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hwp2. 적서차별과 체제내적 대응논리
3. 문제의식의 확대와 작품의 의미
4. 맺음말
이 적서차별 철폐의 당위성을 설득력 있게 부각시키고 있음은 일단 확인하였다. 하지만 이 작품의 관심이 적서차별 문제에만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백성을 착취하는 부패관료를 응징하고, 그들의 재물을 빼앗아 빈민을 구제하는 활빈당 활동에서 드러나듯, 작품의 문제의식은 적서차별 문제를 넘어 당대 사회모순 전반에로 확대되어 있다. 따라서 길동 개인의 언행에 너무 이끌려 적서차별 문제에만 주목하다 보면, 민중 저항세력인 군도(群盜)의 존재나 그들의 저항활동에 담긴 사회사적 함의는 사장되고, 작품의 의미폭 또한 현저히 축소될 수밖에 없다.
활빈당 군도들은 단지 길동의 영웅적 활약을 보조하는 몰주체적 존재들이 아니다. 이들의 저항활동은 길동의 초월적 힘과 지혜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지만, 사실은 이들의 민중적 힘이 길동이 지배집단에 맞설 수 있는 현실적 힘의 원천이었다고 보는 것이 사태의 실상에 더 부합된다. 그들의 저항활동은 단순히 적서차별 철폐를 위한 시위가 아니며, 그들에게 있어 적서차별 문제는 애당초 주된 관심사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품의미의 전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서차별 문제와 군도들의 저항활동을 함께 포괄하는 거시적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작자가 왜 적서차별 문제로부터 사회모순 전반에로 관심을 확대해 가는 방식을 택했는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적서차별 제도가 인간을 차등화하는 중세 신분제의 한 축으로서, 반상차별(班常差別)이 조선시대 신분제의 중심축이었다면, 적서차별은 그 보조축이었다.
당대 지배구조의 중요한 토대를 이루고 있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적서차별 제도는 중세 모순구조의 일부로서, 그 철폐는 중세 모순 전반의 개혁과 맞물려 있던 문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