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사회 - 권도
분야
hwp1. 권도의 개념
경(經)이 보편적 행위 규범 또는 행동 준칙이라면, 권(權)은 긴급 사태의 경우나 보편적 행위 규범들이 상충하여 하나의 규범을 선택할 수 없을 때, 상충하는 규범들의 경중과 선후를 분별하는 것이다. 즉, 권이란 보다 크고 중요한 의리를 실현하기 위해 작은 의리를 버리거나 굽히는 것, 의리의 경중을 헤아려 변통하는 것이다. 『霞谷集』, 卷15, 孟子說 下, 諸章雜解.
전통 유가철학에서 권의 기본의미는 저울(鐘)이다. 저울은 어떤 물건의 가벼움이나 무거움을 활용하여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전통의 동아시아 사회에서 사람들은 저울을 활용해 물건을 측정할 때에 정지의 상태가 아니라 움직임의 상태에서 진행한다. 이것은 저울이란 움직임 가운데 평형의 상태를 유지하여 균형을 맞추는 도구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권이란 움직임 가운데 어떤 물건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균형을 잡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 유학자들은 이 권을 변화하는 현실 사회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합리적인 균형을 찾는 역할로 생각한다. 이철승, 「『논어』에 나타난 ‘권도(權道)’의 논리 구조와 의미」, II장, 한국중국학회, 2010, p.532
2. 전통 유가의 경과 권도의 관계
전통 유가에서는 경과 권도를 관련시켜 언급한다. 하지만 경과 권도의 관계에 대해 학자들은 시대에 따라 달리 해석하고 있다.
1) 한대(漢代)
한대의 학자들은 경과 권을 일정함(常)과 변화(變)의 관계로 파악하는데, 이는 『춘추공양전』의 논리에 의거한 것이다. 『춘추공양전』은 봉추보(逢丑父)의 일화를 들며 권도를 설명한다.
서기 전 589년 6월에 노(魯)나라가 진(晋)·위(衛)·조(曹) 등과 동맹을 맺어 안(鞍)의 전투에서 제(齊)나라 군대를 대패시켰다. 7월에 제나라 군주인 경공(頃公)이 국좌(國佐)로 하여금 원루(袁婁)에서 동맹을 맺게 했다. 그런데 당시에 동맹을 맺을 때에는 대부가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군주가 직접 참여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럼에도 경공이 참여하지 않은 것은 경공의 군사가 진나라의 극극(克)의 군사에 포위되었을 때, 경공의 신하이면서 경공과 외모가 닮은 봉추로의 꾀에 의해 경공이 달아났기 때문이다. 곧 봉추보가 경공의 복장을 하고 경공으로 하여금 마실 것을 가져오게 한 후, 새로 맑은 것을 가져오라고 심부름을 시키는 척하며 경공을 도망시켜 돌아오지 않게 했기 때문이다. 이철승, 「『논어』에 나타난 ‘권도(權道)’의 논리 구조와 의미」, II장, 한국중국학회, 2010, p.534
『춘추공양전』에서는 봉추보를 권도를 행한 인물로 여기지 않는다. 동생에게 왕위를 선양하게 한 제중의 방법은 권도에 해당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위기 극복의 선구자가 되어야 할 지도자가 국민의 안녕과 질서를 외면하고 혼자 살기 위해 도망치도록 안내한 봉추보의 방법은 보편 법칙도 아니고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권도도 아니다. 이철승, 「『논어』에 나타난 ‘권도(權道)’의 논리 구조와 의미」, II장, 한국중국학회, 2010. p.534
『춘추공양전』에 의하면 고정된 원리로서의 절대 보편적인 경의 논리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분출되는 새로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권도의 논리를 따를 때에야 비로소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이철승, 「『논어』에 나타난 ‘권도(權道)’의 논리 구조와 의미」, II장, 한국중국학회, 2010, p.535
이철승, 「『논어』에 나타난 ‘권도(權道)’의 논리 구조와 의미」, 2010.
陳來, 『주희의 철학』, 예문서원, 2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