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한양주택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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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한양주택을 다녀와서
나는 우리 조 조원들과 11월4일 구파발역 3번 출구에서 만났다. 일요일 10시 3번 출구 앞은 등산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친구를 기다리며 역 주변을 살펴보았다.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얘기해주신 은평 뉴타운 사업이 한참 진행 중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역에서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하얀색 철 갑판에 은평 뉴타운이라는 글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때까지 난 그래도 남아있을 한양주택을 기대하며 친구를 기다렸다. 친구가 도착하자마자 지체하지 않고 바로 출발했다. 그런데 어느 곳에도 한양주택으로 가는 표지판이 나와 있지 않아서 등산객들로 혼잡해진 교통을 정리하러 나오신 경찰아저씨께 한양주택의 위치를 물어보았다. 경찰아저씨는 방향을 알려주시며 500m정도 걸어가라고 하셨다.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하며 한참을 걸어갔다. 우리가 걸어가는 길은 떨어진 은행잎으로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450m정도 걸었을까? 이정도 쯤이면 우리눈앞에 펼쳐져야할 모습이 보여야 할 텐데 이곳도 개발이 시작되었는지 황량한 땅과 길옆으로 철골구조와 여러 가지 자재들이 놓여있었다. 나는 눈앞에 보이는 개발현장을 보며 불안감이 엄습했다. 내가 상상했던 모습이라면 며칠 전 수업시간에 본 영상에서 본 주택들이 나란히 위치해있고 집집마다 예쁘게 꾸며진 정원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주택이 위치했었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만큼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우리는 좀 더 걸어가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는 아저씨 두 분께 다가갔다. 그분들이라면 뭔가 우리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실 거라 생각했다. 우리는 한양주택을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냐고 물어봤다. 그 아저씨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곳이 바로 한양주택이 있던 곳이라고 했다. 우리가 이곳은 아닐 거라고 말하며 왔던 곳을 가리키는 아저씨의 손을 보며 난 허무함을 느꼈다. 허무함과 황당함에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저씨는 들어가서 조사해보라고 하셨다. 우선 우리는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다가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다. 교수님이 그 현장을 관찰해 보라고 하셔서 우리는 철골구조로 둘러싸인 그 공간에 발을 들였다. 어떤 것을 조사해야할지 과연 어떤 것이 남아있을지 막막하기만 했다.
우리는 한양주택마을 사람이 되어보기로 했다. 그 주민들이 이곳에 돌아와서 자신이 살던 마을의 흔적들을 발견하기위해 애쓰는 모습을 상상하며 우리도 그 흔적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멀리 전봇대 하나가 보였다. 주변에 전봇대가 쓰러져있는 것만 보였는데 유일하게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전봇대를 보니 쓸쓸해 보이고, 위태로워 보였다. 저것도 언젠간 쓰러지고 부서져 사라지겠지?…….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눈앞에 확실하진 않지만 뚜렷한 콘크리트길이 보였다. 이 길은 한양주택이 있었을 때부터 있던 길인 것 같았다. 집과 집 사이에 있는 큰 길. 그 길을 보고 있으니 그 길옆으로 줄지어 있었을 주택의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그 길을 따라 걸어가려 하는데 우리의 발을 붙잡는 모습이 있었다. 그것을 바로 나의 상상이 맞았음을 증명해주듯 길옆으로 집을 철거한 흔적들이 보였다. 이렇게 확실하게 집터였음을 보여주는 광경을 보고 상당히 안타까웠다. 조금만 더 일찍 이곳을 알게 되었다면 한양마을의 예쁜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을텐데……. 이젠 영상자료로 갇혀버린 한양마을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개발의 바람이 지나간 곳에는 이젠 옛 모습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파란지붕과 벽돌들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말라 비틀어진 잡초들 속에서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식물이 있었다. 빨간 열매가 열린 방울토마토였다. 방울토마토를 보는 순간 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영상이 있었다. 수업시간에 봤던 다큐멘터리에서 집집마다 가꾸던 작은 화단이 생각났다. 이 방울토마토도 아마 누군가에 의해 정성스럽게 키워졌을 것이다.
한쪽 끝에는 큰 담이 있었다. 그 담은 영상에서 본 기억은 없지만 왠지 전부터 있었던 것 같다. 저 담도 곧 철거되고 새로운 신식 건물들이 생기겠지만 내 기억 속엔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며칠 전 서울역 남대문 오가동에 인터뷰하러 가서 할머니들과 이야기하면서 곧 철거될 거란 이야기를 들으며 갑자기 한양마을의 모습이 떠올랐다. 점점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사라져가는 옛 모습들이 안타까웠다. 오가동 슈퍼집 앞에서 소주상자를 깔고 앉아 주변에 커다랗게 자리 잡은 건물들을 바라보며 뭔가 빡빡하고 차가운 인상을 받았다. 할머니들과 있는 그 짧지만 따뜻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사라져가는 이러한 모습들이 안타까웠다. 한양마을도 우리가 좀 더 일찍 찾아왔다면 주민들과 이야기하고 좋은 경험을 하고 올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한쪽구석에 가을이라 빨갛게 단풍이든 나무가 있었다. 이 나무는 무슨 이유에서 아직 뽑아버리지 않은 건지 사방이 건물들의 잔해 속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러한 나무 한그루, 담, 방울토마토, 부셔진 지붕들 모두 내게는 어떤 추억을 떠올리게 하거나 의미가 담겨있지 않아서 그냥 잠깐 보는 데에서 그쳤지만, 만약 한양주택 사람들이 와서 이것들을 보았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언제부터인가 세상은 뭐든 편리해야하고 깨끗해야하고 주변을 신경 쓰지 않는 곳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면서 옛 모습들의 자리는 위태로워지고 더 이상 옛 모습을 찾기 어렵게 되었다. 옛 것들을 바꾸려는 사람과 옛 것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그 싸움에서 지는 건 항상 옛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옛 것은 사라져야하고 바뀌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개발과 투기가 아니라 주거권이 우선되어야 한다. 물론 세상이 점자 개인주의화 되면서 남의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을 주거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 사람향기가 나는… 정이 있는 옛 것들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서울의 외곽지역에 살아서 그런지 아직까진 동네사람들과 웃으며 인사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학교에 등교하는 지하철에서 다들 다른 사람들에게는 잠시라도 관심조차 갖지 않고 자기들 할 일만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많이 낯설고 어색했다. 이제는 1년 정도 지켜보니 더 이상 나조차도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게 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점점 옛 것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옛 문화들 옛 정서들 이제는 오래되어 사라져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나의 다음 세대에는 과연 이러한 옛 모습들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을까? 아마도 교과서나 박물관에서 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