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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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내게 있어서 독서는 ‘때’가 있는 것 같다.
경북 의성의 한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다 보니, 일찍이 도시 문명이란 접할 겨를이 없었고, 다만 집밖에서 동네 동무들이랑 가재 잡고 도랑 치는 게 주된 놀이였다. 도시 친구들이 텔레비전이나 책에서 보던 생활, 혹은 가끔 시골 할머니 댁에 가서 경험해본 생활을 어린 시절 내내 그렇게 자라 왔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소 키우고 벼농사를 짓는 부모님이지만 교육에 대한 열의만큼은 높았다는 것이다. 매번 날아다니는 말로 하시는 말씀이지만 흙에서 실컷 뒹굴다가 해질 무렵 늦게 들어오면 ‘공부는 안하고 어딜 돌아 댕기노!’ 하시며 꾸짖으셨다. 그리고 작은 방 한 칸에 부모님과 형, 나까지 네 식구가 생활했었지만 옷장을 제외하곤 주위엔 ‘자연과 어린이’, 동화 전집 등 각종 책이 빽빽이 꽂혀 있었다. 자연스레 집에 있는 시간이면 이 책 저 책 훑어보게 되고. 아마 그때 했던 독서가 지금의 내가 있게 한 발판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그리고 또 한 번은 군대에 있을 때. 대부분 대한민국에서 병역의 의무를 다한 남성들이 그러하겠지만 난 좀 더 했었던 것 같다. 당시 부대 안에 있는 책이란 책은 모조리 섭렵했으니 말이다.
이 외에는 이렇다 할 독서를 하지 않았으니 이번기회를 빌어 반성을 해봄 직만 하다.
이런 독서인생(?)중에서도 약 10여 년 전 학창시절에 몇 번을 다시 읽었던 소설이 기억에 남는다. 임정진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잘은 모르겠지만 이 책이 지난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언급하셨던 진화한 대중 소설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유독 이 소설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았을까. 당시엔 그저 나와 같은 대한민국의 청소년 소설로 아이들의 풋풋한 연애 담과 지긋지긋했던 수험생이야기로 많은 공감을 얻어 즐겨 읽었지만 되돌아보니 우니 나라 교육의 현실을 강하게 비판한 소설이었다. 책의 겉표지만 봐도 그렇게 적혀 있다.
“어느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어느 의미론 다 같은 희생자입니다. 소설 한 권으로 교육 문제를 다 해결하겠습니까? 뜯어고칠 수가 있겠습니까? 다만 그들을 위로하는 소설이 되기만 해도 큰 성과입니다 저는 그분의 말씀에 공감했습니다. 이 땅의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은 다 같이 위로받아야만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작은 책 한 권이 아주 작은 위로가 된다면 저로서는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찢어지게 집이 가난해 어린나이에도 아침엔 신문배달, 방과 후 에는 어머니 청소 도와드리기로 생업에 뛰어들어야 하고 병원 갈 돈이 없어 집에 계시는 아버지를 보셔야 하는 창수. 그리고 그 이면에 서있는, 기사가 차를 가지고 모시고 다니는 촉새와 문도. 학급에서 1등 전교 6등이란 성적표를 받고도 활짝 웃지 못하는 모범생 은주와 만년 꼴찌, 꼴통 봉구와 천재.
소설 속에는 모두가 공감할만한 인물들을 아주 대조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서민과 부자들, 그리고 소위 말하는 엘리트 계층과 노동자 계층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들은 소설 안에서 다양한 갈등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2학년이 되어 은주와 같은 반이 되어 행운이라 생각하는 봉구는 한 교실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묘한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위에서도 언급했다 시피 1등과 꼴지. 성적순에 의한 거리감이다. 실제 학교에서도 보면 유유상종이라고, 공부 잘하는 애들끼리 어울리고 문제아이들 끼리 어울리고, 비슷비슷한 아이들 끼리 어울리는 게 태반이다. 말하고 보니 어감이 조금 이상하다. 비슷비슷한 아이들? 각자의 개성으로 똘똘 뭉쳐진 아이들을 성적이 비슷한 아이들 끼리 묶어 버린 건 누군가에 의한 강요가 아니라 자연스레 행하여지는 현실인 것이다. 아이들도 나름의 생각이 있다. 그 시기에는 누군가를 사귐에 있어서 자신과 공통점을 보고 서로 접근을 하지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듯 한 학우에게 친구하자고 선뜻 손 내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학교에서 가장 우선시 되는 학업 성적은 이미 아이들도 모르게 어떤 틀을 만들어 준 것이다. 자연스럽게 비슷비슷한 성적의 아이들이 친구관계를 맺고 그게 사회로 그대로 이어져 공부 잘하는 집단은 사회의 지도층을 이루면서 서로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계속 그 관계를 이어가고 그렇지 못한 집단은 사회에 나가서도 노동자 계층을 이루며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이나 기울이며 살아가는 것이다.
‘저 자식은 언제 봐도 기분 나뻐. 나중에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나타나서 속 썩이는 건 꼭 저런 놈들이래. 뭐 월부책사달라, 보험 들어 달라, 보증 서 달라, 애새끼 등록금 좀 꿔 달라, 동창들 관계 봐서도 8학군으로 가야 한다고 우리 엄마가 우기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어’
위의 내용만 봐도 쉽사리 확인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미 아이들의 머릿속엔 ‘돈돈돈’, 상대방의 돈을 보고 관계를 맺고 인간성을 평가해 버린다.
이 밖에도 부와 가난을 대조시킨 창수와 문도-촉새 , 고등학생의 나이에 낙태를 두 번이나 경험한 미선이, 그리고 각 종 학교의 교육현실을 표면에 내세워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