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트 - 과학이 만든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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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읽기자료 1. 자연에 대한 적대적 태도의 기원
곤충에 대한 불안과 공포에는 까닭이 있다. 곤충 자체와 관련된 이유라기보다는 곤충이나 인간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곤충에 대한 현대인의 태도는 인류가 자연을 기계적인 세계관으로 받아들였던 시기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인류는 과학기술을 신봉하기 시작했고, 기이하거나 불가사의한 것은 위험하고 나아가 악의까지 있다고 믿게 되었다.
오늘날 곤충에 대한 우리의 적개심은 오랜 관습과 검증되지 않은 두려움에서 비롯되었으며, 곤충이 적이라는 이미지와 언어 때문에 계속 부추겨지고 있다. 이러한 관점이 현실적이라는 믿음은 너무 보편화된 나머지 우리가 의식하기 전까지는 막대한 영향력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의식하고 나면, 주변에 그 영향력의 증거가 널려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의 신념은 영화 속에서 거리낌 없이 과시된다. 수많은 영화에서 실험 도중 일어난 실수나 비극적 자연현상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곤충이 엄청난 덩치의 괴물로 변한다. 그러다 당연히 인간의 희생이 잇따르고, 과학적 영웅이 등장해서 공포에 떨고 있는 인류를 구하기 위해 곤충 괴물과 대적한다.
영화 제작자들은 흔한 주제의 변주를 위해 늘 곤충에 대한 과학적 발견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쓸 만한 연구 자료가 발표되면 각본에 첨가해 더 그럴싸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과학적 발견은 여태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위기 상황을 만들어 내거나 주인공에게 인류를 위협하는 곤충 괴물을 무찌를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는데 사용된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당연히 우리의 믿음과 일치한다. 우리는 다른 종에 대한 문화적 고정관념을 지속시키는 적대적 이미지를 심어 주며 아이들의 상상력을 단련시킨다. 아이들은 자연세계를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게 된다. 이 시각은 인간중심적 기분에 맞춰 지구의 모든 동식물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곤충을 익충(益蟲) 아니면 해충(害蟲)으로 구분해놓고 이 구분에 의해 해충으로 판명된 곤충은 모든 권리를 박탈당한 채 보는 즉시 죽임을 당하는 표적이 된다.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증오를 학습시키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어떤 어린아이는 게시판에 바퀴벌레를 죽이는 재미있는 방법을 올렸다. 어린이를 위해 쓰인 ‘과학탐구’ 책도 똑같은 사고방식에 기반을 두고 다양한 방법으로 바퀴벌레를 죽이는 아이와 어른의 그림을 실었다. 과학적 정보를 적대적 상상력으로 포장한 것이다.
이런 책은 인간이 싫어하는 특정 곤충이 있으며, 그런 곤충은 죽여도 된다고 가르친다. 10살 정도가 되면 이러한 정보는 이미 아이들의 뇌리에 새겨진다. 어른이 되고나서는 자신이 왜 그렇게 바퀴벌레를 싫어하게 되었는지 아마 기억조차 못할 것이다. 이미 몸에 깊이 밴 반응은 자연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조안 엘리자베스 록, 조응주 옮김,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 민들레, 2004, 31~40쪽 재인용 『사고와표현』, 조선대학교출판부, 2010, 173~177쪽 재인용
읽기자료2.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과학 숭배
19세기 후반에 탄생한 우생학은 서구 사회에 지우기 힘든 흔적을 남겼다. 돌이켜보면 우생학에는 ‘사이비 과학’의 요소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당시 사람들은 이를 탄탄한 근거를 가진 과학이라고 생각했다. ‘과학’에 대한 믿음이 컸던 만큼 우생학이 가져오는 사회적 해악에 대해서 이들은 무관심 했다. 우생학이 가져온 재앙은 사회와 정책이 과학을 무조건적으로 신봉하고, 또 과학자들이 권력의 정치적 요구에 맹목적으로 순종했을 때 그 대가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던 비극이었다.
찰스 다윈은 종의기원(1859)에서 생존 경쟁을 통한 자연선택이 생물 종의 진화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다윈은 다신의 주장을 생물학적 영역에 한정했지만, 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다윈의 진화론은 당시 ‘자유주의’와 같은 사회철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사회 개혁가인 허버트 스펜서는 진화의 생존경쟁이 인간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에 게으른 사람들이 소멸되는 것이 자연 법칙의 순리라고 강조하면서, 약자를 돕는 복지정책은 ‘적자생존’이라는 자연 법칙에 역행하고 그 결과 ‘허약한 형질’을 퍼뜨리는 국가정책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우생학은 이러한 배경에서 태어났다. 우생학이란 단어를 만든 사람은 프랜시스 갈톤 이었다. 갈톤은 우생학을 “향상된 양육을 통해 인간의 유전체를 개선하는 학문” 혹은 “사회적 통제 하에 다음 세대 인류의 질을 향상시키거나 저하시키는 작인에 대한 연구”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보듯이 우생학에는 처음부터 학문적이고 이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선택적인 번식을 통해 인구의 질을 높이는 사회 프로그램 혹은 공공정책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었다.
독일의 우생학은 인종 위생학이라고 불렸다. 우생학자들은 조그만 독일에 알코올 중독자와 신체 허약자만 남겠다고 한탄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생학이 허약자와 병자의 생식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에서 우생학의 영향력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의 전면에 부상했다. 독일 우생학자들은 혼전 건강 검사를 의무화하고 보건증을 교환하는 보건 정책 운동을 시작했으며, 아리안 민족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태도를 드러냈다. 이런 주장은 나치즘의 골간을 형성하는 데에도 중요한 몫을 담당했는데, 히틀러는 독일 민족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우생학의 주장을 나치즘의 핵심원리로 ‘나의 투쟁’에 포함시켰다.
미국의 우생학은 거세법의 통과와 인종 차별적인 이민법을 가져왔다. 이때 제정 되었던 거세라는 우생학적 방법은 흑인이나 다른 유색인에게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자행되었을 정도로 남용되었다. 미국 우생학의 또 다른 특징은 인종 차별주의와의 결합이었다. 우생학자들은 가난이 열성 인자로부터 나오며, 이들의 무능력은 유전적인 것이기 때문에 개선될 수 없고, 따라서 오직 거세와 같은 우생학의 방법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생학은 보통 보수적인 이데올로기와 친화성이 많다.
우리가 똑똑하고 건강한 자식을 원하듯이 한 사회가 똑똑하고 건강한 다음 세대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욕구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생학은 항상 폭력과 강제를 동반했고, 20세기의 역사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홍성욱,「맹목적 과학 숭배가 낳은 재앙: 우생학」, 이상욱 외, 『과학으로 생각한다』, 동아시아, 2007, 274~283쪽 재인용『사고와표현』, 조선대학교출판부, 2010, 178~182쪽 재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