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조선왕실기록문화의 꽃 의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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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의궤란 조선시대에 국가나 왕실에서 거행한 주요 행사를 기록과 그림으로 남긴 보고서 형식의 책이다. 왕실의 행사를 의궤로 남기는 전통은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만 작성된 독특한 형식의 책이다. 국가의 주요한 행사가 있으면 선왕 때의 사례를 참고하여 거행하는 것이 관례였으므로, 국가 행사에 관계되는 기록을 의궤로 정리해 둠으로써 후대에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국가나 왕실에서 거행한 규모 있는 국정 행사에 관한 일체의 사항, 즉 각종 왕실 행사에 관한 기록에는 동원된 인원의 명단과 신상 자료, 행사에 사용된 각종 물품의 크기와 재료, 색채가 상세히 기록되어있으며, 궁궐이나 성곽 건축에 관한 기록에는 건물의 위치, 구조, 사용된 재료와 구입처에 관한 자료가 그림과 기록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조선시대의 여러 분야에 걸쳐 역사를 고증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이런 자세한 기록은 국정보고서와 같은 기능을 해 국왕 자신의 통치의 꺼릴 것이 없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이렇게 투명한 공개로 공적 자금이 사사로운 곳으로 유용될 가능성을 봉쇄한 것이다. 또한 의궤는 실명제를 실시했는데, 이런 실명제는 책임자가 누구인지를 밝혀낼 수 있었다.
현재 남아있는 의궤는 모두 17세기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다. 왜란과 호란이라는 큰 전쟁을 겪으면서 조선정부의 공식기록들은 대부분 불타 버렸는데, 의궤 역시 전란의 와중에 소실된 것으로 보인다. 의궤는 손으로 직접 쓰고 그림을 그린 필사본으로만 만들어졌는데 정조대의 『원행을묘정리의궤』 나 『화성성역의궤』를 필부로 활자본 의궤가 만들어졌다. 활자본 의궤가 만들어진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를 보급하여 왕조의 국정 운영상황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의궤는 국왕의 일생과 관련된 의궤, 국가 행사와 관련된 의궤, 편찬사업과 관련된 의궤, 건축과 관련된 의궤와 기타의궤로 종류를 구분 된다. 국왕의 일생과 관련된 의궤로서는 『태실의궤』 , 『가례도감의궤』 , 『국장도감의궤』 국가 행사와 관련된 의궤로는 『종묘의궤』, 『사직서의궤』 편찬사업과 관련된 의궤로서는 『실록청의궤』 건축과 관련된 의궤는 『화성성역의궤』 기타의궤로는 『대사례의궤』, 『보인소의궤』,『원행을묘정리의궤』, 궁중잔치의궤, 악기조성청의궤, 어진의궤가 소개되어있다.
의궤는 어람용(국왕이 친히 열람하는 의궤)과 분상용(여러 곳에 나누어 보관한 의궤)으로 구분되어 어람용은 규장각에, 분상용은 의정부, 춘추관, 예조등 국가 전례를 관장하던 기관과 서울, 지방의 사고(史庫)에 분산ㆍ보관되었다.
우선 책의 제목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잘 와 닿았다. 제목만 보고도 이 책이 나에게 무엇을 말해줄지, 그리고 의궤가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의궤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 단지 우리문화니까 중요하다고 막연히 느끼는 사람들에게 기록문화로서의 중요성 느낄 수 있도록 잘 표현하고 있고, 그것도 아니라면 기록문화라는 것에 호기심을 일으킨다.
역사의 단 한 줄만 가지고도 알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또한 무한한 상상을 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의 단 한 줄 써져 있는 이야기로 많은 작품이 탄생한다. 조선왕조실록이 조선의 주된 기록문화라고 할 수 있지만 의궤를 통해서 화성을 복원하고 궁중 생활양식, 의식, 식생활, 음악, 무용 등 문화, 행사를 복원하고 추론할 수 있게 한 것은 의궤가 아닐까 한다. 아무리 글로 설명해도 알 수 없는 부분을 의궤가 보충해 주는 것이다.
의궤는 단지 기록으로서의 역할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적으로나, 어느 사건에 대한 증거로서의 가치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산을 보면 정조에 관한 이야기인 것도 있고, 정조와 러브라인이 펼쳐지는 송연이가 도화서 다모이기 때문인지 의궤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드라마를 보면서 의궤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폐세손 위기에 처한 정조가 도화서에선 조정에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의궤를 그리는데 그림뿐 아니라 서책엔 행사의 모든 과정이 담겨지며 또한 기록엔 그 주요 참석자의 이름도 기록된다는 것을 생각해내고, 서인수의 무죄를 입증하기위해 기로연 의궤를 찾아 서인수가 그 자리에 있었음을 증명해 그 위기를 넘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이것이 허구일지 모르지만, 사람들에게 쉽게 의궤의 존재를 알리지 않나 싶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나도 화성을 의궤를 보고 쉽게 복원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의궤에 대해서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뭔지도 잘 몰랐었다. 역사기록에 대해 단지 그 시대를 알려주는 수단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의궤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았고 우리 문화를 가치를 기록의 가치를 알았다. 의궤는 의궤자체 뿐 아니라 의궤의 종이, 색체, 내용 모두가 어우러져 더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한다.
기록관리학의 이해라는 수업이지만 국사학도로서 어느 한 문화재에 대한 책을 읽어본 것이 이것이 처음이 아닐까한다. 날라리 국사학도라 그런지 몰라도, 의외로 이런 어느 특정한 문화재에 대한 책도 지식뿐만 아니라 흥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