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과 뻐꾸기 영화 Kukushka 에 대한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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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 영화 에 대한 감상
소련-핀란드 전쟁과 평화
평소 전사(戰史)에 관심이 많던 나에게, 제2차 세계 대전의 일부분인 소련-핀란드 전쟁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939년 소련의 핀란드 침공으로 발발한 양국 간 전쟁은 패권주의를 내세워 전 유럽을 전란의 소용돌이로 몰았던 나치즘과 공산주의
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비극이었다. 영화는 세계 대전이 종식에 가까워 졌을 무렵, 1944년 9월을 그리고 있다. 핀란드라는 춥고 척박한 땅에서 벌어지는 파괴와 살육에서 벗어나, 주축군의 편에 서 독일군복을 입고 총을 든 핀란드인 베이코(Veikko)와 러시아인 이반(Ivan), 그리고 랩랜드(Lapland) 여인 쿠쿠쉬카(Kukushka)의 만남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베이코와 이반은 이유는 모르겠으나 죄를 짓고 형벌을 받는 중이었다. 후에 밝혀지지만 그 둘은 전쟁의 광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 들이다. 아마도 그들이 지은 죄는 전쟁 속에서 “반전(反戰)”적인 죄였으리라.
독일군-그들은 독일어를 쓰고 있기에-의 쇠사슬에 묶인 핀란드 청년은 스스로의 지혜로 속박을 풀고 빠져나온다. 그는 평화를 사랑하는 문학도이다. 애초에 파시즘과는 상관없던 핀란드가 나치 독일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상황을 떠올린다면 당시 그들의 절박함에 대한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조국의 전투기 폭격에 부상을 당한 이반의 상황은 더욱 역설적이다. 전쟁의 무차별적인 잔혹성을 고발하고 침략국으로서의 반성적 고찰이 엿보인다. 여기서 잠깐 영화의 제작시기를 언급하자면, 2002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구소련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난 듯하다. 두 남자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할 수 없는 전쟁의 구성원으로서 그 속에 융화되지 못하지만, 남성성속의 원초적인 폭력성을 지우지는 못한다. 특히 소련-핀란드 전쟁의 침략국이었던 소련군의 이반은 영화 내내 독일군-사실 베이코는 핀란드군 이지만-에게 적개심을 품고 있으며 끝내 그를 총으로 쏘기에 이른다. 이 둘을 모두 감싸 안는 사미족의 쿠쿠쉬카는 어느 편에도 서지 않은 자연과도 같은 인물이다. 그녀는 시체를 수습하는 선의를 배풀며 부상당한 이반을 자연의 힘만으로 치료한다. 심지어 죽음의 문턱까지 간 베이코를 초현실적인 힘으로 살려내기도 한다. 그녀는 자신의 땅에 들어와 서로를 죽이는 이들을 군복의 색깔로 구분하지 않는다. 랩랜드의 어느 호숫가에서 홀로 살아가는 그녀에게 3년 만에 찾아온 핀란드군과 러시아군은 적이 아닌 즐거움을 줄 남자에 불과하다.
두 남자와 한 여자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소통은 원활하지 않고 오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모든 인류를 비통에 잠기게 했던 전쟁은 소통의 단절을 극단적으로 상징하고 있다. 하지만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대립하던 두 남자는 화해하고 여자는 그 둘 모두와 사랑을 나눈다. 감독은 소통의 중요성을 설파하지만 언어는 소통을 보조하는 도구일 뿐이라고 말한다. 쿠쿠쉬카, 그녀의 존재는 극대화된 폭력성-전쟁-을 상징하는 두 남자를 죽음으로부터 살려냄으로서 그 원죄로부터 구원하고, 그 둘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와 몸을 섞음으로서 차별 없는 사랑을 실천한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남자를 잉태하는 어머니이자, 모든 인간을 품에 안은 자연이다. 하지만 남성성과 여성성이 영원히 함께 할 수는 없었다. 겨울이 찾아오고 그녀의 터전은 두 남자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 만큼 풍요롭지 않다.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 두 남자는 그녀의 사랑을 가슴에 품은 채 신비로운 랩랜드를 떠난다. 그녀가 낳은 두 아이-두 아버지를 가진-는 지구상에 존재한때부터 끈임 없이 벌여왔던 우리 수컷들의 아이이다. 우리는 뻐꾸기라는 이름의 평화를 통해 하나가 되었던 것이다.
감독에 관한 얘기를 짧게 하자면, 알렉산드르 로고슈킨(Aleksandr Rogozhkin)은 1972년 레닌그라드국립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그는 게라시모프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1982년 국립영화학교 VGIK을 졸업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1989), (1990), (1993), (1993), (1995), (1998)등 이 있다. 그의 영화 는 1990년 베를린영화제에서 국제평론가협회상과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