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hwp모든 사회과학은 궁극적으로 연구대상의 토양이 되는 특정 사회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서구의 자본주의 발전경험이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는 것은 틀림없으나 대세가 특정방향으로 수렴될 지라도 각 사회가 갖는 특정한 문화 및 가치체계에 따라 상이한 시장경제를 보이기 나름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식 자본주의는 유럽식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여기에 일본적인 특색까지 감안한다면 과연 한국경제는 과거 40여 년 동안 어떠한 과정을 밟아 왔는지 탐구하는 것은 앞으로는 대한민국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모색하는 데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Ⅱ. 한국경제의 성장요인
1. 높은 교육열로 인한 우수한 인적자본
우수한 인재가 많은 나라가 부강한 나라가 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은 예부터 국가 백년대계라 하여 나라가 벌이는 사업 가운데 으뜸으로 쳐왔다. 좋은 교육을 받아 우수한 인재가 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훌륭한 삶을 살 수 있는 길이고 가족의 명예이자 가문의 자랑일 뿐 아니라 나아가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길이다.
한국의 비약적 발전은 뜨거운 교육열이 그 원동력이었다. 조선 왕조의 멸망으로 지배 계급의 특권이 사라지고 노력 여하에 따라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열린사회가 되면서 한국의 부모들은 자식 교육에 모든 것을 걸었다. 논 팔고 소 팔아 자식들에게 대학 공부를 시켰고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된 젊은이들은 출세로 이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한국에는 오직 절망만이 무겁게 드리워졌지만 가난을 털고 새 삶을 살기 위해서는 오직 배움이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과 선진국의 앞선 학문과 기술을 배워 이 땅을 잘사는 나라로 만들어 보겠다는 열망을 지니고 많은 젊은이들이 맨주먹으로 미국, 유럽 등지로 유학을 떠났다. 선진국으로 유학을 떠난 한국의 젊은이들은 낮에는 노동으로 돈을 벌고 밤에는 공부하는 필사적인 노력으로 선진국의 학문과 기술을 익혀 조국으로 돌아와 1970년대 경제 발전이 본격화 되면서 대거 유입되었다. 한국의 고등교육기관 역시 우수한 인력을 대거 산업 현장에 공급함으로써 유학파 고급 두뇌들과 국내의 우수인력이 결합하여 한국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2. 정부주도 하의 차별화 정책
훌륭한 지도자를 만난다는 것은 한 민족의 행운이다. 한 나라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의 역할은 너무도 중요한 것이어서 지도자 하기에 따라 나라가 발전할 수도, 쇠퇴할 수도 있다. 능력과 비전, 탁월한 영도력을 고르게 갖춘 지도자가 국민을 이끌고, 국민은 그를 믿고 존경하고 따르며,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되면, 그 나라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할 수 있다. 반면에 능력은 없으면서 술수에만 뛰어난 정치 기술자가 정권을 잡거나 국민이 존경하지도 따르지도 않는 지도자가 이끄는 나라는 혼란에 빠지고 어떠한 정책도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인간인 이상,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지도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여간해선 지도자를 안 믿고 잘 따르지 않는 한국에서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한국의 고도성장의 비밀을 박정희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에서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는 이른바 유신을 통해 영구 집권을 꾀하고 반대 세력을 무차별 탄압하는 등 민주주의를 크게 후퇴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민주 세력에 재갈을 물리고 추진했던 강력한 개발 독재가 경제 발전에 커다란 성과를 거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박정희 패러다임의 핵심은 한마디로 “정부는 스스로 돕는 자만을 돕는다.”였다. 산업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잘하는 기업을 더 격려지원하고 새마을 운동을 함에 있어서도 잘하는 농촌을 더 격려지원하였다.
산업정책의 핵심을 이루었던‘수출진흥확대회의’는 1965년 매월 대통령 주재 하에 열렸는데, 이 회의에서는 수출동향을 점검하고 수출증대를 위한 모든 시책과 애로타개 방안을 논의하고 결정하였으며, 특히 연말회의에서는 연중 수출유공자에 대한 격려와 시상이 이루어졌다. 일단 이 대회에서 인정을 받게 되면 그 당시로서는 최고 우량기업으로 인정받아 각종 금융이나 정부지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따라서 수출기업으로서는 수출실적을 올려 인정을 받는 것이 지상과제가 되었고 이 회의는 대한민국의 모든 제조 기업들을 수출전선에 몰입할 유인을 제공하였다. 당시의 대기업들을 국제경쟁에 노출시킬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품목에 관계없이‘총 수출액’을 경쟁목표로 설정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업종의 기업 경쟁을 촉진시킴으로써 당시 국내 독점기업들의 지대추구 행위를 완화시킬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