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스는 이 소설에서 자신의 도덕적 의도를 고도의 미학적 기법과 성공적으로 결합해내고 있는 것이다.
『양철북』은 첨예한 사회비판적 의식 하에 쓰여졌으면서도, 이러한 사회비판이 서술의 표층에 드러나지 않고 알레고리를 통해 지극히 미학적으로 매개되어, 즉 ‘암호화’되어 있다. 또한 이
소설의 결말을 어둡게 드리우고 있다.
하지만 그라스에게는 회의와 멜랑콜리가 곧 절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회의와 멜랑콜리가 짙을수록 더욱 절실해지는 것은 ‘견디기의 몸짓’이다. 그라스가 우리에게 카뮈를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도 카뮈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은 그의
자연과학적 진보와 사회보장의 확충에 의한 유토피아의 가능성을 믿는 치과의사의 낙관적 역사관에 대한 그라스의 평가가 숨어있다. 그것은 관상어에 대한 묘사에서 빼어난 알레고리로 이미 암시된 바이다.
“누가 벌써부터 관상어를 기르고 있는가? 정성스럽게 주는 먹이, 온도가 적절한 물,
Ⅰ. 서론
귄터그라스는 급속한 통일과 일민족 일국가에 대해 반대하는 자세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대신에 두 개의 국가, 즉 두 개의 독일의 지속을 옹호하였다. 비록 일민족 일국가라는 정치적으로 단일화된 통일국가 형태를 갖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 민족의 통일은 “나눌 수 없는 문화”의 통합
Ⅰ. 개요
양철북의 출판 이후에 나온, 그라스의 작품들에 대한 연구는 수 백편에 이르는데 그것들 중 많은 부분이 이 소설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수많은 비평이 윤리적, 사회적, 정치적인 문제를 다루고, 복잡한 알레고리나 종교적인 의미를 연구했던 반면, 소설의 유형, 서술 태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