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 감상문 레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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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나는 한국인이 분명하다. 아무리 요즘 세상이 서구 문명으로 물 들렸다고 해도, 내 속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나는 그들의 요동치며 떨리는 고막에서 토해져 나오는 청명하고, 경쾌한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나는 소름에 절여져서, 그 울림에 질식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 쓰는 이유는 나도 놀랐기 때문이다. 몇 주나 전, 단 3시간가량의 공연이었지만 아직도 막 본 것처럼 생생하다. 여린 동호와 송화가 사이좋게 창 연습하는 모습. 유봉이 춤추는 학 사이에서 죽은 아내와 울부짖는 모습. 나이 든 송화가 유봉의 무덤에서 자신의 한을 뿜는 모습. 끝으로 늙은 동호와 송화가 오랜만에 만나 목소리를 맞추는 부분이 아직도 눈과 귓가에 맴돌고 있다. 과연 인간이 이토록 아름다운 울림을 낼 수 있다는 건가에 놀라고, 그 울림이 우리나라의 ‘것’이라는 것에 두 번 놀랐다.
처음부터 나는 ‘서편제’가 무슨 내용이라는 건 대강 알고 있었다. 그저 관련된 서적이 지역마다 달라 찾기 어렵고, 영화 또한 오래된 것 밖에 없어 구하기가 힘들기에 여러 가지로 걸려 년마다 잊혀갔었던 것뿐이었다. 그러던 중 이번에 창극으로 한 서편제를 알게 됐고, 흔쾌히 보게 되었다. ‘창’ 또한 관심은 있었지만 어렸을 적 민속촌에서 본 것이 다이고, 위와 같은 이유로 잊힌 것이다. 그만큼 내가 이 경험을 기뻐 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3시간’이라는 시간이 다 봤을 때는 아쉬움으로 극도로 짧게 느끼지만, 보기 전에는 고민 좀 했다. 그런데 왜 3시간이겠는가? 3시간이면 관객도 소리꾼들도 고수들도 힘들어 할 시간인데……. 라고 생각해보니 그 만큼 ‘서편제’는 우리에게 보여 줄 것이 많은 거구나 라는 답을 얻었다. 그리고 정말 흔쾌히 갔다. 정말 기대했고, 즐겼고, 느꼈다.
뜨거운 일요일의 낮이었다. 며칠부터 기대한 일이고, 원래 혼자 갔다가 오려고 했지만-오고 가고 같이 애기할 친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전날 밤에 약속도 만든, 진짜 모든 일이 잘 된 날이었다. 남산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웅장한 해오름 극장에 걸려있는 서편제 포스터가 마치 내가 이 창에 푹 빠지게 될 것이라고 벌서부터 암시해 주는 것 같았다. ------- 막은 내려갔고, 소름은 아직도 올랐다.
그렇게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던 순간이 있었는가. 나에겐 2002한일 월드컵에서의 4강 진출한 기쁨이 이 창을 알게 된 기쁨과 같다고 말할 수 있다.
이토록 대단한 ‘소리’지만 점점 우리들 사이까지 잊혀가고, 사라져간다는 점에서 “이 ‘기쁨’을 나만 알고 있는 건가?” 하고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알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이미 그들의 선배이고, “우리가 우리나라의 ‘것’을 자랑스러워 할 필요가 있다”를 알려할 사명감을 부여받았다는 것도 새롭게 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