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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 은 시화를 모은 책이다. 시를 짓는데 따르는 일화에다 시평을 곁들이고, 이따금 작가론이나 문학 일반론을 보태어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업적을 이루었다. 적지 않은 잡록이 들어있지만 그 이유가 시화의 의의를 감소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정한 체계를 갖추지 않고서 생각나는 대로 모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문학관을 나타내는 데 유리할 수도 있다. 산만한 것 같은 내용도 정리하고 음미하면 일관된 주장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서문이 없고 정여령이라는 사람이 자기 고향의 경치를 그린 그림을 보고 즉석에서 아주 짜임새 있는 시를 지어서 당대 명사들이 탄복을 하게 했다는 일화가 서두에 실려 있다. 아마도 문학적 재능이란 겉보기로 평가할 수 없다는 의도가 아닐까한다. 다음에는 명성 높은 송나라 승려 혜홍의 작품에 기대를 걸었다가 실망을 하고서, 그 사연을 다른 누가 지었던 시에 빗대서 나타내고 자기가 시를 지은 사연을 늘어놓는다. 이런 방식으로 시에 관한 일화를 들고, 작품을 소개하고, 평을 하는 것으로 내용을 삼는다.
이인로는 오세재, 임춘의 무리와 함께 죽림고회를 열 때 술에 취해 서로 이르기를,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신선의 고장이므로 영이로운 것을 모으고, 빼어난 것을 길러온 지 오래 되었다 하고서, 중국에까지 재주를 자랑한 문인들이 대대로 이어오니, 남긴 작품을 모아 후세에 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다. 뛰어난 작품을 남긴 문인들이 그만큼 자랑스럽다고 한 것은 자기들의 처지를 두고 한 말이다. 영달해서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자기들이야말로 나라의 정기를 온통 나타낸다고 자부했기에 같은 책을 지어야 한다고 했던 것이다.
중국에까지 재주를 자랑한 문인의 예로는 최치원, 박인량을 들었고, 이자현, 정지상, 오세재, 임춘, 자신 등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결론을 삼았다.
책 이름을 이라고 붙인 의도는 이세황의 발문에 나와 있는데 벼슬을 한 적이 있거나 산림에서 자취를 감추었거나 마음이 바깥의 일을 사모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러야 비로소 한가하다고 할 수 있으며, 한가함을 온전하게 해야 그것을 깨뜨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런 사람만이 한가함을 깨뜨리고 진출할 만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근거에 두고 오세재, 임춘, 자신이 문학의 대단한 경지에 이르었다고 자부하면서도 인정을 받아 크게 진출하지 못한 것을 한탄했다.
좀 더 깊이 생각할 때 이인로가 을 쓴 근본적인 이유는 문학이 위기에 몰렸던 데 있다. 이인로는 무신란 이후 나라에서 잘 쓰이지 않는 문학이 무슨 의의가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문학은 그 자체로서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결론을 내리게 된다. 특히 그가 절대적인 가치가 창작을 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간직되는 신념이라고 하지 않고 누구나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인 실체라고 한 점은 주목할 만 하다.
그는 원칙적 논의만이 아닌 시작법을 일러주는 소임까지 맡아 나서는데, 이인로가 하고자하는 충고는 생각이 떠오른다고 함부로 시를 써내는 것이 옳지 않고, 오랫동안 수련을 쌓으며 애써서 갈고 닦아야 한다면서 밤낮 글자 한 자 한 자를 안배하기에 힘을 다한 사람, 한 해 동안 시 세 편만을 써서 줄곧 고치기만 한 사람을 예로 들었다.
나아가 객관적 세계와의 관련에서 얻는 경험의 의의를 부정하지 않고, 말로 나타내고 시로 구현하는 표현이야말로 아득하기만 한 것을 분명하게 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는 논리를 세웠다.
6.2.2. 이규보의 문학론
홍만종이 편찬한 에 수록되어 있는 시화집 은 이규보가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홍만종이 을 편찬하면서 다른 책의 경우에도 시화만을 뽑았으니 이 순수한 시화집이었는가라고 의심할 수 있고, 이규보가 을 지었는지도 확실치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