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겐지모노가타리 에 나타난 여성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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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는 11세기 초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라는 여성에 의해 창작된 장편소설로, 당시의 귀족사회를 배경으로 주인공인 히카루 겐지의 숙명적인 사랑과 연애, 상대 여성들의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세계문학사로 볼 때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매우 뛰어난 작품이라고 한다. 기적이라 표현될 만큼 현재까지 일본 여류문학의 최고봉으로 군림하고 있으며, 흔히들 ‘겐지 이전에 겐지 없고 겐지 후에도 겐지가 없다.’ 고 말할 정도로 일본최고의 고전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고 한다.
이 수업을 듣기 전에도 겐지모노가타리에 대해 언뜻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때는 그냥 일본문학 중 하나겠지. 하면서 귀담아듣지 않고, 흘려보냈었는데, 이 작품이 이렇게까지 일본 고전문학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니, 놀라웠다. 이번 수업을 통해 겐지모노가타리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점점 어떤 작품인지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기회에 겐지모노가타리에 대해서 읽어보기로 했다.
겐지모노가타리의 권수는 총 54권이다. 장편이기 때문에 모두 읽어 보진 못했고, 보통 이 작품을 1부, 2부, 3부로 나눴을 때 1부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읽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감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히카루 겐지’ 라는 남성이다. 그러나 내가 여성이어서 그런지 주인공보다는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에게 감정이입이 되었고, 여성들의 입장에서 사건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이 때문에 작품 내의 여성들의 성격이나 모습에 집중하게 되었다. 따라서 감상 역시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작품 안에서 어떠한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비춰지는 지, 즉 작품에서 나타나는 여성상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두어 생각해보았다.
먼저 가장 신선한 점은 작가가 여성이라는 점이었다.
흔히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사회의 어떤 분야에서든지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항상 남성이었고, 사회적으로도 남성이 아닌 여성이 어떤 명성을 지닌다든지 하는 일은 쉽게 허용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시대가 오래될수록 더욱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봐도 이러한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같은 사상의 영향을 받은 일본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성이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활동을 하고, 나아가 여성의 문학작품이 고전문학의 하나의 획을 그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고 생각한다. 이름만 보고 남자일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더욱 더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뭔가 배움과 표현에 있어서 적극적인 여성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면 작품 안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어떨까?
작품 안에서의 여성들은 대부분은 우아하며, 아름다운 용모와 자세를 갖추고 있고, 또 이러한 모습을 가지기 위해서 노력한다.
‘묘한 음색, 은은한 말투, 나긋나긋한 자태, 우아한 용모 등이......지금은 장님처럼 어둠 속에서 손으로 더듬어 만지려 해도 미치지 못할 부질없는 환상이 되었다.’ 라는 천황이 죽은 고이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1권 ‘기리쓰보’의 내용과 ‘노키바노오기는 흰 얼굴에 말수가 적고 풍만한 몸집을 가진 매우 화려한 여자였다. 그러나 우쓰세미가 용모가 떨어진다 할지라도 차분한 태도와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냈기 때문에, 겐지는 우쓰세미에게 더욱 끌렸다.’ 라는 3권 ‘우쓰세미’ 의 내용, ‘유가오 집 여인의 상냥하고 요염한 자태에서 일찍이 다른 여성들에게는 느낄 수 없었던 마음의 평온함을 느낀 겐지는’ 의 4권 ‘유가오’, 미야스도코로의 모습을 ‘밝고 환한 저녁 달빛에 비치는 모습이 비교할 것 없을 정도로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라고 묘사한 10권 ‘사가키’ 부분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작품 내의 여성은 여성다운 면인 얌전하고 상냥하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이러한 모습을 가진 여성이 겐지에게 호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러한 모습들이 여성에게 요구되는 여성상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또한, 지위가 높은 남성과의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을 꾀하거나, 천황의 사랑을 얻기 위해 서로 질투하고 시기하는 모습, 미야스도코로와 아오이노우에의 다툼’ 과 같이 겐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다투는 모습 등을 통해서 여성들의 남성 의존적인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겐지모노가타리를 읽으면서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은 바로 히카루겐지의 여성편력이었다. 자신의 이상형인 후지쓰보를 마음속에 품고 있으면서 어떻게 그 많은 여성들과 관계를 가지고 교제를 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고, 등장하는 여성들을 볼 때마다 쉽게 사랑에 빠지고 심지어는 아무 감정 없이도 여성들과 관계를 가지는 내용을 읽을 때면 화가 나기도 하면서, 여성을 성적인 도구로 여기고 있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죄악이라고 할 만큼의 후지쓰보와 사랑을 나누는 내용 역시 마찬가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