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비평 레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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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부석사》 비평
감정의 틈 사이로.
신경숙,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지인의 짧은 메모 속에서였다. 마치 하나의 고유명사인 냥 쓰인 그녀의 이름 석자를, 나는 얼마 후 정식으로 조우한다. 그녀의 글은 몽글몽글 풀어 낸 순두부와 같이 보드랍고 따뜻해서 나는 그만, 글 읽기를 멈추었다. 나에게는 김영하와 같이 스스럼없는 글이 좀더 잘 맞았으므로. 나는 그녀의 글 보다는 위악 떠는 글을, ‘그녀’들의 글 보다는 감정선이 좀 더 단조로운 ‘그’들의 글을 즐겨 읽곤 했다.
세 번째로 만난 것은 바로 얼마 전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따뜻하고 진지했으며, 있는 대로 좀이 쑤실 만큼 여전히 심심했다. 동시에 내가 간과해왔던 한 가지를 깨달았다. 그것은- 그녀의 잔잔한 열정이었다. 책 표면을 길게 덧대어 보면 잔뜩 푸르름이 묻어날 것만 같은 슬픔과 조용히 몰아치는 격정이 담긴 글이었다. 글은 진부하고 진부한 진부함, 그 틈 사이로 나를 찔러 오기 시작했다. 내가 느꼈던 불편한 따뜻함 속에서 그녀가 말하는 작은 일상은 그렇게 나를 공격하고 있었다. 어느새 나는 책과 삶의 교차점에 서서, 그녀 편이 되기도 그의 편이 되기도 하였다. 감정의 사치를 누린 P에 그녀가 모멸감을 느낄 때, 박PD와 K에 그가 배신감을 느낄 때, 나는 마구 따져 묻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살았다고 죽었다고도 할 수 없는 심리상태로 견뎌온 그녀의 시간들을 공감하며, ‘콜 니드라이’ 위로 깔리는 그의 우울함에 젖어들며.
책장 틈
‘너는 사랑이 레퍼토리니?’ 하고 K에 쏘아붙이고 싶던 것을 참느라 고역이었던 나는, 마지막 장에서 조금의 구원을 얻는다. 종소리가 눈발 속의 골짜기를 거쳐 그들을 에워싸는 순간, 이 순간만은 반복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던 그에게. 그것은, 집에 가자- 외치는 자신을 꿈꾸곤 하던 그가 그녀와 옛집에 가 볼 생각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로부터 그녀가 P에게 그가 K와 박PD에게 받은 상처를 보듬어 갈, 앞으로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른들은 이렇게나 치열할까, 외로울까. 이런 생각을 하면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나이 먹는 게 지겹다고 말했던 때가 있다. - 이 때마다 어머니는 ‘양로원가서 그 말해라, 뺨 맞는다.’ 고 충고하는 걸 잊지 않으셨다. - 물론 지금도 변하지 않는 생각이지만, 이런 책을 볼 때, 또는 영화를 볼 때 나는 위안을 얻는 것 같다. 신경숙은 시간의 경과와 그것으로 무뎌지는, 둥글어지는 감정을 보여 줌으로써 제3자인 나에게도 통로를 열어주었다. 관계란 조물주가 우리에게 던져 준 가장 어려운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이것은 가난하고 풍족하고를 떠난 소주만큼이나 공평한 문제이다. 물론 파스칼이나 소크라테스가 와도 풀지 못할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없다. 신경숙 소설 안에서는 기존의 관계가 무뎌지지는 않지만 관계 안에서의 감정이, 치유되는 과정을 언뜻 띄고 있다. 극복이라기엔 한없이 부족하나, 미성숙한 서로가 나누는 위안이 얼마나 따스한지는 두 말할 나위 없다.
그와 그녀의 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