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docx법과 종교라는 큰 주제 안에서 이슬람을 택한 이유는 현대 문명이 발달한 지금까지도 종교와 정치, 법, 사회, 문화 등이 합치된 가장 큰 집단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 이슬람이지만 중동의 많은 나라들은 이슬람의 영향 아래에 있다. 이 나라들은 아직도 종교분쟁으로 전쟁이 일어나고 종교에 대한 배신행위를 철저히 처벌하는 등의 일들이 발생하는 곳이다. 정교일치 사회가 아닌 우리들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이런 종교의 영향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과거에는 정교일치인 나라가 많이 있었고 역사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당연한 과정의 하나였지만 현재 정교일치체계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현재 국가 정세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체제라고도 볼 수 있을 만큼 구시대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구시대적 체제라는 편견보다는 종교의 영향 하에서 (비록 분쟁은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당당하게 자존심의 문명이라고도 불리는 강력한 국가 체계를 만든 이슬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따라서 종교법이 곧 나라의 실정법이기도 한 이슬람법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본문》
Ⅰ. 이슬람은 어떤 종교인가
이슬람교는 불교, 기독교와 더불어 세계 3대 종교이며 하나님을 믿는 종교이다. 유태교가 모세의 오경을 토대로 했고, 기독교가 예수의 복음서를 중심으로 교회를 세웠듯이 이슬람은 무함마드의 꾸란을 통하여 알라(Allah)께 귀의하는 종교이다. 이 세 종교는 같은 하나님을 믿는 일신교이다. 야훼(여호화)는 헤브라이어이고 알라는 아랍어이며 하나님은 우리말이다.
이슬람이란 아랍어는 순종과 평화라는 의미를 갖는다. 세상 만물의 창조주이신 유일신, ‘알라’께 절대 순종함으로써 육체와 정신의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종교적 함의를 담고 있다. 이슬람교도들은 이같이 알라의 뜻, 알라의 의지에 절대 복종하는 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무슬림(muslim: 복종하는 자)이라 부른다.
이슬람은 인간이 신의 뜻대로 현세를 완벽하게 살고 동시에 내세를 준비하게 하는 신의 가르침으로 인간 존재의 모든 분야가 합일된 생활양식이다. 그러니까 이슬람은 단순한 신앙체계만이 아니다. 종교 뿐 아니라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인간생활 전반을 포함하는 조화로운 전체이다. 따라서 ‘이슬람은 종교와 세속 쌍방을 모두 포함하는 실천의 체계’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이슬람교’ 보다는 ‘이슬람’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불교나 기독교 같은 대다수 종교들이 세속의 삶보다 내세를 더 강조하고 인간생활의 육체적인 면보다 정신적인 면을 중시하고 있는 데 비해, 이슬람은 내세와 똑같이 현세의 삶을 중요시하고 어떻게 해야 올바르게 사느냐? 하는 구체적인 삶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같이 이슬람이 종교와 세속을 포괄하는 것이라는 개념은 중동인의 역사와 생활, 의식구조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이다. 통상 그것은 ‘이슬람은 정교일치체계’라는 말로 대변되고 있는데 종교와 정치를 합일체계로 보는 것은 정교분리사회에서 살아온 우리에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날 지구상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국가 구성법에서 종교를 배제시키고 있다. 교화와 국가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것은 아마도 기독교 전통에서 비롯된 서구 정치사상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처음부터 세속의 것과 내세의 것을 갈라놓는 예수의 가르침을 신봉해 왔다.
그렇지만 중동 무슬림의 경우는 달랐다. 종교를 바탕으로 하여 그들의 첫 공동체를 세웠고, 그 공동체는 처음부터 교회이자 국가인 개념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니까 그들에게는 정교일치가 당연한 것이었다. 오늘날에도 중동 무슬림들은 이슬람에 정치ㆍ경제ㆍ사회ㆍ 종교ㆍ군사 등 제반 영역에 대한 고유한 사상과 이념ㆍ원리ㆍ제도가 다 들어 있다고 믿고 있다. 이 점이 다른 종교인들에 비해 무슬림들이 갖고 있는 가장 독특하고 큰 특징일 것이다.
무슬림은 신의 말씀이 한 인간을 통해 전달되었다고 믿는다. 그가 무함마드 (Muhammad) 이다. 신의 예언자로 그는 선택 받았다. 분명히 그는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그렇지만 무슬림 중 어느 누구도 그가 인간 이상의 존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는 단지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 계시되는 신의 말씀을 인류에게 전해준 메신저였을 뿐이다. 그들이 믿는 대상은 오직 하나님, 알라뿐이다. 무슬림은 하나님의 의지에 자신을 신탁한 사람이고, 신의 말씀을 진리로 받아들인 사람이다. 다시 말해 이슬람은 아랍어 동사 아슬라마(aslama: 순종ㆍ복종하다, 몸을 맡기다)를 어근으로 하며, 그것은 신의 뜻에 복종하는 것을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