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전 시학 감상문 - 정경(情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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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정경(情景)
어린 시절 한 때 나는 땅내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로 쓰겠다는 꿈을 꾸었던 적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 무렵의 나는 항상 무언가가 결핍되어 있었던 것 같다. 가난했고 때론 쓸쓸했다. 그 시절 나는 간혹 일기장에 시라는 것을 끄적거리곤 했는데 이제와 가만히 생각해보면 누군가에게 나의 존재를 알리려고 했던 하나의 작은 몸짓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시 한편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시를 쓴다는 것은 지금의 나에겐 참 가당치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시인은 왜 시를 쓸까? 무엇이 시인으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하는 것일까?
문학 개론서에 보면 문학의 기원을 모방충동설, 유희충동설, 흡인본능설, 자기표현본능설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인간에게는 남에게 자신을 드러내고자하는 욕망이나 유희의 본능이 있고 그 본능들이 바로 문학의 기원이라는 주장이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인간에게는 자기 안의 무엇인가를 표현하고자 하는 심리적인 기제가 있고 그렇게 표현된 것이 문학이라는 말일 것이다.
중국 고전 시학의 이론 중에서 이번에 나의 관심을 끈 내용은 정경(情景)이다. 사물은 경이고 시인의 사상 감정은 정이다. 이들의 관계는 객관과 주관의 관계이다. 고대 시론가들은 시인이 주관과 객관을 통일 시켜 정신과 사물이 교감하고 정경이 교융하는 상태여야만 심미활동을 벌이고 창작 의욕을 일으킬 수 있다고 인식했다. 이병한, 『중국 고전 시학의 이해』문학과지성사, 99쪽,
나는 오늘 이 글을 통해서 아주 오랫동안 내 마음의 바닥에 고여 있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억하고자 한다. 우리 어머니는 1928년생이니 살아계시면 올해 우리 나이로 여든 한 살이 되신다. 내 어머니는 일흔 셋의 나이로 돌아가셨는데 한 평생을 지독한 가난과 고생으로 일관하셨던 참 박복했던 분이시다. 열일곱의 꽃다운 나이로 시집을 와서 나와 형님을 포함하여 아들 다섯을 두셨는데 위로 낳은 아들 셋은 금줄을 걷기도 전에 잃고 말았다. 그리고 나보다 열 살이 위인 형님을 서른 한 살에 나를 마흔 한 살에 낳으셨다. 나의 아버지는 참 못된 남편이었다. 나에게는 숨기고 싶은 가족사가 있는데 그것은 우리 어머니가 조강지처임에도 불구하고 본처 소생인 나와 내 친형은 현재 살아있는 형제관계로 보면 3남과 4남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나와 내 형이 아버지의 3남과 4남으로 태어나는 과정에서 겪었을 어머니의 여자로서의 삶은 어떠했을까? 시쳇말로 소설 백편으로도 어머니가 겪었을 삶의 신산함을 담아낼 수 없을 것이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아주 젊은 나이에 버림받고도 가끔씩 왔다간 아버지의 씨앗을 낳아 우리를 키웠다. 어머니가 평생 하신 일은 삯바느질이었는데 그 일을 하시면서 우리 형제를 키워 둘 다 교사를 만드셨다. 우리가 성장하는 동안 아버지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실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무능력자였다.
어린 시절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작은 방 가득 널려있던 한복 천과 들들들들 돌아갔던 싱거 미싱 소리였다. 한복 만들기라는 일의 속성상 어머니의 대목은 추석 밑과 설밑이었다. 그런데 그때가 되면 어머니는 나와 형을 아버지 집으로 보내 명절을 쇠게 했다. 그래서 여느 집 같으면 사람들로 들썩이던 명절날 어머니는 홀로 찬밥을 드시며 힘겨운 노동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어머니의 물건 중에 재봉틀 의자가 있었는데 나는 아직도 그 의자의 실루엣을 온전히 기억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에 그 의자의 사연을 어머니에게 들은 기억이 있는데 내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에 어쩌면 우리 형님이 태어나기 전인지도 모르겠다. 지나가던 고물상에게서 구한 의자라고 한다. 철근으로된 다리와 등받이 그리고 나무로 된 엉덩이 받이로 구성된 아주 볼품없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그 의자를 수 십 년간 사용하신 어머니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단순히 물건을 아껴 쓰고자 했던 것 같지는 않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의자를 돌아가실 때 까지 버리지 않은 까닭을 나는 알 수 없다. 아마도 나는 그 의자를 잡고 걸음마를 했을 것이고 몇 번 쯤은 그 의자에 올라가 놀다가 떨어져 울거나 했을 것이다. 나에게 그 의자는 어머니의 작업 도구이기도 했지만 나의 정겨운 장난감이기도 했다. 어머니가 쓰시던 송곳을 가지고 의자 받이를 하도 많이 찍어서 그 의자는 곰보 투성이였다. 밤늦게 까지 그 의자에 앉아 재봉질을 하던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잠들었고 사춘기 때는 나의 화풀이 대상이기도 했다. 철근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집어 던져도 그 의자는 부서지지 않았다.
그렇게 그 의자는 한 평생을 가난하고 고단했던 어머니의 동반자였다. 어머니는 힘들었을 때 그 의자에 앉아 신세를 한탄하기도 했을 것이고 제대로 입히지도 먹이지도 가르치지도 못한 형이 고생을 하다 군대를 제대한 늦은 나이로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교대에 들어갔을 때는 행복한 마음으로 그 의자에 앉아 재봉질을 했을 것이다.
이렇게 그 의자는 지금도 내 마음에 남아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남겨진 어머니의 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만 그 의자는 종적을 감추었는데(다행히 재봉틀은 지금 형님네 집에 잘 보관되어 있다.) 의자를 챙기지 못한 나의 무심함이 몹시 후회스럽다.
정경(情景)이라는 개념으로 다시 돌아가 보면 의자는 사물이니 경에 해당될 것이고 의자에 스며있는 어머니의 추억과 그리움은 정에 해당될 것이다. 내가 어머니의 의자로 시를 쓴다면 어떻게 쓸 수 있을까?
우선 의자에 대한 나의 기억을 하나하나 떠올려 본다. 송곳으로 아무런 이유 없이 의자를 찍는 열 살 무렵의 내가 있다. 의자는 의미 송곳 자국으로 가득하다. 어머니는 가끔씩 뺑끼칠을 하는 것으로 나의 장난을 가렸을 테고 다시 설 무렵 방안 가득 바느질감에 묻혀 정신없이 재봉틀을 밟는 어머니가 보이고 나는 그 재봉틀을 자장가 삼아 잠이 들고 있었을 것이다. 어느날엔가는 의자에 앉아 재봉틀에 업어져 자고 있는 중년의 어머니가 보인다.
다음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 낡은 의자가 어떻게 어머니에게로 와서 내 나이보다 훨씬 더 오랜 세월을 어머니와 함께 세월을 보냈는지 나를 낳았을 때의 어머니 나이가 된 지금의 나는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또 어떻게 나의 아들과 딸을 키우고 있는지 나는 나의 아내에게 내 아비처럼 무능력하고 못된 남편은 아닌지 곱씹으며 생각해 본다. 어머니가 오랜 세월을 어떻게 그 의자에 앉아 자식을 키우고 한 많은 세상을 살아냈는지를 떠올리며 마흔 한 살의 사내는 한 없이 작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