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영화에는 소녀와 악마가 없다 - 엑소시스트의 사례로 본 한국 공포장르의 문제점
분야
hwp-장르비평-
한국 공포영화에는 소녀와 악마가 없다.
-엑소시스트의 사례로 본 한국 공포장르의 문제점
결핍은 악마를 부른다.
엑소시스트에서 리건은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유명 영화배우인 아버지는 언제나 멀리 떨어져 있어서 전화 통화만 할 수 있고 곁에 있는 어머니에게 조차 전적인 사랑을 받지 못한다.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가는 리건에게는 이런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의 부재가 ‘결핍’으로 작용한다. 또한 영화 속에서 카라스는 이런 리건과는 정반대로 가진 것 없는 신부이다. 물론 신부라는 특성상 큰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직업은 아니지만 카라스에게도 또 다른 ‘결핍’이 존재한다. 바로 신부에게 가장 중요한 ‘믿음’의 결핍이다. 그는 아픈 노모를 돌보지 않고 병원에 위탁하게 되고 노모는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즉 그는 믿음, 성스러움과 거리가 먼 인물이다.
각자의 결핍을 가지고 살아가는 리건과 카라스는 운명처럼 만나게 된다. 리건의 몸에 악마가 깃들게 되면서 모든 현대의학을 통해서도 리건의 증상이 증명되지 않자 그녀의 어머니가 악마퇴치를 교단에 부탁하게 되고 카라스가 파견되게 된 것이다. 리건은 부모의 사랑에 대한 결핍을 느껴 마음에 공허함이 생겼고 그 자리에 악마가 들어왔다. 또한 악마가 깃든 리건을 마주하는 카라스 신부도 믿음의 결핍 때문에 악마를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다. 그 또한 믿음의 결핍으로 인해 공허한 마음이 악마라는 존재에 대해 절대적인 공포를 느꼈기 때문이다.
리건에게 깃든 악마는 마치 리건의 결핍을 반영하듯이 신부(father)와 어머니(mother)를 욕보인다. 아버지의 대체물로써 자신을 퇴마하러온 신부와 그동안 결핍을 느끼게 한 어머니를 시종일관 추잡한 말과 행동으로 욕보이면서 자신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리건은 악마 때문에 자신을 통제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러한 통제 불능 상태를 빌어 진정한 마음이 표출 했다고 볼 수 있다.
카라스 신부 또한 악마를 상대하면서 자신의 결핍을 충족하려 한다. 물론 충족 한다기 보다 자신의 공허함에 악마가 파고들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신에 대한 믿음을 과시하는 것이다. 이런 거짓 믿음에 대한 대가로 그는 악마와 함께 죽게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죽음을 통한 단죄를 받게 되면서 동시에 그는 신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고 구원받게 된다.
위와 같은 결핍-충족-해소의 단계를 통해 두 인물은 시련을 통해 구원 받게 된다. 리건은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결핍을 신부와 어머니를 통해 충족하고 신부(아버지)가 리건 대신 희생하면서 갈등이 해소 된다. 카라스 신부는 믿음의 결핍을 악마를 받아들이며 충족하게 되고 죽음(희생에 의한 면죄)으로 인해 해소하게 된다.
이처럼 엑소시스트는 인간 내면의 결핍과 결핍으로 인한 마음의 공허함을 ‘악마’라는 존재로 도상화 했다. 악마라는 존재는 일반적인 악마의 의미라기보다 그들의 결핍을 형상화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엑소시스트를 보고 공포를 느끼는 이유도 우리 내면에 깊이 숨겨져 있는 결핍과 그 결핍이 불러오는 마음의 공허함을 무의식중에 느끼기 때문이다. 엑소시스트는 단순히 오컬트적인 소재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영화가 아닌 인간 내면에 잠재된 공포를 이끌어 내는 영화인 것이다.
오컬트호러에서 ‘소녀’라는 도상의 의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