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영화 바람의 검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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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는 2002년 12월 한국에서 개봉한 다키타 요지로 감독의 작품으로, 2002년 ‘도쿄 국제영화제’ 폐막작이자, 2003년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는 한국 개봉작의 이름이고 원제는 인데, 이는 본래, 국내에서도 , 등으로 잘 알려진 아사다 지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감독인 다키타 요지로 역시 이라든지, 와 같은 작품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었으므로, 사실 이 작품은 원작자와 감독 모두가 국내 독자-관객에게 익숙한 작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본 내에서도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은 작품이고, 한국에 이미 좋은 작품으로 선을 보인 두 작자의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는 국내에서 크게 흥행을 거두지 못하였다. 이는 이 작품이 가지는 여러 가지 의미들이 한국의 독자-관객들에게 잘 이해되지 않았다는 점과 동시에 양국 간의 정서적인 거리가 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작품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로 볼 수 있는 ‘무사도(武士道)의 모티프’라든지, ‘메이지유신(明治維新)’당시의 격랑의 시절-막부파와 유신파간의 대립과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같은 중요한 모티프들에 대한 한국의 독자-관객들의 이해가 깊지 않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양국 간의 정서적인 거리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작품 외적인 요소들에 대한 이해부족이 작품의 감상과 이해를 어렵게 만든다면 아쉬운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실과, 그 정신사적인 배경으로서의 무사도(武士道)를 비롯한 몇몇 요소들에 대해 살펴봄으로서 작품을 보다 심화하여 이해하고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
의 개괄적인 줄거리를 서술하자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인 요시무라 칸이치로는 남부 모리오카 번의 하급무사 출신으로, 본래 성품이 곧고 강직한 인물이다. 그는 그의 고향 마을에서 아이들의 존경받는 글공부의 스승이자 검술사범이었고, 후에 모리오카 번의 번주가 되는 지로에몬과는 어려서부터 막역한 사이이자 충실한 신하였다. 그러나 그는 심각한 가난으로 가족들의 생계가 곤란하게 되고, 그의 아내가 자살까지 기도하게 되자 탈번하여 교토로 상경하였다. 교토에서 그는 막부의 신하로서 도시의 치안을 담당하는 무사집단 신선조에 입단 심사를 치르는데, 빼어난 검술로 단번에 신선조의 대사(大使), 즉 검술사범의 지위에 오르게 된다. 당시의 신선조는 명실공이 도쿠가와 막부 최고의 무사집단으로 격랑의 시대에 일본 무사도의 상징이자 핵심이었으며, 사람들은 그들을 일컬어 미부의 늑대라고 부르며 두려워하였다. 오늘날 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콘도 이사미, 히치타카 도시조, 나가쿠라 신파치, 사이토 하지메, 아키타 소지와 같은 신선조의 고수들을 알고 있으며, 을 포함하여, 드라마로 제작된 , 애니메이션과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 폭넓게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이 남긴 족적이 과연 대단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신선조의 대사가 된 요시무라 칸이치로는 실력에 걸맞지 않게 가벼우며 돈을 밝히는 속물로서 신선조의 무사들에게 보여진다. 그도 그럴 것이 요시무라는 신선조에서 번 돈을 고향 집에 부침으로서 가장의 역할을 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사이토 하지메는 처음에는 요시무라에 대해서 경멸감을 품고 미워하게 된다. 그러던 중 사이토 하지메는 평소 품행이 방자해 거슬리게 생각하던 타니 산쥬로를 몰래 암살해버리게 되는데, 이것이 요시무라에게 발각 되고 만다. 요시무라는 입막음의 대가로 돈을 요구함으로서 사이토의 요시무라에 대한 경멸감은 최고조에 이르게된다. 그러나 신선조의 참모로 중책을 수행하던 이토 가시타로가 유신파로 전향하여 유신삼걸(維新三傑)의 하나로 손꼽히는 오오쿠보 도시미츠의 수하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사이토와 요시무라를 포섭하려 하는데, 요시무라는 ‘나는 이미 한번 주인을 배반한 적이 있다. 두 번은 할 수 없다’며 단호하게 거절하게 된다. 사이토는 고액의 보수를 약속하는 이 제안을 요시무라가 거절한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다. 그러다가 사이토는 콘도의 밀정으로 이토 파에 합류하게 되고 요시무라가 사이토와 콘도 사이의 연락책이 되면서 둘의 사이는 점점 가까워지게 된다. 이후에 일본 국내의 정세가 급변하여 사카모토 료마의 중재로 삿죠(사쓰마-죠슈)연합이 성립되어 이들과, 막부파와의 내전이 벌어지게 되는데, 신선조는 막부군에 합류하여 참전하게 된다. 전투의 와중에서 요시무라는 기존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른, 동료 무사들을 격려하고 먹을 것이 생기면 자기는 굶으면서도 전우들을 챙기는 따뜻한 모습을 보인다. 그의 이러한 독려는 전우들에게 힘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신식 무기로 무장한 삿죠 연합군에 칼 한 자루로 덤비는 전투는 애초부터 무모한 것이었고, 1866년의 도바후시미 전투에서 신선조를 비롯한 막부군은 참담하게 패하고 만다. 이 전투에서 요시무라는 정부군이 된 삿죠 연합군앞에 결연히 나서 앞을 막으며 ‘신선조 대사 요시무라 칸이치로! 도쿠가와 전하께 몸을 의탁했었소. 일천만승(一天萬乘)의 천자께 해를 끼칠 생각은 없으나, 졸자(拙者)의 복귀를 위해 전쟁을 하지 않으면 안되오! 자. 상대해 드리겠소!’ 라고 외치며 달려나간다. 후의 내용은 온 몸에 상처를 입은 요시무라가 과거의 주군인 오노 지로에몬을 찾아가고, 지로에몬은 탈번한 죄인(罪人)인 요시무라에게 할복을 명령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3.
이상과 같이 영화 의 개략적인 줄거리를 기술하였다. 작품의 구성은, 요시무라가 활동했던 당시인 이케다야 사건(1864)-대정봉환(1867)-도바후시미 전투(1868)의 연간으로부터 삼십여 년이 지난(작품에서는 메이지 32년인 1899년으로 되어있으므로) 도쿄에서 시작된다. 과거 신선조 3번대 조장이자 오키타 소지와 함께 신선조 최고의 검술실력을 자랑했던 사이토 하지메가, 절름발이 할아버지가 되어 등에 감기에 걸린 손자를 업고 병원을 찾는다. 이 병원은 과거 요시무라의 주인이었던 오노 지로에몬의 아들인 치아키가 운영하는 병원이었는데, 이 병원에서 사이토가 기억하는 ‘돈을 밝히는 요시무라’와, 치아키가 기억하는 ‘훌륭한 스승 요시무라’가 엇갈리고, 서로 대화를 나눔으로서 요시무라의 실체를 복원해 나가는 것으로 되어있다. 아사다 지로의 소설 원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137분의 러닝타임이라는 제약 때문에, 작품은 등장인물의 면에서나 그 사적(史的)배경을 제시하는 면에서나, 이야기를 구성하고 확장해나가는 면에서나 구체적인 데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이야기를 담지는 못하고 다만 상경한 시골무사의 향수(鄕愁)와 가족애(家族愛)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필자는 향수와 가족애의 면에서는 시선을 돌리고 작품 내에서 ‘요시무라 칸이치로’의 실체가 복원되어 나가는 과정과, 그 의미에 대해서만 짚어내도록 하겠다.
그것이 왜 중요한가, 하면 요시무라 칸이치로는 남부 모리오카 번(藩)의 하급무사로서, 가난할지언정 구걸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마을 아이들의 공부와 검술 사범을 맡아주는 무사도(武士道)의 전형이다. 페리 내항으로부터 시작되는 근대 일본의 격변기가 배경이 된 이 작품에서 요시무라의 인생은 그러므로, 일본 무사도와 무사계급이 겪어야 했던 진통과 자기수정의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자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가지는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페리 내항(1853)이전까지의 전근대 일본사회에서 무사(武士)는 지배계급이었으며 일반적으로 가장 존경받는 지위에 있었다. 12세기 가마쿠라막부 성립으로부터 추산하자면 거의 7세기 동안이나 권력의 중심에 있었으며, 이들의 주도로 이루어진 사회-문화적 체제는 그 역사만큼이나 완고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던 것이 페리 내항이후 불과 반세기도 되지 않아 완전히 해체되어버리고 만다. 그러면 이후에 무사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사라졌다. 사민평등의 기치아래 단행된 조치들 중에는 메이지9년인 1876년에 시행된 폐도령(廢刀令)이 있었다. 메이지 이후 이미 무사라는 신분계급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와 상관없이 패도(佩刀)하고 다님으로서 무사임을 드러내는 ‘징표’역시도 불법이 되었으므로, 그 이상은 존재할 수가 없었다. 작품에서, 최고의 실력자이자 당당한 무사였던 사이토 하지메가 메이지 32년에는 불구의 노인으로 절뚝거리며 등장하는 것은 이러한 사회적 변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시무라를 당시의 하급무사의 전형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무사의 사회지배체제가 완고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권력을 독점한 일부 상급무사에 국한한 것이었고, 무사계급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던 하급무사들은 매우 가난하였다. 특히나 지방의 다이묘에 종사하는 족경(足輕 : 보병)의 처지는 비참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들 하급무사는 기본적으로 체제에 심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으며, 실제로 당시의 개혁파를 이룬 것도 그들이었다. 사이고 다카모리, 오오쿠보 도시미치와 같은 메이지유신의 주역들이 대부분 이들 하급무사 출신이라는 점은 이러한 배경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따라서 요시무라는 생계가 위험할 만큼 경제적으로 비참한 처지에 놓여있던 하급무사에 속해있던 것은 맞지만, 그렇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개혁을 주도했던 이들 계급과는 달리, 일생을 무사도(武士道)를 추구하고, 가장 강력한 무사집단인 신선조에 속하여 삿죠군과 싸우고, 마침내는 무사도로서 할복(割腹)하여 죽는 예외적 개인이다. 즉 하급무사 ‘계급의 전형’이 아니라, 전근대 무사들의 정신인 ‘무사도의 전형’으로 볼 수 있으며, 나아가 경제적으로 낙후해 있고, 따라서 ‘돈만 밝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생계에 직면한 위기와 싸우고 있던 ‘당시의 일본’이라는 거대담론의 전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위에서 논한 바 요시무라의 이면에 있는 ‘무사도(武士道)’라는 것이 어떠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살펴보자. 무사란 병장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