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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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내가 은희경의 작품을 처음 읽은 것은 21살. 군대를 입대한 뒤 무료한 일상과 정말 유흥이라고는 아무 것도 찾아볼 수 없는 내무실에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던 시절이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봄직한 소설가라는 생각과 제목이 던져주는 묘한 느낌이 나를 그 책으로 인도했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책은 내용은 한 젊은 여자의 예사롭지 않은 연애담이었다. 대학에 진학해 한명의 여자와 짧은 연애를 하고 - 나에겐 첫사랑이었다. - 몇 명의 짝사랑의 감정을 가진 것이 이제껏 사랑에 대한 목차가 전부인 나로선 상당히 파격적인 소설이었다. 내 주위엔 그렇게 위험한 연애를 하는 사람은 없었고 한다 해도 주인공 강진희처럼 인생의 모든 것을 초탈한 사람 마냥 느긋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2004년 2월 제대할 때까지 나는 그 책을 세 번 정도 읽었던 것 같다. 처음에 읽을 땐 의심반, 걱정반으로 읽었다. 과연 이런 연애가 내가 모르는, 내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그 시기엔 나타나는 것일까? 그 순간 내 쓰디쓴 첫사랑의 이별의 아픔과 그 당시 아직 잊지 못한 옛 연인에 대해 난 약간의 비관적인 의심이 생겨났었다. 그 땐 몰랐지만 나 역시 주인공 진희처럼 이기적인 사랑을 한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리고 매몰차게 나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내 앞에서 뒤돌아 가며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던 그녀가 그러지 않았으냐는... 그리고 보석보다 아름답고 가치 있다는 소중한 추억의 한편이 광택을 잃어가며 동시에 강박관념도 서서히 사라진다는 새 차처럼 느껴질 때 스스로 그 고결함을 추락시키는 것 같아 걱정하기도 했었다. 그래서인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는 긴 한숨과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씁쓸함이 내 주위를 감싸 돌았다. 하지만 그 책은 나에게 한 번 읽혀져 중대 휴게실에 있는 책꽂이에 꽂히던 다른 책들과는 달리 내 개인 관물대에 보관되었다. 그만큼 그 소설은 뭔가 특별한 점이 있었다.
내가 두 번째로 그 책을 읽을 땐 그 책에서 나오는 등장인물 정도는 못 되어도 나름대로 포용적인 태도로 나 스스로를 소설 속에 빠뜨렸던 것 같다. 그러자 주인공 강진희란 여자가 소설 속 남자들의 눈처럼 참 매력 있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그런 쿨한 여자를 만나 본 적 없고 또 소설이라는 비현실적 경우의 대리 만족이란 장점을 들었을 때 진희의 주위에 있는 남자들 중 하나가 나였으면 하는 상상은 나름 기분 좋은 일탈이었다. 그리고 또 다시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이 왔을 때, 나는 나 스스로 연애에 대한 감정과 생각이 훨씬 개방적으로 바뀌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와는 달리 세 번째를 미리 예고하게 되었다. 강진희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진 것이다.
처음으로 읽고 난 뒤 두 번째 읽게 된 기간보다 더 짧게 난 세 번째로 그 책을 다시 잡았다. -물론 두 번째 이후로도 그 책은 여전히 내 관물대를 떠나지 않았다.- 이번에 책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앞선 두 번의 경우와는 사뭇 달랐다. 한손엔 펜을 쥐고 읽는 내내 다이어리는 책 근처에 두고 말이다. 이 후 은희경의 소설 대부분이 그러하고 그 것이 그녀의 문체 특징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의 소설에는 사랑 또는 연애에 대한 명언과 같은 주옥적인 글들이 자주 보인다. 한 평론가는 전문 용어로 페미니즘으로 윤색된 아포리즘 표현이라고도 한다. 「새의 선물」,『문학동네』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 본심 심사평, 김화영
나는 책의 구석구석을 읽어가며 그런 곳을 찾아 밑줄을 긋고 다시 다이어리에 옮겨 적었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책 한권을 다 읽었다는 뿌듯함과는 다른 또 그것과 비교도 안 되는 뿌듯함을 느꼈다. 마치 이제 사랑과 연애에 대한 밝고 어두운 모든 면을 깨우친 것 마냥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은 주인공 강진희에 대한 느낌이 많이 변해있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연애에 대해 매우 쿨한 멋진 여성이라고 생각해 왔던 내 생각이 차츰 그녀를 동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결혼의 실패를 한 번 겪었고, 두 번의 중절 수술을 했으며, 전 남편 사이에 아이는 없는 현재의 싱글인 대학교수이다. 물론 소설 후반부엔 문란한 개인 사생활이란 이유로 그 직업마저도 읽게 된다. 이런 그녀의 삶이 힘겹게 보이고 독자로 하여금 그녀를 위로해주고 싶지만, 결정적으로 그녀가 위로 받아야 할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녀는 사랑에 대해 자신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에게서 프러포즈를 받아도 이를 뿌리친다. 영원한 사랑에 대해 불신하고 자기 자신이 그 사랑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믿지 못하는 것이다.
처음엔 작가가 왜 진희 같은 여자를 생각하게 되었을까? 왜 끝까지 이 여자를 사랑이라는 해피엔딩의 주인공으로 만들지 않았던 것일까? 혹시나 아픈 사랑의 경험에 극단적으로 사랑을 믿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 이유는 그녀의 이전 소설 「새의 선물」 「새의 선물」,『문학동네』, 2005
에 있었다.「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의 작품평에 언급이 되어 알았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은희경의 첫 장편소설「새의 선물」과 동일인물이며, 앞선 작품에 이어지는 속편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번 ‘현대소설론’ 보고서를 준비하면서「새의 선물」이라는 소설도 읽어보았는데, 그 후에야 나름 진희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남들보다 조숙했고, 엄마의 부재와 동시에 정신병을 가진 엄마의 딸로서 주위의 보이지 않는 곱지 않은 관심과 우려를 받아온 진희. 오히려 너무 조숙한 나머지 세상에 일찍 눈을 뜨게 되고 어린 시절 외할머니 밑에 자라며 이웃들의 우여곡절 깊은 인생을 걸러짐 없이 적나라하게 지켜보며 크게 된다. 그리고 자라서 어른이 된 진희는 어린 시절 보았던 그네들의 삶을 자신의 모습에서 찾게 된다.
은희경의 소설은 일단 매우 재밌다. 그녀의 소설이 재밌는 이유는 나름의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작품 등장인물의 행동 묘사와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기막히게 사실적이고 솔직하다. 앞선「새의 선물」이 등장인물의 행동 묘사에 탁월한 표현력을 보였다면「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는 성장한 진희의 자전적 심리 묘사가 더 부각된다. 둘째, 소설로서의 꾸밈과 허구성이 묻어날 것 같으면서도 전혀 그렇지가 않다. 또, 주인공의 일상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으며 신선하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소설의 시점의 영향이 큰 몫을 하는 것 같다.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소설의 서술자인 진희와 이를 바라보는 독자의 거리는 매우 가까우며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인 진희의 눈으로 사건을 바라보기 때문에 독자는 구태여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뻔한 이야기를 뻔하게 쓰지 않는 작가의 상상력에도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그녀의 문체는 매우 감각적이고 간결하다. ‘지금 나는 깊이 잠들어서 베개에 묻힌 턱뼈로만 존재하고 싶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문학동네』,1998, p.73
, ‘비는 땅에게는 생명이고 소녀에게는 그리움이나 약속이고 우산 장수와 나막신 장수의 어머니에게는 인생의 모순된 단면이며 조종사에게는 결항이고 떠나려는 사람에게는 미련, 젖은 빨랫대에게는 노동의 전조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차단기이다.’ Ibid. p.98
, ‘마찬가지로 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내가 그 나쁜 사람이지 말란 법도 없다. 아니 이 날은 정확하지 않다. 모든 사람에게는 나쁜 면이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때로 그 점이 표출될 때 놀랄 필요는 없다, 이렇게 말하는 편이 좋겠다.’ Ibid. p.115
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이다. 소설은 온통 작가의 독특한 자기 고백적 문체에다 감각적 형용까지 더해 몽환적인 느낌마저 든다. 유난히 내가 이런 어투를 좋아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이 소설만큼 문장 하나하나 나의 신경을 집중시킨 소설이 드물지 싶다. 넷째, 그녀의 소설 대부분은 여성의 삶을 이야기한다. 이 소설 역시 진희라는 여성이 주인공인데, 대개 그녀 소설의 여성처럼 강하면서 또한 한없이 연약하다. 진희를 얼핏 보면 그녀의 연애 생활과 그 속에서 남자와의 위치에서 게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독단적이면서 우위를 선점한다. 하지만 그녀의 내면적 모습은 한없이 연약하고 힘겹다. 그렇지만 은희경은 이런 진희에게 절대로 빈틈과 나약함을 부여하지 않는다. 진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프러포즈를 받고도 이를 매몰차게 거부하는 이유도 바로 은희경 소설 속의 여자라는 이유에서이다. 사랑이란 상처입고 외로운 사람에게 더더욱 거부할 수 없이 다가온다. 하지만 진희는 이를 거부한다. 약한 자에게 가하는 사랑의 가학성에 대해 진희는 강하다. 바로 이러한 점이 은희경의 소설 속 여인들의 특징이며 또한 독자가 이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이다. 마지막 다섯째로 이 소설은 신문 연재소설이다. 소설론 수업을 통해 알게 된 내용으로서 신문 연재소설은 대중적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자칫 문학적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런지「새의 선물」에 비해「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는 대중소설의 요소가 다분히 나타난다. 섹스라는 소재가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작가는 작품의 인기를 바라고 의도적으로 선정적이게 쓰는가? 하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역시 이 작품만이 아닌 그녀 소설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전작인「새의 선물」도 어린 진희의 성장소설이 중심이지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나타나는「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의 남자 주인공인 현석과의 장면에서 끊임없이 섹스를 소재로 놓고 있지 않다. 내가 전작보다 후작을 먼저 읽어서 일지는 모르지만, 뒷 이야기를 미리 계획하고 앞 이야기를 쓰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만약 그랬다면 은희경은 정말 뛰어난 작가일 것이다.
물론 이 소설이 청소년들에게는 그다지 추천해 줄 만한 소설은 아니다. 나 또한 청소년 시절에 읽지 않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는 이 소설이 낭만적 소설의 극함을 드러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퇴폐적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문학적 가치라든지 작가의 우월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나는 단지 소설이라는 것은 fiction이라는 정의의 관점에서 독자가 현실에서 접하지 않은 가상적인 현실에 대한 경험으로서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