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들에는 강렬한 비판의식과 화려한 수사법이 있었다. 출세작인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1975)에는 적군파의 테러를 정치적 입지의 확대 계기로 삼고자 광분하던 보수 세력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겨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양철북>(1979)에는 과거 나치를 추종했던 ‘아버지’
오스카의 비인습적인 역할을 통해 도덕적, 종교적, 성적 터부를 무너뜨리고, 비뚫어진 그의 시각을 통해 전쟁과 전후시대의 독일의 현실을 희화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단치히 3부작'이라 불리워지는 <양철북>(59년),<고양이와 쥐>(61년), <개들의 시절>(63년) 외에도 그는 물고기를 화자로 등장시킨 <넙치>(7
독일인의 모습에 대해서도 깊이 성찰, 진보적 소설가로 거듭 태어났다. 그러나 작가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에 독일어 맞춤법조차 잘 몰랐으며 그가 지닌 것이라고는 문학에 대한 열정, 예술적인 재능, 빈곤 속에서 겪은 폭넓은 경험이 전부였다.
독일 작가 협회인 47그룹
할리우드에 진출해 <핸드메이즈>(1990) 등의 작품을 만들었지만 그리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이후 얼마간의 공백을 보낸 뒤 돌아와 <존 말코비치의 25시>(1996), <팔메토>(1998) 등을 만들며 건재함을 과시했고 <레전드 오브 리타>(2000)로 다시 주목받은 뒤 옴니버스 영화 <텐 미니츠 첼로>(2002)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