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속에 나타난 근대성과 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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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무정’ 속에 나타난 근대성과 철도
조선 후기 19세기 말 개항으로부터 1910년대에 이르는 시기를 개화기라 한다. 조선은 1876년 일본과의 불평등 조약을 통해 개항을 하게 된다. 개항 이후 조선은 청.일.중을 비롯한 제국주의 열강의 정치적 침략의 대상이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국적으로 애국 계몽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이러한 시기의 문학을 개화기 문학이라 칭하며, 구체적으로는 1894년 갑오경장으로부터 1917년 이광수의 장편 소설 무정이 등장하기 이전까지의 작품이 주목의 대상이 된다. 한글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문법의 정리, 신문과 잡지의 발간 등은 앞 시대와는 현저하게 구별되는 개화기 문학 탄생의 중요한 사회 문화적 배경으로 꼽을 수 있다.
우리는 문학사에서 그의 소설 ‘무정’을 최초의 근대소설이라 말하는데 그러한 것에 대한 근거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무정’은 개화기 소설과 리얼리즘 소설의 중간에 위치한다. 이 소설의 주제는 근대 민주 사상, 신교육 사상, 봉건적 윤리관에 대한 반항(인습 타파, 자유연애, 남녀평등) 및 민족주의적 애국 사상이 드러나며 표현에 있어서는 취재의 현실성, 소설의 허구성 지향, 산문 문장의 시도, 사실적인 사건, 인물에 대한 묘사, 구어체 문장 사용 등이 특징을 이룬다. 예를 들면 고전소설이나 신소설은 ‘~하더라’의 어투가 강하다. 이른바 판소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다. 하지만 근대 소설(무정)에서 보면 이러한 식의 표현은 찾아보기 힘들고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투를 사용하고 있다. 무정은 한국 최초의 근대 장편 소설로서 세밀한 묘사와 이전에 사용했던 문어체에서 구어체로 전향시키면서 언문 일치가 확립되고 당대의 시대적 문제인 계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는 의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개화 지식인의 새로운 사상과 구사상의 갈등을 소설적인 처리로 보여 주는 과정에서 추상적 민족주의로 귀결되었다. 소설적 처리라는 것은 삼각 관계의 결말을 민족의식으로 결합했다는 뜻이며, 추상적 민족주의란 실천성이 없는 설교를 가리키는 것이다. 소설에서는 신소설(新小說)이 나타나 조선 후기의 고대 소설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신문학의 대표적 장르로서 의미가 있으며, 후일 이광수의 근대 소설의 발판이 되었다. 이처럼 그는 새로운 현대 소설의 면모를 갖추고 고전소설의 비현실성에서 많이 탈피하면서 최초의 근대소설이라는 지위를 얻어내게 되었다.
‘무정’ 속에서 근대라는 시대적 요소를 소설 속에서 몇 가지 세부적으로 더 살펴보자. 이 소설은 형식, 영채, 선형 세 주인공간의 삼각관계를 다룬 소설로 이전의 고전소설이나 신소설과는 분명하게 다른 구조를 지니고 있다.
‘경성학교 영어 교사 이형식은 오후 두시 사년 급 영어 시간을 마치고 내려 쪼이는 유월볕에 땀을 흘리며 안동 김 장로의 집으로 간다. 김 장로의 딸 선형이가 명년에 미국 유학을 가기 위하여 영어를 준비할 차로 이형식을 매일 한 시간씩 가정교사로 초빙하여 오늘 오후 세시부터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음이다.’
여기서는 근대적 시간 개념이 등장하는데 옛날 선조들은 수탉이 우는 시점과 해의 움직임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짐작했다. 그러니까 수탉이 첫 번째로 울면 대략 밤 12시, 두 번째로 울면 새벽 3시 정도, 세 번째로 울면 동이 트기 직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다가 학교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정확한 시간의 필요성이 생기게 되었고, 이 필요성은 근대가 낳은 대표적 산물인 철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출발하고 도착해야 하는 철도에 시간의 개념이 도입되는 것은 불가피한 요소였다. 이렇듯 소설 속에 나오는 정확한 시간구도는 이 소설을 근대소설로 꼽은 수 있는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근대문물 중 하나인 양복의 등장으로 알 수 있다.
‘형식이가 만일 좋은 세비로 양복에 분홍 넥타이를 매고 술이 취하여 단장을 두르며 “여보게” 하고 들어왔던들 노파는 분주히 담뱃대를 놓고 마당에 뛰어내리며 “에그, 영감께서 오시는구랴” 하고 선웃음을 쳤으련마는, 굵은 모시 두루마기에 파리똥 묻은 맥고자를 쓰고 술도 취하지 아니하고, 단장도 두르지 아니하고 "여보게"도 부르지 아니하는 형식과 같은 사람은 노파가 보기에 극히 하등 사람이었다.’
일본에 의해 우리나라에 들여온 양복은 당시에 신분을 구별하는데 있어 탁월한 기능을 지니고 있었다. 사람들의 복장이 한복에서 양복으로 변화하는 것은 사회가 근대화 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해준다. 이 밖에도 ‘무정’ 속에 나타난 자유연애와 우생학적 표현의 서술 등으로 근대성을 찾아볼 수 있다. 보통 고전소설이나 신소설에서 보게 되면 권선징악적 구조를 띄고 있는 반면 소설 ‘무정’ 속에서는 이러한 선인과 악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소설 ‘혈의 누’의 경우 선하게 살고자하는 주인공과 존재하지 않는 악인으로 이 중간단계쯤 된다 하겠다. 하지만 ‘무정’ 속에서는 이러한 선인과 악인의 구도는 존재하지 않고 단지 세 인물간의 갈등만 존재할 뿐이다. 새 시대를 열고자하는 선구자적 인물인 형식과 중세질서를 대표하는 인물인 영채사이에 있어서 갈등은 불가피하다. 유교의 질서를 굳게 믿고 절개만 지킨다면은 형식이 기생으로서의 삶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해줄 것이라고 믿었지만 형식이 자신을 구원해줄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좌절을 한다. 형식의 입장에서는 선형과 결혼 후 유학을 다녀와 민족구원에 힘쓰면 될 일인데 이 과정에서 주저하게 된다. 영채로 대표되는 과거의 시간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하지만 형식은 결국 3개월 만에 선형과 결혼을 하고 미국에 가기 위에 열차에 탄다. 그것의 직접적 계기는 겁탈당한 영채를 본 순간이었다. 형식은 순결하지 못한 영채를 본 후 과거와 현실사이의 갈등은 해소되었다. 시간은 이미 흘러간 것이기에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정은 과거의 소설들이 지니지 못했던 개인의 내면에 존재하는 갈등이 표현되고 있다. 또 무정은 과거는 이미 지나간 것이기에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고 보고 있으므로 이전 소설과는 다른 시간 개념을 가지고 있다.
‘무정’에서 철도의 등장은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어떠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철도라는 자체가 큰 근대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동시에 소설 구도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철도는 1890년에 운송영업을 시작한 것이 철도운영의 효시였다. 당시 교통수단이라고는 인력거와 자전거가 전부였던 때인데 전차의 개통은 한국인들에게 가히 충격적이었다. 일본이 거액을 투입하여 많은 희생을 무릅쓰고 장대한 철도를 부설한 속셈은 바로 한국을 경제적으로 누르고 자원을 개발하여 약탈하려는 식민지 정책에서이나 그것보다는 대륙침략의 교통로를 구성하려는 의도에서였다. 철도가 등장하자 한국인들은 경이적인 문명시설에 놀라움과 호기심을 가졌으나 막상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또 이용한다 해도 마땅한 정류장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의 택시같이 손을 흔들어서 승하차해야 했다. 또 새로운 문물에 무지한 민중들로 인해 잦은 사고도 많이 발생했다. 어느 정도 근대화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이를 과학적인 힘의 결과물이라 생각했지만 무지한 사람들에게는 그저 주술적인 힘에 의해 만들어진 쇠 덩어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당시 철도는 민중들의 피난의 수단으로 사용되어 근대화의 긍정적 시선으로 볼 수 있는 하나의 근거가 되기도 하였다.
소설 속에 등장한 ‘철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선형과 형식이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도중에 열차를 타게 된다. 열차는 새로운 시대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아무것도 없는 것을 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다. 길로만 가고, 앞으로 전진을 한다. 결국 선형, 영채, 형식, 병욱이 모두 미국이나 일본을 가기 위해 열차에 탄 것은 근대적 질서를 향해 출발한다는 의지의 표현이 될 수 있다. 열차는 영채와 형식의 갈등을 해결하고 민중들을 일깨우자는 새로운 사고의 전환점을 갖게 하며 화해를 하게 되는 매개체로 쓰인다. 물론 선형과 영채, 형식이 한 열차에 타게 될 때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계기로 개별적으로 주인공들이 혼자 생각하는 여유를 갖게 부분을 묘사하면서 독자는 세주인공간의 갈등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무정’속에서 열차가 우연적 상황의 배경으로 작용하는 부분도 있는데 바로 형식이 영채를 구하기 위해서 청량리로 가는 도중에 열차 안에서 우연히 신문기자 신우선을 만나게 되는 장면이다. 그래서 신우선의 도움으로 김현수의 계교로부터 영채를 구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