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에 대해서 레포트

 1  연극에 대해서 레포트-1
 2  연극에 대해서 레포트-2
 3  연극에 대해서 레포트-3
※ 미리보기 이미지는 최대 20페이지까지만 지원합니다.
  • 분야
  • 등록일
  • 페이지/형식
  • 구매가격
  • 적립금
자료 다운로드  네이버 로그인
소개글
연극에 대해서 레포트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연극은 내게 있어 아직 낯설다. 카메라를 통하지 않고 내 앞에서 직접 연기하는 배우를 보면, 그가 연기를 하는 건지 내가 실제 남의 삶을 훔쳐보는 건지 낯설어서, 불편하기도 하다. 영화 속의 배우는 내게 그런 불편을 주지는 않았다. 과거이거나 미래이거나, 지금의 내가 있는 곳과는 상관없는 먼 장소이거나 필름에 기록되어진 영화 속의 세계는 현재가 아니었다.
카메라를 통해 보는 세계는 그래서 나의 인생을 간섭하지 않을 만큼 멀리 떨어져서 안전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수많은 리허설과 재촬영, 편집, 후반 작업을 거치면서 영화는 다듬어지고 만들어진다. 그것은 삶이 아니다.
연극의 배우는 직접 등장한다. 나는 객석에 있고 그는 무대에 있을 뿐이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그를 만질 수도 있고 무대 위로 올라가 연극을 망쳐 놓을 수도 있다. 연극은 내가 바라보아야 할 대상 이라기보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 세계와 같아 보였다.
연극의 무대가 사실주의적으로 재현되어서가 아니라 연극 자체가 현실 같다. 그래서 연극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또 하나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처럼 비장하게 느껴진다. 현실이면서도 강렬한 현실, 에너지가 요구되는 집중된 삶. 나는 연극하는 사람들이 낯설지만, 안쓰럽다.
하나의 인생을 살기도 힘이 드는데 또 하나의 현실을 더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극을 다시 바라보면서 연극사를 공부하면서 점점 진지해지게 되었다. 영화나 TV속에서 보던 세계와는 다른 어떤 강렬한 힘을 느끼게 되었다. 낯설고 불편하지만 그 직접적인 물성과의 만남에서 오는 에너지가 나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은 잘 변하지 않는다.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인간은 갑자기 완전히 변할 수도 있다. 우리는 거부할 수 없는 어떤 강렬한 힘을 만나면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힘의 원리에 의해 변화되어 버리는 것이다. 아가페적 사랑도 그런 힘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연극은 인간을 변화 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배우와 관객의 직접적인 만남과 관객 집단의 에너지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환경을 만드는 것 같다. 나는 연극이 그런 본래의 힘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영화와 TV드라마, CF의 미술감독으로 시각적인 이미지를 계획하고 무대를 만드는 일을 해왔다. 대학에서는 회화를 전공했기 때문에 공간을 설계하는 일을 따로 배우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무대를 디자인 하는 일은 건축처럼 도면을 그리고 역학 구조를 분석하는 기술적인 작업은 아니다. 무대디자인은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서 이해하고 강조할 것과 생략할 것을 선택해서 시각적으로 표현해 주는 일이다. 시각적 언어들로 주어진 공간을 만들어내는 작업, 그 자체에 만족하면서 좀더 감각적으로 좀더 세련되게 좀더 모던하게 표현하기 위해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해 왔다. 무대 디자인이 기술적인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제작 시스템 속에서 나는 하나의 기술자가 되어 가고 있었다. 주어진 예산과 주어진 시간 속에서 감독이 공감할 만하고 실패하지 않을 수 있는 어떤 가능한 선택을 하는 데에 점점 익숙해져서 나는 모든 일을 방법적으로 풀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 영혼이 점점 공허해져 갔다는 것이다. 나는 그 작품에 전혀 공감하지 않아도 그럴 듯하게 직무를 수행하는데 별로 어려움을 느끼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별다른 기대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연극은 내게 낯설지만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연극이 나에게 다가오는 느낌은
화면 속의 어떤 것처럼 피상적이지 않았다. 직접적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너는 왜 그렇게 사느냐? 너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말해봐라. 그런 질문에 당황스럽지만 외면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나의 내면을 건드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고대의 인류로부터 지금까지 인간은 영혼과 죽음의 문제 앞에서 숙연해졌다. 눈에 보이는 물질 세계는 인간의 유한한 생명과 함께 소멸하고 말지만 인간의 영혼은 육체의 죽음과 함께 소멸하고 마는 것일까. 영혼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영혼은 불멸하는 것일까. 나는 연극의 역사가 인간의 이런 영혼과 죽음의 문제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서 시작하고
그런 질문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데에서 아직 낯설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연극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를 관통하며 우리에게 의미를 던져주는 연극들은 그러한 질문을 싸안고 고민하며 슬퍼하거나 서로 위로하고자 했던 진지한 인간의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화려하게 장식된 무대보다도, 컴퓨터 그래픽 CG로 상상의 세계를 그려서 보여주는 영화보다도 이상하게 볼품없이 찌그러진 의자만 하나 달랑 놓여져 있는 연극의 무대가 가지는 힘은, 연극이 그런 질문을 해 주기 때문이 아닐까.
알면 알수록 허무해지는 것이 있는 반면에, 알수록 진지해지는 것이 있다. 우리를 진지하게 만드는 것, 나는 그것이 진리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연극이라는 행위를 통해 영혼의 문제와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그리고 인간들 관계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계속해 왔다는 것이 우리가 이러한 물질적 감각의 시대에도 연극하는 사람들을 알고 싶어하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연극사 속에 등장하는 작품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것 같다. 현재에도 우리를 전혀 감동시키지 못하는 거대한 대작이 있는 반면에 과거의 작품인데도 현재까지 계속해서 인간의 영혼을 울리는 살아있는 작품이 있다. 그것이 텍스트로서의 문학과는 또 다른 연극 행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