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18과 기억 그리고 소설 - 죄의식의 표출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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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518과 기억 그리고 소설
죄의식의 표출 양상
“5월 20일 전남도청 앞 발포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발포 명령자를 찾기 위해 우리 위원회는 노력했으나 그 명령자를 찾는 성과는 거두지 못했습니다.”
2007년 7월24일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인 박창일 신부는 언론을 통해 이렇게 발표했다. 5.18에 관한책임론은 여전히 답보상태이다. 혹자는 그 날의 사건의 방아쇠를 당긴 전 전 대통령이 살아있는 이상 5.18의 진상은 밝혀질 수 없다고도 한다. 하지만 ‘5.18과 기억, 그리고 소설’의 3장에서 그날의 참상에서 살아남은 자들을 포함한 피해자들, 그날 이후 자신들이 자행한 폭력을 뒤늦게 후회하는 가해자들, 광주의 비극을 알지만 그 비극의 깊이를 알지 못하는 국외자들 그리고 항쟁의 주도 세력이었지만 대부분은 그날의 희생자가 되지 않았던, 혹은 침묵했던 지식인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고통 받으면서 그날을 상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타의에 의해서 폭력의 하수인으로 돌변한 이들 역시 가해자
어디에선가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공수부대가 전남도청 앞에서 군가를 부르고 있는 오래된 영상을 본 기억이 난다. 인상 깊었던 것은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이 있을 수 없는 군대라는 특수집단에서 일률적으로 행해지는 일종의 의식 속에서 한 병사가 아닌 한 사람의 얼굴이 조용히 숙여지는 한 공수부대원의 희미한 얼굴이 클로즈업 될 때였다. 가해자들의 가장 우두머리에 있는 자가 5.18에 대한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현실에서 가해자 모두가 김주호와 같은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비극적인 현실에 순응해야만 살 수 있는 가련한 폭력의 가해자들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죄의식으로부터 오는 고통이 단순히 소설을 통한 보여주기가 아니라 그들의 내면까지 깊숙이 묘사하면서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함으로써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날의 가해자 역시 거대권력의 폭력으로부터 이용당한 희생양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비극 속에 살아남은 것조차 죄라고 여기는 생존자들
소설 ‘봄날’에서의 상주, ‘밤길’에서는 김 신부와 같이 도청을 빠져나온 요셉. 그리고 ‘다시 그 거리에 서면2’에서의 찬수는 학살이 자행되는 공포와 죽음의 상황에서 자신만의 안전을 도모했다는 죄의식에 고통 받는다. 어쩌면 그날의 생존자들은 ‘봄날’의 상주처럼 평생을 죄책감으로 자신의 남은 인생을 망치면서 살 수도 있다. 그들의 자괴감으로부터 오는 고통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지만 5.18의 항쟁이 부정되었던 사회에서 그리고 지금도 과거사 청산이 안되는 상황에서 죄의식의 근원을 찾아야 한다. 소설 ‘밤길’에서의 김 신부가 요셉에게 하는 말에 이러한 부분이 잘 드러나 있다. “살아남은 자의 나머지 삶 전체를 걸어 동지들의, 형제들의 생명을 유린한 자들과 싸우는 것, 이것만이 죄의식으로부터, 부끄러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하지만 정작 살아남은 자들은 일상으로 회귀하는 중에 살아남은 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 것인지 반문한다.
소설은 시대상과 사회모습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소설 ‘아들과 나무거울’이 시사하는 것처럼 그날의 정신과 생존자들의 생에 대한 다짐이 연속성을 가져야 하고 우리는 이것들이 표현된 소설을 통해 공포와 죄의식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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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을 알지만 깊이를 모르는 국외자
서울토박이인 나는 전남대학교에 입학한 뒤 서울에 사는 친한 친구와 5.18묘지를 가본 적이 있다. 5.18이 발발한 광주에서 여태껏 살지도 않았고 5공화국 시대에 태어나지도 않은 나는 묘지에서 나보다 어리거나 나와 비슷한 또래의 학생의 죽음을 증명하는 묘지 앞에서 무심하게도 단지 안쓰러움만 표현했다. 때문에 이처럼 5.18을 하나의 텍스트로 배우고 하나의 인권유린 사건으로 밖에 느끼지 못하는 국외자들의 시선으로 광주의 그날을 바라보는 것은 딱히 의미있는 작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5.18이 왜 일어났고, 얼마나 참혹했으며, 그들은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고 답을 찾아가지만 국외자의 이해와 의도에 따라 왜곡된 광주라고 말하는 소설 ‘광주로 가는 길’처럼 광주의 비극을 알지만 비극의 깊이를 모르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식인의 자의식
얼마 전 ‘아람회사건’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1981년 구속되었던 박해천씨 등 6명에게 무죄, 유가족들에게 총 184억을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그는 평범한 중학교 교사였다. 하지만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신군부의 진압실상을 알리는 유인물을 충남 금산 지역 주민 등에게 배포한 혐의로 기소당해 징역형을 당했다. 5.18 항쟁을 주도했지만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었던 지식인들이라고 생각하지만 많은 이들은 이와 같이 투쟁했고, 이 책에서 지적하는 소설들의 주인공들 같이 또 많은 이들은 이에 침묵했다. 투쟁한 이들은 폭력에 의해 억압되어 육체적인 고통을 겪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죄의식이라는 정신적 고통을 떠안게 되었다. 소설 ‘이 사람은 누구인가’는 이러한 고통들로 괴로워하고 자신의 존재마저 부정하는 이들이 있지만 그 날 이후 어떻게 모든 것이 그대로일 수 있는지를 독자들에게 넌지시 물음으로써 그날의 비극을 기억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마치며
얼마 전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대구공고에서는 전 전대통령을 자랑스러운 동문으로 여겨 큰 초상화를 걸어둘 뿐만 아니라 곳곳에 그의 흔적들을 찾을 수 있다고. 학교 측은 공고에서도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라고 한다. 하지만 광주에서 시민에게 발포명령을 내린 당시 보안사령관을 그리고 그에 대한 일말의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그를. 쿠테타로 대통령이 된 그를 모교학생들이 자랑스러워 할지 모르겠다.
우리가 개인들의 고통스런 기억에 기반한 소설을 포함한 문학작품들을 통해서라도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당한 5.18의 공포스러운 기억들이 정말 그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닐 때 밝혀질 진상들에 대한 증거자료 유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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