거친 턱수염, 오뚝한 콧날은 지적인 이미지를 한껏 풍긴다. 매력적인 웃음에 인간미가 넘친다. 엄청난 독서량으로 얻은 학식과 전직이 의사였던 만큼, 전쟁에 참가한 무사로서의 이미지 보다 엘리트로서 산뜻한 풍이 그에게서 느껴진다. 만약 베레모를 쓴 제임스 딘이라고 불릴 만큼 잘생긴 외모가 아니었다면, 그가 오늘과 같은 유명세를 얻지 못했을 것 같다. 쿠바 혁명을 그릴 때면 항상 등장하는 그의 베레모 쓴 모습. 그 유명한 사진 한 장이 없었다면, 오늘날 혁명의 대명사로 불릴 수 있었을까? 체 게바라를 만나지 않은, 그의 철학을 접하지 않은 이들은, 단순히 체를 게릴라 대장이란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물이라 평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그가 만약 전쟁 광(狂)이요, 단순히 게릴라 대장이었다면, 오늘의 체 게바라는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어울리지 않은듯한 단어인 전쟁과 낭만, 폭력과 철학, 무엇보다 그는 불가능한 꿈을 지닌 리얼리스트였다.
장 코르미에가 지은 체 게바라 평전은 그가 10년 동안이나 준비한 것이라 한다. 책은 처음부터 체의 일생을 그려 나간다. 그의 성장과 사상을 제 삼자의 입장에서 담담하게 서술한다. 한 인물의 일생을 아무런 수식어구나, 시적인 표현 하나 없이 “서술해 나간다.”라는 것도 힘들겠지만 그것을 읽어 나가는 독자도 지루하다. 중반에 접어드는 그의 일생은 반복되는 게릴라 활동에 더 나아가기가 힘들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나름대로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 전반부에서 느꼈던 지루함은 후반부에서 더 진한 감동으로 밀려들어온다. 한 혁명가의 삶과 그의 죽음 앞에 숙연해지는 나를 발견할 때, 체의 삶은 그리운 추억을 상기하듯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의 삶이 너무도 진실한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에 맛볼 수 있는 감동이 아닐까 싶다. 책 앞의 사진 마지막 면을 장식하고 있는 그의 임종은 한 혁명가의 죽음이라 보다는, 한 사상가의 죽음, 아니 붉은 교도라 불리는 공산주의 혁명의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보는듯한 표현하기 힘든 마력에 휩싸였다.
체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부족함이 없는 소년기를 보냈다. 그는 24살 때 남미 전역을 오토바이로 일주하기로 결심한다. 의사로서 나병 환자와 함께 지냈으며, 시간만 나면 독서에 매진했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고통받는 이들과 부조리한 사회 현실을 목격하게 된다. 여행에서 목격한 참상은 체를 혁명가의 길로 이끈다. 부조리한 사회에 반발하여, 반정부적 성격을 가진 단체에서 활동하고, 그곳에서 카스트로를 만나고, 그의 권유로 쿠바로 떠난다. 쿠바 혁명의 시작이다. 쿠바에서 은행 총재, 재무 장관, 외교관, 무엇보다 혁명의 게릴라 대장을 맡으며 자신의 꿈을 키워간다. 그는 ˝우린 전쟁광이 아니다. 다만 그래야 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전쟁을 위해서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조리한 현실에 고통받는 이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게릴라 대장이 된 것이다. 체는 전쟁 속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찾아 나선다. 독서와 음악으로 시간을 보내고, 사진 찍기를 좋아하여 쿠바의 자연을 한 컷에 담기 위해 숙소 주위를 돌기도 했으며, 항상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썼다. 그가 전쟁 속에서 찾아가는 새로운 가치들은 마음속 잔잔한 여운으로 느껴졌다. 쿠바의 혁명 영웅은 1962년 탄알 소리와 함께 눈을 감는다. 정의와 진실을 너무도 사랑했던 고귀한 정신의 소유자는 작전 실패로 사로잡힌 뒤 그렇게 죽어갔다.
체는 죽어서도 30년간 눈을 감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죽어서도 뜬눈으로 무엇을 보았을까? 무엇을 위해서 젊음을 바치고 일생을 바쳤을까? 그리고 무엇을 이루었을까? 그가 말한다. “꿈을 꾸되, 리얼리스트가 되라!” 그만큼 낭만주의자였음에도 전투에서는 냉정했고 정확했다. “현실을 받아들이되 꿈을 잃지 마라! 그리고 그 꿈은 불가능한 것일수록 좋다. 언젠가 이룩될 것이니까!”
체는 타인의 삶을 사랑했다. 나병 환자, 가난에 물든 거지(乞人), 그는 그들에게 희망을 주려 했고, 그들의 삶을 살고, 이해하려 했다. 혹자는 그를 꿈과 이상만 가득하고 현실은 없는 자유분방한 무정부주의자라고 평한다. 하지만 내가 만난 체는 사랑의 눈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구제해 주는 그리스도였다. 그가 투쟁한 것은 진실을 얻기 위해서였다. 진실을 외면하고 모순 속에 가려진 진실을 찾기 위해 투쟁한 것이다. 희망, 꿈, 사랑, 진실, 리얼리즘, 그리고 휴머니즘. 그가 추구했던 사회에 던진 화두는 전쟁을 통해서라도 이루려 했던 것들이다.
체는 지금도 눈을 뜨고 있다. 나도 뜨고 싶다. 크게 저기 노려보고 있는 체의 눈보다 더 크게....... 그리고 주위 날 감싸는 이 공기부터 저기 어둠 밖 작은 불빛까지, 저 멀리 아니 더 멀리 세상 저 편까지 골고루....... 그리고 느끼고 싶다. 나의 꿈은 무엇인지, 난 지금 꿈을 꾸고 있는지, 그리고 난 리얼리스트인지, 얼마나 진실한지, 저세상은 또 얼마나 많은 꿈을 가지고 있는지 또 얼마나 진실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