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 - 박하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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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박하사탕
영화 ‘박하사탕’의 명장면인 영호(설경구)가 철길에 서서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외치는 장면이 영화를 보기 전엔 영화 후반부에 나올 줄 알았는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서 나올 줄이야... 사실 난 영화 중반부까지 내용이 이해가 안돼서 곤욕을 치러야 했다. 내용이 이어지지 않아서 말이다. 철길을 이동하는 기차의 시각이 영화 중간 중간에 곳곳 등장하는데 바로 가는 기차인줄만 알았던 나의 고정관념에 철길 옆 도로에 거꾸로 달리는 자동차가 등장하고 나서야 이 기차가 과거로 거슬러 감을 알 수 있었다. 영화 초반부에 주인공 영호가 기차에 치여 자살을 했듯이 그 기차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영호가 왜 죽음을 택해야만 했는지를 마치 증언이라도 해줄 것 같았다. 영호가 죽기 직전 까지 돌아가고 싶다고 외친 그 때는 언제일지를 생각해 보면서 영화를 보았다. 영호는 죽기 사흘 전에 조차 전 재산으로 총을 구입하고 자신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을 연출해보며 광기어린 모습을 보였다. 부인인 홍자에게까지 버림받은 것으로 보이는 영호는 비가 새는 컨테이너에서 지내며 인간으로서 비참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영호가 정말 순수하고 애틋한 모습을 보인 때는 첫사랑인 순임(문소리)의 남편이 그를 찾아온 때였다. 영호가 병상에 누워있는 순임을 위해 박하사탕을 준비하고 그녀 앞에 섰을 때 지금까지 보았던 영호의 모습이 아니었다. 순임의 남편이 카메라를 돌려줬을 때 곧바로 카메라를 팔러 가지만 그 안에 남아있던 필름을 보며 영호는 애절하게 눈물을 흘린다. 순임이 죽기 전에 돌려주고 싶어 했던 카메라를 팔며 3만원, 4만원 장사꾼과 시비가 붙지만 그 안에 남아있는 필름을 보았을 땐 자신의 행복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이성적이기만 한 현실과 순수했던 시절이 대비되는 듯 했다.
삶은 아름답다 편에선 자신이 예전 경찰로 근무하던 시절 취조했던 운동권학생을 음식점에서 우연히 만나면서 시작된다. 잔인하게, 그리고 비인간적으로 취조했던 영호는 그 운동권학생이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자 서로 불륜을 저지르며 파탄이 난 자신의 가정과 대조되며 그의 삶이 아름답게 보이고 동시에 과거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며 자신의 현실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냉철하게만 비춰졌던 영호의 숨겨진 순수한 면이 나온 다른 부분은 1987년 봄, 고백편이다. 비오는 날 밤, 물망초라는 술집에 들어가 술집 여자에게 자신의 얘기를 고백하는 장면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찾는 로맨티스트 였다. 1984년 가을. 영호의 꿈이던 사진기를 가지고 공단식당에 찾아온 순임을 일부러 보내기 위해 그녀 앞에서 못된 행동도 서슴치 않으며 기차를 태워서 보낸 것에 대한 후회감에 뒤늦게나마 찾으려는 것 같았다. 그 전에 군대에서 고된 훈련을 받으며 순임이 보내준 박하사탕이 쏟아져 밟히고 1980년 민주화항쟁도 거치면서 시대의 변화와 함께 적응해야만 하는 영호에게 순수함이란 감정은 사회생활을 더 힘들게만 만드는 연약한 존재인 듯 싶었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척박한 환경 속에 젊은 시절의 열정과 순수는 점점 잊혀지는 것이었다.
물론 영호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1979년 가을, 소풍은 구로공단 야학에 다니는 스무 살 학생들이 영화 처음부분에 나왔던 야유회 장소에서 젊은 시절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어수룩하고 순진하게 보이는 영호와 순임은 박하사탕을 나눠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을 싹틔우게 된다. 이때 영호는 이름 없는 소소한 꽃들을 찍는 사진작가가 되고 싶어 했는데 영호의 눈빛은 젊은 청년이 꿈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순임은 그런 영호가 좋았다. 영호는 그 소풍장소가 낯설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순임은 꿈에서 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영호가 죽음을 택한 것에 대해 원인을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순임을 떠나보내게 되고 그에 대한 대가로 평생 죄인처럼 억압되어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순임을 떠나보낸 영호는 마음에 없는 식당 집 딸 홍자와 결혼하며 퇴색적인 불륜 또한 일삼고 희망 없는 삶처럼 무기력해졌고 겉으로만 강해 보이려는 척 하는 독단주의자가 돼가고 있었다. 순임이 어렵사리 찾아간 식당에서 건네준 사진기를 영호가 돌려주지 않았다면, 기차역에서 순임을 보내지 않았다면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순임을 찾기 위해 잔인하고 냉혹한 경찰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영호는 아마도 죽기 사흘 전 병상에 누워있는 순임과 그녀가 마지막까지 돌려주고 싶어 했던 사진기, 즉 청년시절 꿈과 열정, 순수했던 그때를 떠올려 보며 그동안 자신의 삶이 잘못되어왔음을 느끼고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했던 그녀의 죽음 앞에서 자신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음을, 과거로 되돌아 갈 수 없음을 알기에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의 청년시절인 79년부터 자살한 99년까지, 힘들게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20년이란 세월동안 결국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99년 야유회 때 영호는 20년 만에 만난 친구에게 버럭 화를 내는데 이는 아마도 더 일찍, 자주 모였으면 만났을 지도 모르는 순임을 사흘 전에, 너무 뒤늦게 만나버린 데에 대한 화풀이였을 수도 있다. 첫 장면(1999년)과 마지막 장면(1979년)은 같은 장소이지만 극과 극의 대조가 되었다. 같은 사람들과 같은 장소에서 꿈과 순수, 사랑을 키우는 장소이기도 한 반면에 죽음을 택하는 장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메시지가, 주인공의 삶이 더 애절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 철길 아래 영호가 좋아하는 들꽃 옆에 누워서 눈물을 흘리는데 그 눈물을 짓는 것이 처음엔 첫사랑 순임을 만나서 너무 행복해서 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 눈물을 흘리는 표정이 그다지 행복해보이지만은 않았다. 영호는 그 장소가 낯설지 않다고 했는데 어쩌면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앞으로 자신에게 닥칠지 모르는 시련에 대한 암시인 것 같다. 그리고 영호는 이 장소에서 이루어질, 미래의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사진가의 꿈을 가지고 있었고 야학에도 다닐 만큼 꿈 많은 청년이었지만 당시 시대가 민주화가 제대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시대였기 때문에 영호는 자신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지, 열정만으로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자신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영호의 인생은 순식간에 바뀌어 현실에 순응하기 위해 젊은 시절 꿈을 포기하고 스스로 어려운 길을 택했을 것 같다. 순임은 이런 영호의 젊은 시절 순수함이 변하지 않기를 원했는데 이것은 영호가 장소가 낯설지 않다는 말에 “꿈에서 봤기 때문이에요. 그 꿈이 행복한 꿈이기를 바래요.”라는 대목에서 알 수 있다. 영호의 눈물은 시대를 잘못 태어난, 지금 60년대 출생이신 어머니, 아버지 세대의 비애이기에 부모님 세대에게 더 큰 공감을 얻는 영화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기에 사실 내 나이 또래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서, 여기에 나오는 영호라는 인물을 통해서 이 시대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현재 내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끔 하였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내 꿈은 현실적으로 계속 변화해 가고 선택의 갈림길에서 이성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과거는 모두 잊은 채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고 느껴지는 때가 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인 것처럼 그때그때의 선택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 있는 것처럼 가끔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할 줄 아는 시간을 가져야함을 배웠다. 영호는 그것을 20년 만에 알고 좌절했지만 나는 그러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결코 20년이라는 시간이 긴 시간이 아님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야겠다.
영화속의 철학
『박하사탕』에는 폭력과 상처로 얼룩진 한국의 현대사가 그려진다. 70년, 80년, 90년을 관통했던 전체주의와 한 개인의 삶을 대조시키고 있다. 5·18과 80년대의 학생운동, 90년대 말에 불어 닥친 IMF한파에 이르기까지 20년간의 시간의 흐름 속에 묻어있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위기의 순간으로 기억되는 한국의 현대사를 표현하고 있다. 물론 직접적인 방법으로 80년의 광주를 그리거나, 보이지 않게 역사를 움직인 그 힘에 대해서도 어떠한 구체적 표현을 하지는 않다. 이 여행은 한 남자의 20년사 일뿐 아니라 우리 한국사의 20년간의 역사적 상처의 기록이다. 영화를 보고 느껴지는 우리사회에 대한 감정은 어쩌면 한국사회 특히 근 20년간의 역사의 시간은 인간이 살아가기에는 너무나도 비극적이고 가혹한 공간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영호의 첫 번째 오열과 울부짖음이 광주사태를 가져온 전체주의에 대한 개인의 대립과 좌절이라면 두 번째 철교 위에서의 오열과 울부짖음은 그 폭력적인 역사로서 쇠로 무장한 열차의 기적 소리 앞에서 절규하는 한 개인의 삶속에 깊게 잠겨있는 과거의 그리움, 추억 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