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주택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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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주택 답사기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한양 주택 답사기
3호선을 통해 보이는 북한산의 가을 풍경은 지축역을 시작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높게 들어선 아파트들의 공사현장이 눈에 띈다. 한양주택으로 가기 위해 도착한 구파발역에는 사방이 온 통 아파트 공사 현장이다. 공사 현장에서 날리는 모래먼지로 눈도 뜰 수 없을 정도이지만 신기하게도 한 쪽에서는 북한산의 아름다운 단풍을 구경하기 위한 등산객으로 붐빈다. 눈앞에 보이는 ‘ 사기 위한 집이 아니라, 살기 위한 집입니다. ’ 라는 커다란 아파트 선전 문구는 공사현장으로 가는 대형트럭들에게 가려 별 다른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최종 목적지인 한양주택의 모습은 자료를 통해서 본 적이 있지만, 폭포조형물이 보이는 구파발역 주변의 모습은 어땠을지 궁금해진다.
분명 인터넷을 통해 한양주택까지의 경로를 알아왔지만, 개발 시작과 동시에 마구잡이식 으로 변형된 곳에서 한양주택을 찾기란 쉽지 않다.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아파트 건 설을 위해 기존에 있던 집을 대부분 허물어 이 곳 주민들도 거의 없는 거 같다. 알아 온 것을 토대로 찾아가는 길에 버스정류장 표지 판 하나가 보인다. 표지판에는 그곳에 정차하 는 무수히 많은 버스들의 노선과 한양주택 입 구라는 정류장 이름이 쓰여 있다. 먼저 방문한 사람들에게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한양주택의 흔적은 표지판을 통해서만 확인 될 뿐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사현장에 계시는 아저씨께 한양주택이 있었던 곳이 맞는지 여쭤보았지만, 잘 모르겠다면서 아무것도 없는 공사현장 한복판에서 사진을 찍어대는 우리를 이상하게 바라보신다. 한양주택은 마치 제2의 불도저를 꿈꾸며 무작정 개발을 추진하는 서울시와 자신의 집을 지키려는 주민들 간의 대립으로 여러 번 매스컴을 통해 보도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곳 한양주택을 허물고 그 위에 새로운 아파트를 짓고 있는 분들은 한양주택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 1970년대 남북교류가 활성화 되자 박정희 정권은 북한대표들이 오가는 길목인 구파발 주변의 판자촌을 헐고 번듯한 양옥을 지으라고 명한다. 한양주택이라는 건설업체가 지은 이 주택은 당시 연탄보일러를 갖춘 양옥집이었다. 지어질 당시부터 한양주택은 담장이 거의 없는 개방형 구조로 넓은 마을길을 확보하고 지어졌다. 마을 한가운데 공동체 시설인 노인정과 어린이 집, 가게를 두고 있어 자연스레 공동체가 형성되는 구조다. 겉보기에 낡아 보이는 한양주택마을의 집들은 거의 개축을 통해 방을 넓혔다. 아파트처럼 거실을 가운데 두고 3~4개의 방이 있는 구이며, 어느 집이나 상추라도 키우는 텃밭과 마당이 있는 최상의 거주지 공간이었다. 주민들의 살아온 횟수는 5년 ~ 10년 된 주민이 가장 많고, 10년 이 상 장기 거주자가 43%에 달했다. 또 한양주택은 북한산을 둘러싸고 형성된 주거지 중 건물 고도가 가장 낮아 북한산 정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 은평구 뉴타운 ’ 이라는 서울시의 정책으로 고층아파트가 병풍처럼 둘러쌀 예정이며, 북한산 백운대를 조망하는 전경도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신문의 부동산 지면마다 ‘ 재개발 , 아파트 , 뉴타운 등 재개발을 해야 돈을 번다는 내용이 가득한데도 이 마을 사람들의 3분의 2는 한양주택마을에서 살게 해달라고 한다. 서울시와 서울시도시개발공사( SH공사 )가 주장하는 리조트 같은 생태도시 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이는 한양주택마을이 이미 생태도시였기 때문이다.
‘ 은평구 뉴타운 ’ 을 비롯한 뉴타운 정책은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한양주택을 보존하기 위해 나선 문화, 건축전문가들과 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개발 계획을 강행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주민들의 생활과 의견이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외국에서의 지역재개발사업은 철저히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 주민들의 문화, 실개천 하나, 나무 한그루까지도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진행한다. 이는 사업의 기획 - 설계 - 시행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에서 나타나게 된다. ‘ 은평구 뉴타운 ’을 포함한 강북 뉴타운 건설 사업은 주민들의 주거와 생활환경을 개선시키고자 기획된 사업이 아니었다. 서울시가 기획하고 기업이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그 다음으로는 그린벨트로 묶여있어 녹지공간이 70%에 육박하던 지역을 30%대로 축소시키면서 ‘ 생태형 전원도시 ’를 말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 다. 물론, 다른 뉴타운의 경우보다 녹지공간이 상대적으로 우수함을 강조하려 한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0여%의 녹지공간은 절대적으로 파괴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환경침해적인 요소를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지역의 단체들은 SH공사에 대해 은평구 뉴타운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예산 관련 자료를 끊임없이 요구하였다. 이는 애초 설정되었던 예산규모가 2배 가까이 상승한 것도 있지만, 대규모 국책사업을 진행하면서 국민적 감시와 비판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 가지 위험한 요소를 잉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SH공사는 아직까지도 은평 연대측이 제기한 사업의 전 과정에 소요되는 예산규모와 지출규모의 세부내역과 기준자료를 아직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어떤 이유로 얼마의 액수가 매시기 추가로 소요되었는지, 그 경비의 조달은 어떤 통로를 통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시민사회의 감시와 비판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실은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 은평구 뉴타운 ’ 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기사 2007년 1월 22일 자를 보면 서울 은평구 재개발 지역 주민들의 행보를 알 수 있는 기사가 실려 있다. < 3가구 중 1가구 서울 떠났다. 집값 싼 지방으로 많이 이주, 극소수만 재개발 아파트에 입주 가능 > 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이 기사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서울 은평구 재개발 지역 주민 3가구 중 1가구는 서울을 떠난 것으로 확인된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은평 재개발 지구 주민 이주 현황 자료에 따르면 5172가구 중 1490가구가 서울을 떠나 경기도 등 지방으로 이사한 것으로 나타난다. 재개발 지역 주민 다수가 서울에 머물지 못하고 지방으로 이사한 것은 높은 집값과 생화고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주민들이 가장 많이 이사한 곳은 경기도 고양시 지축동과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일대. 또 경기도 파주시, 인천광역시 등지에도 많이 정착하고 있으며, 심지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충청 전라 경상도로 이주한 가구도 적지 않다. 은평구 1지구 ( 진관내동 )와 바로 맞닿은 고양시 지축동은 거리와 집값 등이 은평구 일대와 비슷하여, 직장, 학교 등의 문제로 주민들의 유입이 가장 많다.
피부염의 일종인 건선을 앓았지만 10년 전부터 마당에 우물을 먹고 깨끗이 나은 이모씨 가족. 서울 한복판에서 살 때 계속 유산하던 아내를 위해 이사를 왔고, 이듬해 10년 만에 건강한 아이를 낳은 정근설씨 가족. 점점 심해지는 아들의 아토피를 치료하기 위해 아파트에서 나와 이사 온지 얼마 있지 않아 깨끗이 사라져 버린 것을 경험한 허영희씨 가족. 이 가족들은 모두 한양마을에 살고 있었다. 재개발이란, 낙후된 지역을 개발하고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한다. ‘ 사기 위한 집이 아니라, 살기 위한 집입니다. ’ 라는 선전문구가 자꾸 떠오른다.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