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안주하고자 하는 나는 이 암담한 식민지 현실 속에서 이미 죽어 백골과 같은 존재가 되고 말았다. 그러므로 시인은 지상적, 현실적 굴레를 벗어나 어둠이 없는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2연 : 닫힌 세계(어둔 방)에 있으려니 나를 열린 세계(우주)로 부르는 바람소리가
바람과 별과 시』로 바꾸었지만, 이러한 사실은 그가 당대의 사회나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病院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女子여자가 흰옷 아래로 햐안 다리를 드러내 놓고 日光浴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
시인연구상』,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2, pp.344~345.
윤동주의 「또 다른 고향」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어둔 밤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속에 곱게 풍화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 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에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윤동주, 『하늘과바람과별과詩』, 연세대학교 출판부, 2005, p44.
1941. 9.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