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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을 읽고
1. 황당한 상상
얼마 전 이라는 책을 읽었다. 세계4대 문명의 발상지이면서도 우리에게 가장 덜 알려진 수메르의 문명이라는 것은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언어, 문자, 바퀴, 술, 천문학, 건축, 수학 등이 모두 수메르에서 발명된 것들이라 하니 더욱 그러하였다. 이렇게 뛰어난 문명을 획기적으로 이룩한 이들의 정체는 무엇인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사실 이보다 앞서 인류의 탄생 과정에서 기나긴 과정의 진화를 겪다가 직립 보행을 하게 되고 이토록 놀라운 문명을 이룩할 수준이 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역으로 거슬러 올라 그 ‘힘’을 찾는 과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글의 저자 ‘사친’은 아주 황당한 주장을 펼친다. 수메르에서 발견된 점토판을 근거로, 인간을 창조하고 최초에 지구에 문명을 건설한 것은 우주인. 수메르 인들의 글 속에 ‘네필름’이라고 기록된 존재들이란 것이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믿기 어려운 이야기 일 수도 있지만 이 글속에서 사친은 굉장히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시켜 나간다. 그의 이론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의 문학적 상상력에 푹 빠져 버리게 하는 책이었다. 우리에게 그리스 로마의 신화 같기만 하던 이야기를 사실로 밝혀 주게 된 것도 ‘오딧세이’에 미친 어느 부자가 그 책을 사실로 믿고 무모한 발굴 작업을 시작한 결과였다는 점에서 나 역시 문학적 상상력의 가능성을 믿는다.
이런 맥락으로 나는 에 대하여 황당한 상상을 펼쳐볼까 한다. 운영과 김진사의 이야기를 전하는 유영이 꿈이 아니라 정말 그들의 혼백을 만났다거나, 그토록 대범한 사랑을 펼친 이들이 그 시대 사람이 아니라는 식의 주장은 아니다. 다만, 이라는 비극적인 애정 소설을 쓴 이유를 생각해 보고 그 작가에 대해서 상상해 보려 한다.
2. 운영전의 숨은 저자 찾기
현대 소설을 읽다보면 소설 속 주인공이나 혹은 인물이 작가와 많이 닮았다는 점을 느낀다. 여행을 좋아한다는 윤대녕 씨의 인물이 여행을 떠나 자아를 찾아 가는 이야기나, 전졍린 씨의 소설 속 여자들이 평범한 주부의 삶에 머무르지 못하는 것이나, 박완서 씨의 소설에 그녀의 가족사가 드러나는 것이 그러하다. 즉, 문학이란 일종의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라고 외치는 대나무 밭일 수 있다. 작가가 경험한 일이나 생각들을 가슴 속에 품어두지 못하고 시원하게 풀어내는 마당. 그렇다면 고전 소설이라고 다를까?
고전 소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적층 문학’이라고 해서 다수의 작가가 존재하는 작품들을 보고 민중의 삶이 묻어있다고 서슴없이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 작가가 누구이든 간에 작품 안에는 작가의 생각이 들어간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점인 것이다.
그럼 이 점을 감안하고 의 작가가 누구일지 생각해 보자. 먼저 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누구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할 것 같다. 은 궁녀인 운영과 궁외 야인인 김진사가 조선의 봉건적 사회제의 모순된 현실을 뛰어넘어 인간 본능의 자유로운 표출을 모색하여 에로스를 추구하다가 결국 한계에 부딪혀 자실한 내용을 담은 일종의 비극소설 박태상, 「운영전에 나타난 사랑과 죽음의 의미, 『조선조애정소설연구』,태학사, 1996, 353면
이다. 또한 은 고전소설 연구 초창기부터 적지 않은 주목을 받아 왔고, 그 과정에서 운영과 김진사의 애정에 담긴 비극성과 그것의 사회적 의미 정출현, 「운영전의 중층적 애정 갈등과 그 비극적 성격」,『고전문학과 여성주의적 시각, 소명출판, 2003, 118면
가 인정되어 왔다. 즉, 궁녀의 사랑이야기이다.
궁녀의 사랑이야기를 누가 썼을까? 남자자 썼을까? 여자가 썼을까? 을 남자가 썼다고 해도 가능하나 임을 그리워하는 섬세한 마음들을 다룬 표현과 감각적인 시어들을 상당 품고 있는 이 소설을 여자가 썼다고 해도 무리가 없지 않을까? 특히 그 내용으로 작가를 추정하고자 한다면 의 작가는 여자 중에서도 궁녀가 될 수도 있겠다. 이 소설에는 궁녀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를 나타내는 부분들이 상당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궁녀들의 삶에 공감하기 위해서 일반적인 궁녀들의 삶을 알아보도록 하자.
3. 궁녀들의 삶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