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의 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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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공연의 강도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공연의 강도(intensity of performance)
2003년 겨울.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생활공간 안에서는 무수히 많은 사건(event)들과 공연(performance)들이 행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팽배해 진건 불과 몇 년이 되질 않는다. 아니, 어쩌면 지금도 “즐긴다.”라는 개념이 대중들에게 보편화되어 가고 있는 중이라 할 수 있다.
“즐긴다.”라는 말에는 관객들이 접하는 모든 문화 현상과 행위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고 더 나아가 공연에 흡수되어 같이 참여한다는 개념이 포함된다. 이렇듯 즐기는 문화가 정착되어가는 시점에서 행위자들은 보다 철저한 책임감이 요구된다. 행위자(포괄적 의미에서의 공연 제작인원)와 관객이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공연을 완성하는 관계이지만 공급자와 수요자의 관계로 비춰볼 때 능동적 성격을 띤 공급자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연극 연출가인 피터브룩은 “배우는 물고기인데 관객이라는 물을 만났을 때 물고기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다. 또한 물의 양이 얼마인지에 따라 특성의 표현도 조절 된다”라고 하면서 공연에 있어서 행위자와 관객의 상호관계를 잘 설명하고 있다.
공연에 있어서 행위자의 궁극적 목적은 작품을 완성하여 관객에게 전달하는데 있고 관객은 그것을 수용함으로써 공연이 완성된다. 따라서 공연을 준비하는 행위자들의 의식은 최종적으로 관객에게 향해있다. 행위자들은 다양한 공연적 요소들을 수집하고, 그것들을 적절히 배치하고 활용하여 관객들이 흥미를 가지고 공연을 관람하거나 참여하도록 하는 수준 높은 공연의 완성을 끊임없이 시도한다. 이것을 위해 행위자들은 다양한 곳에서 재료를 찾기 위해 애쓴다. 여기에서 새로운 이론들이 발생하고 다양한 공연 형식들이 나타난다.
요즘의 공연들을 접하고, 작업에 참여 하면서 내가 가장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공연의 강도(intensity of performance)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연출이 작품을 무대에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요소들을 자신의 의도대로 취합하고 통합하여 적용함으로써 극적 분위기를 고조 시키거나 저하시켜서 극의 완성도를 이끌어 내기 위해 하는 모든 노력들이 결국 ’공연의 강도‘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강도(intensity)’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내제된 ‘감정’ 혹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진행되고 있는 공연에서, 일상생활에서, 자연의 흐름에서, 즉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주변 환경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리챠드 쉐크너는 공연을 해오면서 관찰과 경험을 통해 ‘총체적 저조의 긴장성(total low intensity)’과 ‘총체적 고조의 긴장성(total high intensity) 두 가지 상반되는 감정상태로 분리하여 정의하고 있다. 총체적 저조의 긴장성은 극도의 평온함을 느끼는 상태, 즉 불교에서 말하는 사물과 내가 합일되는 선의 상태에 빠졌을 때의 심리상태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반복과 축적을 매개로 긴장을 유발한다. 총체적 고조의 긴장성은 고도의 흥분된 상태로 기독교의 방언, 폭동, 축구경기에서 일치되게 느끼는 흥분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은 흥분을 매개로 하여 리듬의 강 약 조절, 감각기관에 예상치 못한 공격 등 일련의 구조를 갖는다.
이 상반된 두 감정상태는 결국 균형의 창조, 균형의 파괴, 균형의 유지와 관련이 있다. 균형의 창조와 파괴, 유지에 의해 발생되는 효과나 현상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자주 두개의 시커먼 먹구름이 서로 혼합되면서 천둥과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이것은 고기압과 저기압이 충돌함으로써 힘의 균형이 파괴되어 천둥번개가 치고 비와 같은 산물을 발생시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요리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재료들이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룸으로써 각각의 재료들이 지닌 특유의 맛이 사라지고 새로운 맛이 탄생된다.
균형의 형성→유지→균형의 파괴→유지→균형의 새로운 형성을 통해 공연의 강도가 유발되고 또한 리듬과 템포가 형성된다. 스포츠에서는 이러한 패턴이 잘 드러난다. 축구경기에서의 균형의 형성, 파괴, 유지는 상대팀과 선수들과 관중들, 선수 자신의 신체와 정신력 사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경기하는 두 팀의 전력이 차이가 날 경우에 경기는 어느 한 팀에게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관중들은 그 경기에 흥미를 잃게 된다. 하지만 두 팀의 전력이 비슷할 경우에는 관중들은 선수들과 호흡을 같이하며 경기에 집중하게 된다. 한국과 일본의 경기는 그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경기가 시작되면 두 팀간의 전력이 비슷하여 팽팽한 공방을 반복한다. 즉 두 팀간의 균형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한 팀에서 슛을 날릴 경우 그 균형은 잠시 깨지게 된다. 파괴된 균형은 지속되다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다시 두 팀간의 힘의 균형이 형성된다. 관중들은 이러한 경기를 관람하는 시간 내내 긴장했다가 풀리고 유지되다가 다시 파괴되고를 반복함으로써 극도의 강도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리듬과 템포가 적절히 만들어지지 않으면 공연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게 되고 반대로 공연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면 그것은 리듬과 템포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리듬과 템포는 공연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그것을 발생시키는 것은 균형의 창조와 파괴, 유지이고 이것의 근원은 ‘강도(intensity)에 있음이 확실하다.
결국 ‘공연의 강도’에 대한 연구는 공연의 본질에 대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공연에서 활용되어진 여러 요소들이 가지고 있는 힘의 상호작용을 통해 균형을 창조, 파괴, 유지함으로써 공연의 강도가 발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도(intensity) 공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면서도 민감한 부분이다. 그것은 짧은 시간이 지나면 곧 익숙한 것이 되고 어떠한 공연에서 느껴진 공연의 강도는 다른 공연에서는 이미 진부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관객과의 직접 만남은 공연예술이 지니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데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현장성에서 발생되는 강도를 얻기 위해 오는 것이다. 이처럼 공연의 강도는 공연의 본질적인 측면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공연에서의 행위자들은 공연의 강도를 이해하지 못하고는 좋은 공연을 만들어내기 힘들다고 생각된다.
‘공연의 강도’에 대한 이해는 연극 작업에 있어서 창조성과 직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다양한 형식과 다양한 매체들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공연예술의 세계에서도 공연의 강도라는 본질의 문제는 언제나 공연 행위자들의 지향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