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유충렬 전감 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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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유충렬전은 조선 후기에 써진 것으로 추정되는 한글 소설이다. 대부분의 고전 소설이 그렇듯 이 소설의 주인공에게도 기이한 출생의 내력과 비범한 능력, 속세를 등지고 숨어 지내는 스승 등 그야말로 영웅의 이력서에 적힐만한 요소들이 따라붙는다. 영웅 유충렬이 어떤 고통도 겪지 않고 행운만으로 모든 것을 이뤄낸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의 배경에서 엿보이는 정쟁이나 전쟁의 참상 혹은 현실과 비교해보면 유충렬은 그야말로 ‘난 사람’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어째서 ‘고전’ 으로 남은 것일까? 고전의 의미가 10대에 걸쳐 입으로 구전해줄만한 가치가 있는 무언가라면, 이 소설에서 우리가 찾아볼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나는 이 소설이 한글로 쓰여진 당대의 민중들에게 인기 있는 소설이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소설을 읽었던 당대의 민중들이 현실의 불합리함을 자각하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소설을 읽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다른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에 있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자신이 하늘로부터 내려온 비범한 영웅이 되어 거칠고 불합리한 현실을 자신의 손으로 헤쳐 나가는 영웅이 되는 것이다. 즉, 소설이 아닌 현실 속에서 민중들이 맞닥뜨리는 상황은 무력한 자신으로서는 어찌 할 방도가 없는 가시밭길이었으리라는 점은 그리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는 굳이 옛날이 아니라 현대에 들어선 지금에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돈이 많거나, 권력을 누리는 집안의 자손이 아닌 바에야 대부분의 소시민들도 자신의 욕망을 억누른 채 사회로부터 소외받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길을 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 찾을 수 있는 의미는 옛날에도 현대에도 똑같았던 불평등한 현실, 역사의 흐름 앞에 무력한 민중의 면모밖에 없는 것일까? 현실은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여러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실을 거시적 관점에서만 파악하려 하는 것은 자칫 개인을 무가치한 존재로 폄하하는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 현실과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개인은 휩쓸리기 쉽고 나약한 존재가 되기 쉬운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사람 한 명 한 명이 갖는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폄하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소설의 초점은 주인공인 유충렬에게 맞춰져있다. 그런데 유충렬의 행적을 보면 유충렬 본인의 비범한 혈통으로 인한 뛰어난 능력으로 성취한 것도 있지만, 유충렬의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컸다는 점 또한 볼 수 있다. 유충렬을 낳아준 부모, 유충렬을 사위로 맞았던 강희주, 유충렬에게 가르침을 준 백용사의 노승, 그리고 유충렬을 도와 나라의 혼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줬던 군사들, 이 모든 사람들이 유충렬의 영웅적 일대기를 같이 만들어나간 공신이라 볼 수 있다.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유충렬 본인의 영웅적 일대기 뿐 아니라 그 일대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배경 또한 해당할 것이다.
사람이 사람 위에 서거나 역사의 흐름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유충렬이 아무리 비범한 능력을 지녔다 한들 군사들이 그의 지휘와 뜻에 따르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유충렬이 노승을 만나지 못했다면? 강희주를 만나지 못했다면? 유충렬을 낳았던 부모가 유심과 그의 부인이 아니라 인륜을 져버린 악독한 부모였다면?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개인의 영웅성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모여서 만드는 것 또한 역사라는 균형잡힌 시각을 갖추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