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올로기에 대한 무연성(無聯性)을 들 수 있다. 그럼 〈빈골짜기〉(원제: 〈백지풍경〉)를 통해 그 양상을 살펴보겠다.
인걸이는 열세 살이었다. 요즈음 어쩐지 동네 안의 매사가 뒤숭숭하고 서글펐다. 국군이 올라왔다. 해방이 됐다. 집을 다시 찾았다. 빼앗겼던 땅을 되찾았다. 야아, 야아, 이렇게
이호철이 그러한 상황 가운데 놓였던 작가였기 때문이다.
이호철은 1950년 6.25전쟁 당시에 인민군으로 참전했다가 총 한번 제대로 쏴보지 못하고 국군의 포로가 되었으며, 일시 풀려나 고향에 돌아갔으나 다시 단독으로 고향을 등지고 LST에 몸을 싣고 월남했다. 이러한 그의 체험이 그의 소설의 모태
흡곡에서 자향을 만나 놓여남. 12월 초 단신으로 LST를 타고 월남함.
․1955(24세): 『문학예술』지에「탈향」과「나상」이 추천되어 문단에 등단.
․1961(30세): 사상계사에서 첫 창작집『나상』출간. 제7회 현대문학상 수상.
․1964(33세): 장편소설「소시민」을『세대』지에 연재.
작가가 대상으로 하는 사회는 급진적으로 발전해 왔다. 따라서 주어진 시대현실에 대응해 나가는 작가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며, 또 어떻게 변모해 가야할 것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관심사이다.
이호철의 소설에 있어서는 그 작품의 배경 즉, 분위기가 주제표출에 큰 역할을 한다. 주정적인 문장
이데올로기의 상이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월남하여 생활의 뿌리를 잃어버린 작가들이다. 그들은 황순원, 선우휘, 장용학, 이호철, 최인훈, 강용준 등으로 대표될 수 있다. 셋째 부류는 이남 출신으로 생활의 뿌리를 완전히 뽑히지는 아니하였지만 계속적인 정치적 사회적 혼란 때문에 어떻게 살아야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