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아가미 레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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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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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아가미
예전에 한번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책을 읽었었는데 읽자마자 나를 글 속으로 빨아들이는 흡수력과 함께 큰 재미를 주었던 책이 있었다. 아가미가 위저드 베이커리의 저자가 쓴 신간이라길래 냉큼 구해서 읽었다. 생활고로 자신의 아이마저 제대로 길러내지 못해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남자. 아이와 함께 생을 마칠 생각이었지만 아이는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살아남았다기보다, 아이는 태생적으로 몸에 아가미를 가지고 태어나 아가미로 숨 쉴 수 있었기 때문에 살 수 있었다. 그런 곤이라는 아이를 이내촌에서 할아버지와 강하가 발견한다. 인간이지만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곤. 버려진 존재였다가 가까스로 새 삶을 살게되는 곤. 그리고 그런 그를 거둔 할아버지와 그의 손자 강하. 강하는 엄마에게 버림을 받아 성격이 모나고 뾰족하다. 곤을 자신의 집에 들여오는 것도 결사코 반대한 강하였지만 겉 모습은 몰라도 남들과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는 곤이 혹여 세상 밖에 나갔다가 무슨 일을 당하고 올까 걱정하는 속 깊은 인물이었다.
곤이라는 이름도 강하가 지어준 것이다. 겉으론 곤에게 고기새끼, 잘 불러줘야 금붕어였지만 그래도 곤을 자신의 동생같이 생각했다.
곤은 자신의 몸이 남들과 다른다는 걸 알고 스스로 조용한 삶을 택했다. 최대한 자신을 돌봐준 할아버지와 강하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으려고 얌전히 행동했다. 허나 갑작스런 강하의 엄마의 등장으로 그들은 더 이상 함께 하지 못하고 헤어졌다. 곤은 자신에게 있어서 가족이란 것은 그들 밖에 없었던 지라 자신이 떠돌아다닌 곳을 강하에게 잘 살아있음을 알려주려 자신이 있는 곳 근처 강을 찍어 가끔 그에게 보낸다. 그런 곤에게 찾아온 해류라는 여성. 그녀는 곤을 찾았다. 곤을 찾으러 수소문 끝에 강하와 할아버지를 만나는데 그 과정에서 홍수가 일어나 산사태로 강하와 할아버지가 죽었다. 그녀는 그런 그들의 마지막을 꼭 곤에게 전해주어야 한다는 사명감같은 것이 자신에게 있는거 같다며 결국 곤을 찾아와 그 소식을 전한다. 책의 마지막은 곤이 몰랐던 강하의 따뜻하고 깊은 속마음과 그동안 자신을 키워준 그들의 곤에 대한 마음을 해류라는 여성을 통해 듣게 되면서 홍수로 인해 떠밀려가 찾지 못한 그들의 시체를, 아가미를 가진 곤이 바다 속을 항시 헤엄쳐 다니며 끝을 맺는다.
사실 이 책은 환타지 요소가 가미된 소설이라 역시나 내가 줄거리를 나열할 것 같았는데 예상대로였다. 글재주가 없는 내 탓도 있지만 나는 꼭 이런 소설로 독서감상문을 쓸 때 어느정도의 줄거리를 써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이 책으로 쓰기가 약간은 꺼려졌다. 하지만 읽기도 나름 최근에 읽은 것이기도 하고 나에게 있어서 뭔가 신비롭고 몽환적으로 남는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이 책은 음악과 함께 카페에서 4시간 정도 정독해서 한번에 다 읽은 책이었다. 그 순간에 이 책이 지닌 곤의 신비로운 아가미부터 시작해서 여러 요소들이 내가 듣고 있는 음악들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그 책에 나오는 구구절절 문장 하나 하나가 마음 속 깊게 공감되었다. 이 저자의 문체 특징이 내가 경험한 어떠한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을 이 저자는 구체적으로 혹은 세부적으로 풀어써서 딱 맞아 떨어진다.
각설하고 곤과 강하. 그들은 어쩌면 이 세상에 제대로 존재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엄마에게 버림 받고 늘 할아버지 손에 길러지던 강하이기게 늘 불안정한 자신의 존재를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곤. 자신이 태생적으로 남들과 다른 신체적 형상 때문에 세상과 어울릴 수 없기에 그저 강물에 둥둥 떠다니며 세상에 속박되지 않은 채 살아갈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제대로 존재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그 둘이 만나 서로 겉으로 공감하며 서로의 상처를 쓰다 듬어 주진 못했어도 둘 만이 느낄 수 있는 진심을 통해 소통하는 그들을 보며 나도 많은걸 느꼈다. 모든 사람에게는 상처가 있다. 사람들은 그 상처를 드러내놓고 살지는 않는다. 그 상처가 짊어지고 안고 가야할 우리의 일부분일수도 있다.
상처를 짊어지고 가야하는 우리의 일부분이라는 말이 가슴이 아프지만 현실이라는 이 세상이 우리에게 그렇게 요구한다. 나는 약간 현실 도피적 경향이 있다. 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아 현실감이 없다. 그것도 내 나름의 상처를 자연스레 없어지게 냅두지 않고 딱지를 떼고 또 떼서 아예 자국으로 남게끔 함으로써 상처의 흔적을 남긴다. 이 책의 강하와 곤의 존재를 보며 이런 나의 모습이 책을 읽다 중간중간 떠올랐다. 어찌보면 나도 상처를 지니고 있는 내 모습과 그들의 모습이 공감이 돼서 이 책에 더 애착을 가지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빛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도 곤을 따라 덩달아 강물 위를 살랑살랑 헤엄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여유로운 아가미의 팔랑임을 보는 듯 했다. 책 자체가 어떤 무거운 주제나 심오한 것을 다루고 있지도 않고 문체에서나 분위기 자체에서 머금고 있는 따스한 햇살이 강물에 비치는 듯한 그런 아늑함을 느끼며 읽었다. 끝을 다다른 부분에서 곤의 아가미는 더이상 그가 가지고 있는 상처가 아니었다. 그가 가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의미 있는 빛 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나 또한 내가 짊어지고 가야할 상처, 혹은 그 흔적들을 더 이상 상처로만 남기게 하지 않을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더더욱 많은 상처들을 받겠지만 그 때마다 나 스스로가 그 상처를 자연스레 치유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가야 할 것이고 나는 꼭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