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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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그 해 겨울
비평을 처음 하게 되는 나로써는 글 쓰는 것 만큼이나 책 선정에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작년 수업시간, 문학기행 이라는 수업을 통해서 이문열 작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그 계기로 인해 책을 선정하는데에 있어서 어려움은 덜었다. 늘 읽었던 책,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는 흔한책보다 새로운 작품을 만나보고 싶었다.
「그 해 겨울」을 처음 읽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이 소설의 주인공이 혹시 작가 자신이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작가 자신의 경험이 이 소설 속에 형상화된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이는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와 같이 생각하게 된 까닭은 이 소설이 1인칭 시점으로 되어 있으며 작가가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기에 살았던 사람이고 배경이 되는 곳이 경상도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 소설에 대해 연구할 때는 작품 자체에 대한 연구보다는 작가에 대한 연구에 치우쳤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전기가 아닌 소설임을 자각할 때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과 작가를 동일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야기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전개되고 있는데 대학에 들어간 그 해 여름, 주인공은 사랑에 실패하고 새로운 사회에 대한 기대가 좌절되면서 자신이 머무르던 학교와 도시를 떠난다.
도시를 떠나 주인공이 처음으로 머무른 곳은 작은 면소재지의 여관이다. 이 곳에서 주인공은 방우로 머물면서 허드렛일을 하게 된다. 그 여관은 가을이 되면서 저녁에는 시골 요정으로 변하는데 이 곳에 모여드는 사람들은 그 지방 특산물의 등급을 매기는 직급이 그리 높지 않은 공무원이다. 이 지역 사람들은 그들에게 자시들의 수확물 잎담배의 등급을 조금이라도 더 높게 책정하기 위해 접대를 하는 것인데 여기서 우리는 작은 시골마을까지도 부패하고 천박한 자본주의에 물들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의 단면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그 곳 생활에 크게 불만을 갖지 않았던 주인공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내면으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이제 너는 까닭 없이 너를 몰아낸 그 허무와 절망의 실체를 파악했는가. 그렇게도 열렬하게 도달하고자 했던 이른바 그 ‘결단’이란 것에 조금이라도 접근했는가...
이와 같이 주인공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시기를 같이해 외부로부터 가해져오는 압력으로 인해 주인공은 그 곳의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 여행에서 주인공이 최종 목적지로 삼은 곳은 대진의 바닷가다. 이곳은 이백리나 되는 눈 덮인 태백산맥을 넘어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지만 주인공은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따라 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떠난다.
다른 성장소설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의 주인공 역시 이 여정 속에서 자신의 내면적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물들을 만나고 몇 가지 시련을 겪게 된다.
그 첫 번째 인물은 여행을 시작한 둘 째날 만나게 되는 ‘창백한 얼굴의 폐병쟁이’다. 여행의 첫날,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 맞춰 자신의 모습을 바꾸던 주인공은 폐병쟁이를 만나서도 그와 같은 짓을 되풀이한다. 그에게서 풍기는 지적이고 사변적인 분위기에 맞춰 구도자 가 되어 자신의 얄팍한 지식을 한껏 부풀려 신나게 떠든다. 그런데 자신과 헤어지고 돌아서서 참았던 경멸이 담긴 웃음을 피까지 토해가며 터트리는 폐병쟁이를 보며 주인공은 처음에는 그에 대해 살의까지 느끼지만 곧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민주와 자유를 부르짖었던 학생운동,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문학서클, 천 권에 해당하는 독서조차도 진정한 탐구의 목적은 아니었으며 그것이 얼마나 헛된 것이었는지를 폐병쟁이의 웃음을 통해 처음으로 깨닫게 된 것이다.
나는 감히 말하였다. 이념은 나를 배반했고, 아름다움은 내 접근을 거부했으며, 학문은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 라고. 판단을 얻기도 전에 가치를 부인했고, 근거 없는 절망과 허무를 과장했다. 그리고 끝내는 말초적인 도취와 탐락에 빠져 모든 것을 망쳐버렸을 뿐이다.
주인공의 이와 같은 자조 섞인 자기 시인은 주인공에게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진심으로 구하지 않고 쉽게 절망하고 자신에게 놓여진 환경을 탓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또는 앞으로 살아갈 모든 젊은이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두 번째로 주인공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은 주인공에게 먼 친척 뻘 되는 누님이다. 이루지 못할 사랑을 경험하면서 진정한 절망이 무엇인지 깨달은 누님의 말을 통해 주인공도 진정한 절망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그녀는 라고 말하면서 주인공에게 피하지 않고 현실에 정면으로 맞서기를 부탁한다.
누님과의 만남을 뒤로 한 채 다시 여행길에 나선 주인공은 눈 덮인 창수령(蒼水嶺)을 넘으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겸손함에 압도됨과 동시에 자연의 완전성에 새롭게 절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