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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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내가 위대한 개츠비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감명 깊게 읽고 나서 저자가 극찬하는 ‘위대한 개츠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호기심에서였다.
그때 개츠비를 읽었을 때는 ‘이게 뭐야, 개츠비 완전 구질구질하네’ 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 저렇게 멍청하리만큼 허황된 꿈에 매달리는 걸까 싶었다. 또, ‘도대체 이 책이 어떻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극찬을 받은 거지?’ 라는 의문도 들었다.
그 때는 저 정도의 감상 수준에서 머물러 버렸지만,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 새로이 상실의 시대와 비슷한 맥락을 발견했다. 주인공 와타나베도 나오코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버리지 않는다. 바보같이, 혹은 무서우리만치 그녀의 존재는 그에게 ‘이상향’ 으로 인식 되었다. 마치 그녀가 보통의 사람이 아닌 것처럼. 그녀를 어떤 영적인, 고결한 대상으로 바라보는 와타나베의 눈이 개츠비의 사랑과 잠시 오버랩되었다.
근현대는 자본주의가 주가 되는 사회로써 돈, 물질로 인간을 판단하는 경향이 강한 시대이다. 영속적인, 혹은 오래 지속되는 사랑 같은 것은 효율성과 신속성의 기계사회에서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가치이다. 그 예는 위대한 개츠비 안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톰이 그와 밀애를 나누던 윌슨 부인이 죽자 별로 슬퍼하지 않고 곧바로 데이지를 설득해 떠나버린 것, 그리고 그녀를 쉬이 잊어버린 것. 또 닉의 심경 변화를 눈치 채고 다른 남자와 쉽게 약혼해버린 조던.
그런 것이다. 나에게 불리한 사랑은 쉽게 잊고 훌훌 털 수 있는, 그런 사랑을 사람들은 하고 있다. 너무도 많이 그리고 자주.
반면 개츠비는 한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 째 바쳤다.
기혼한 사실, 그녀의 남편이 건재하고 있는 현실 따위 정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그녀와의 사랑 그 자체에만 집중하는 개츠비.
몇 번 밖에 만남을 갖지 않은, 자신에게 완전한 사랑을 줄 수 없는 데이지를 위해 기꺼이 누명을 뒤집어 쓰는 개츠비가 비록 무모하지만 위대하지 않은가? 채권 사업 등을 해 떼돈을 버는 손익에 밝은 그이지만, 개츠비는 사랑이라는 가장 인간다운 감정에는 손익 계산을 하지 않는 대단히 인간적인 사람이다. 이는 각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순수하게 사랑만을 위해 사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내게 의미가 있는 부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