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소설][작품분석] 카스테라 작품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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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현대소설][작품분석] 카스테라 작품분석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전생이야 어땠건 간에ㅡ 결국 나는 이 냉장고와 함께 이 년 이상을 살아왔다. 말도 안 된다. 라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우선은 그 망할 놈의 중고가전상이 정말 망해버린 게 이유였고, 함께 지내다보니 그럭저럭 견딜 만했다는 게 또 하나의 이유였다. 게다가 말도 안 되게 튼튼했다. 정말 아무렇지 않았냐구?

정말,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독신인 나로서는 그 굉장한 소음이 있어 외롭지 않을 수 있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나는 인간, 결국엔 길들여지게 마련이다. 냉장고와 내가 만난 것은 대학생활을 갓 시작한 일 학년 때의 여름이다. 사상 유례 없이 불쾌지수가 높았던 여름으로 기억한다. 집에 불만이 많았던 나는 학교 근처에서 무작정 자취를 시작했고, 그래서 그 좁은 방안에 냉장고와 TV, 미니오디어와 나, 이렇게 넷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나와 냉장고만이 살고 있었다는 느낌이다. 냉장고의 소음이 워낙 특출했기 때문이다.

정문에서 300미터 정도 가파른 언덕길에 위치한 이 원룸에는, 그래서 정말이지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마침 방학이었고, 다시 말하지만 사상 유례 없이 불쾌지수가 높았던 여름이었다. 언덕이라곤 해도 이렇게 아스팔트가 잘 놓여진 길인데 왜 인간들이 안 오는 거지? 늘 들르던 (언덕 위 호프)의 주인은 종종 나와 같은 생각을 푸념 삼아 늘어놓곤 했다. 왜 그럴가요? 굵어진 종아리를 어루만지며 나는 땅콩을 집어먹었다. 불쾌지수가 높은 날도 불쾌지수가 낮은 날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여름이었다.

나는 늘 불쾌할 정도로 외로웠다.

그런 연유로 냉장고와 나는 친구가 되었다. 그런 느낌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 굉장한 소음이 있어 나는 외롭지 않을 수 있엇던 것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그 (언덕 위 원룸)에서, 단둘이서 말이다. 세상의 여느 친구들처럼- 냉장고도 알고 보니 좋은 놈이었다. 알고 보면, 세상에 나쁜 인간은 없다.

드물게도, 이는 1926년 제너럴일렉트릭이 세계 최초의 현대식 냉장고를 생산해낸 이후, 인간과 냉장고가 친구가 된 최초의 사례였다. 내가 최초라니! 도대체 우리는 냉장고에 대해 얼마나 소홀했단 말인가. 과연 이 세상에는 냉장고의 존재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는 인간이 잇기나 한 것일까. 이 드넓은 세상에서 우리는 늘 인간만이 살고 있다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면, 바로 자신의 곁에 (냉장고)가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