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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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퀴즈쇼
이 인물을 말하고 싶다.
- 스스로 자립하지 못하는 그림자와 같은 회색빛의 청춘.
‘나’가 나온다. 바로 지금의 나의 모습이 소설 속에 등장한다. 김영하의 장편소설 『퀴즈쇼』의 주인공은 ‘나’를 포함한 현재 우리 이십대이다. 이십대라면 누구나 공감이 갈 만한 주인공을 통해서 우리들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이민수. 사생아로 태어난 스물일곱살의 백수. 대학원까지 나온 지식계층. 그러나 돌아가신 할머니, 최인숙이 남긴 빚으로 인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힘든 생활을 하게 됨. 바로 이 인물이 『퀴즈쇼』의 주인공이다. 소설 속 이민수의 성격과 그가 하는 행동들은 현재 이십대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이민수라는 인물은 결코 바람직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껄끄러운 문제들을 회피하고 삶을 진지하게 생각하여 계획하지 않으며, 사람을 대하는 것도 자기중심적이다. 이것이 바로 이십대인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점이 너무 안타깝다. 작가는 이 소설을 시작하게 된 최초의 동기가, 바로 이십대 혹은 이십대적 삶에 대한 연민이었다고 말한다. 왜 김영하는 젊은 청춘들에게 연민을 느꼈는지, 그 이유가 소설 속 이민수의 삶으로 드러나 있다.
이 소설의 내용 중 대부분을 이민수의 생각이 차지하고 있다. 이민수를 1인칭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그가 머릿속으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가 소설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얼핏, 이 인물은 굉장히 생각이 많으며 깊이 고뇌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생각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고뇌의 흔적은 거의 없다. 빛나와 헤어진 후에도 이리저리 갈팡질팡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이내 인터넷 퀴즈방에서 만난 ‘벽속의 요정’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인물에게 끌린다. 고시원에서 만난 여자에 대해서도 무엇인가 생각하는 듯하지만 정작 그녀가 무엇 때문에 힘들어 하고, 또 무엇 때문에 자살을 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답을 찾으려 그리 노력하지는 않는다. 어머니 대신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가 죽었을 때도, 생전의 그녀의 모습이 담긴 영화를 찾아 볼 뿐, 그녀의 삶과 자신과의 관계 등에 대해서는 그리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해서는 정말 심각할 정도로 생각이 없다. 대책 없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고, 취업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그저 그때그때, 현재 상황만 고려할 뿐이고, 겉으로 드러난 상황에 대한 생각들만 할 뿐이다.
곰보빵 할아버지는 이민수에게 깊이 생각하기도 전에 질문부터 해버린다고 말한다. 어쩌면 우리 이십대들에게 깊은 사색과 고민들은 불편한 것일 뿐인 지도 모르겠다. 컴퓨터 키보드만 몇 번 타닥타닥 두드리면 네이버의 지식인들이 모든 답을 가르쳐 주고, 마우스만 몇 번 클릭하면 수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질문은 키보드나 마우스와 마찬가지인 존재이다. 질문하면 바로바로 누군가가 답을 가르쳐 주는데, 오랜 시간 혼자 끙끙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좋은 말로 쿨한 인생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편하지만 속이 부실한, 편의점의 즉석 김밥 같은 인생이다.
이렇게, 고민은 할 필요가 없다는 이십대적인 삶의 태도는 이민수가 자신의 앞에 커다란 문제들이 닥쳤을 때, 도피해 버리는 행동으로 드러난다. 실제의 삶이 온라인의 가상세계와 같을 수는 없다. 삶 속에는 수많은 현실 문제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이십대 중반까지, 그러니까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부모는 자녀들의 방어벽이 되어준다. 이민수에게는 할머니가 방어벽의 역할을 해주었다. 그러다 문득 자립해야할 시기가 왔을 때, 아무 것도 모르고 온라인에서 유영하던 이민수는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자신 앞에 놓인 문제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그냥 가장 편한 방법으로 도피를 선택하는 것이다. 빛나와 헤어질 때도 그녀를 속여서 집 밖으로 내보내고 다시 안보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 둔 것도 사장과 문제가 생기자 도망간 것이다. 또 회사로 들어가게 되는 것도 지원과의 사이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다가, 또한 고시원에서 여자가 자살한 이유를 고민해 보다가,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모르겠으니 도피처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러한 행동 또한 오프라인의 세계보다 온라인의 세계를 더 사랑하는 이십대들의 특성이다.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게임이 안 풀리면 다시시작하면 된다. 채팅방에서 말싸움이 나면 그 채팅방에서 나가면 그만이다. 이민수는 온라인 가상세계의 원리에 푹 젖어있어서 현실에서까지 그대로 행동하는 인물인 것이다.
이민수는 ‘이민수’라는 그의 이름보다는 ‘롱맨’이라는 그의 온라인상의 별명으로 불리기를 원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온라인에 익숙해져 있는 이민수는 오프라인의 삶도 온라인상의 가상현실 같기를 꿈꿨을 것이다. ‘롱맨’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동안은 아무도 그에게 사생아임을 묻지도 않고, 더 이상 고시원 단칸방에 사는 가난한 백수도 아니기 때문이다. 유리는 그에게 회사 안에 있는 자신들은, 지구에서 자신들의 정신만 전송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온라인에서 진정한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존재하는 것과 같은 공간이 회사라는 말이다. 이민수는 그 공간에서 놀랍도록 빨리 적응했고 또 그 공간에서 ‘롱맨’이라는 별명으로 ‘메두사’와 관계를 맺는다. 마치 예전에 인터넷 퀴즈방에서 ‘벽속의 요정’과 사랑에 빠졌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는 끝까지 아무것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다. 그가 꿈꾸던 가상공간과 닮아있는 회사는 우리가 채팅을 그만하고 싶을 때면 언제든지 오프라인으로 나올 수 있는 것처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회사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공간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심 ‘롱맨’이 회사에서의 생활에 스스로 깊은 회의를 느끼고 사람냄새 진하게 나는 삶을 살기를 다짐하면서 제 발로 뛰쳐나오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이민수는 흉기를 들고 위협하는 유리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회사에서 도망쳐 나온다.
이러한 이민수라는 인물이 이십대로 설정된 것을 부정하고 싶다. 그래서 그를 십대나 삼십대에게 떠넘겨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든다. 그러나 만일 소설에서 이민수가 스물일곱 살이라는 것과 대학원을 졸업했다는 것 등의 정보를 주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그가 이십대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작가가 고심하여 만든 인물이고, 작가에게 연민의 감정을 갖게 해 준 이십대의 특성들을 충실히 부여해 놓은 인물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민수는 마냥 부정적인 인물만은 아니다. 그에게서 희망을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작가가 이십대들의 부정적 측면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고발하면서도, 그들이 행복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민수는 결국 ‘회사’에서 나와 ‘벽속의 요정’이 아닌 ‘지원’과 다시 만난다. 그리고 생활의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헌 책방에서 일을 해보리라 마음을 먹고 컴퓨터 대신 다시 옆에 책을 두었다. 물론 이민수가 다시 돌아가든 돌아가지 않든, ‘회사’로 들어가는 ‘게이트’를 찾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온라인의 짜릿한 게임세계에 대한 미련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이 마음은 꼭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보다는 어쩌면 단순한 호기심일 수도 있다. 이렇게 이민수는 현실에서 진지하게 다시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지원’과의 관계도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할 수 있다. 최소한 이전의 ‘빛나’와 같은 관계는 아닐 것이라고.
김영하의 『퀴즈쇼』를 읽으면서 나와 너무 닮은 성격의 이민수를 보면서 문득 나도 모르게 한 노래를 중얼거리게 되었다.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이다. 지금의 나처럼, 마음의 따뜻한 온도까지 느낄 수 있는 인간관계도 제대로 가지지 못하고 삶을 마치 퀴즈를 풀어내듯 쉽게, 틀리면 그냥 기분 나쁘고 마는, 그러면서도 매우 경쟁적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내가 나중에 나의 청춘을 되돌아 볼 때 무엇이 남아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정말 내 기억 속에 무엇이 남아 있을까.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에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지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나는 다만 나를 감추려고만 하고 내 주위의 사람들에 대해서 냉담했던 것 같다. 좀 더 인생을 따뜻하게 살았었다면... 점점 더 잊혀져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나와 이민수를 포함한 현재의 이십대 청춘들. 앞으로 회색빛 그림자가 아닌 찬란한 태양처럼 살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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