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hwp1.리얼리즘 문학 탄생의 배경
1) 1920년대 시대상황
1919년 3월 1일 발생한 민족운동은 한일 합방 후 침략통치 10년간 체험한 피압박 민족으로서의 비분과 정치 경제 산업 교육 문화의 모든 면에서 노정된 식민지 정책이 비로소 같은 민족으로서의 뜨거운 유대 의식을 자각시킴으로써 폭발된 항쟁이다. 3.1운동 이후 한국 사회의 모든 지적 노력은 심한 검열제도에도 불구하고 일본 식민지 정책의 약탈성을 파헤치고 거기에서 민족의 순수성을 지키고 마침내는 독립을 얻으려는 방향으로 집결되었다.
1920년대에는 일제의 식민지적 수탈에 의한 한국 농촌의 해체 시기이다. 그들의 농업기구의 부족으로 빚어진 쌀 부족을 식민지적 수탈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이 1920년대의 소위 “조선 산미증식계획”이었다. 일본의 과잉자본을 식민지 한국 농촌으로 이입하여 생산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한국 농촌은 소득의 불평등 경제 구조 내부의 결함의 확대와 경제적 재생산 가구의 취약화가 초래되었다.
이렇듯 일제의 식민지 정책에 의해 파괴된 우리 농민들의 모습은 매우 비참하였다. 1920년대 한국 식민지 사회는 3.1운동 이후 일제가 문화 활동에 있어서 어느 정도 자유를 주는 척하면서 그들의 식민정책을 합법적으로 추진하려고 한 소위 “위장문화정책”의 시기에 처해 있었다. 몇 개의 일간지가 발간되고 최소한도의 언론의 자유가 주어진다. 그 외에 생겨난 몇 개의 잡지가 대부분의 경우 식민지 지성의 활동의 장이 된다.
식민지 시대의 지성은 크게 두 가지의 조류로 구분된다. 하나는 구 유림세력이 주가 되고 청교도 유교 기독교 등의 종교인들이 합류한 민족주의 세력이며 다른 하나는 마르크스 주의에 깊게 젖어있는 사회주의 세력이다. 민족주의 세력은 민족의 교육 개조를 부르짖으며 조선주의의 확립을 정착하여 고전을 발굴하고 농민의 문맹 퇴치가 그 중요한 투쟁목표를 이루었다. 사회주의 세력은 1920년 정부의 뿌리박기 시작하여 25년에는 프롤레타리아 예술동맹(KAPF)이 결성된다.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세력 간의 다툼은 조선의 독립과 혁명이라는 두 명제로 나타낼 수 있는데 이 두 세력은 한국 사상사에 깊은 영향을 미쳐 상호 보완된 이해 속에서 식민지 시대의 문화적 저항을 유도했다.
2)1930년대 시대상황
한국의 근대 문학사에서 1930년대는 가장 문제적인 시기로 꼽힌다. 이 시기는 일제의 식민지 지배 방식이 ‘문화 통치’로부터 “총동원 체제”로 이행함으로써 식민지 조선에 대한 식민주의적 통제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강화되던 시기였다. 이처럼 문학 생산의 제반 상황이 악화일로를 치달았음에도 불구하고, 1930년대는 식민지 시기 전체를 통틀어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문학적 성과가 산출된 시기이기도 하다. 문학사에서 이 시기를 문제적인 시기로 꼽는 가장 큰 이유를 이와 같은 역설적인 현상이 빚어진 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1930년대 소설사의 역동적인 변화가 우연히 발생한 일은 아니다. 1920년대 중반 이후부터 문단의 주도권을 행사해 오던 카프의 해산(1935년)과 프로문학의 퇴조라는 문학사적 사건이 1930년대 소설사의 역동적인 변화를 초래한 내적 계기가 되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1930년대 소설사의 전개는 식민지라는 근원적인 상황에서 파악되어야 하며, 그러한 맥락에서 1930년대 소설 형태의 역동적인 변화는 식민지적 상황에 대한 전략적인 반응이었다고 할 수 있다. 1930년대 소설사의 의미에 대한 이와 같은 문제 설정은 이 시기에 들어서 리얼리즘 지향성을 갖는 장편소설이 본격적으로 출현했다는 사실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흔히, 역사 의식의 심화와 더불어 30년대에 들어서 두드러진 현상의 하나로 소설의 장편화 경향이 지적된다. 물론, 이 시기에 장편소설이 절대적인 의미에서 만개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단편소설이 소설의 주류를 이루었던 것이 사실이고, 장편소설의 상당수가 신문, 잡지의 상업주의 논리에 따라 통속화의 길을 걸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문화의 물질적 기초가 취약했던 식민지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어쩌면 이와 같은 소설의 경향은 필연적인 현상일지도 모른다. 일제의 식민지적 수탈정책은 절대 다수의 식민지민을 빈곤의 상태로 내몰았다. 그리고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일제의 식민주의적 통제 정책의 강화로 인해 출판 산업의 기반은 매우 빈약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문화의 물질적 토대의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1930년대에 들어서 리얼리즘 지향의 장편소설이 등장했다는 사실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다, 왜냐하면, 역사 철학적으로 장편소살이 주체의 자기 성찰을 통하여‘사회적 총체성’의 회복을 추구하는 예술 형식이라는 시각에 비추어 볼 때, 식민지적 현실을 반성적으로 총체화하려는 리얼리즘 지향의 장편소설의 등장은 식민지적 현실과의 맞대결을 통하여 새롭게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1930년대 소설사의 흐름과 기본적으로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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