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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 이 책에는 서문이 없다. 본문 앞머리에 일화 하나를 들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정여령이라는 사람이 자기 고향의 경치를 그린 그림을 보고 즉석에서 시를 지어 당대 명사들이 탄복을 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명성 높은 송나라 승려 혜홍의 작품에 기대를 걸었다가 실망했다는 이야기 그러고서는 자기가 시를 지은 사연을 늘어놓게 되었다. 시에 관한 일화를 듣고 작품을 소개하고 평을 하는 것으로 내용을 삼았다.
이인로, 오세재, 임춘의 무리들과 함께 영달해서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자기들이야말로 나라의 정기를 온통 나타낸다고 자부했기에 같은 책을 지어야만 했다고 했었다.
책이름을 이라고 붙인 의도는 이세황의 발문에 나타나 있다. 한가로움을 깨뜨린다고 하는 정도의 단순한 뜻은 아니다. 벼슬을 한 적이 있거나 산림에서 자취를 감추었거나 마음이 바깥의 일을 사모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러야 비로소 한가하다고 할 수 있으며 한가함을 온전하게 해야 그것을 깨뜨릴 수도 있다고 했다.
이인로가 을 쓴 근본적인 이유는 문학의 위기에 몰렸던 데에 있다. 무신란이 일어나기 전에는 문학이 과거를 거쳐 영달을 하는데 필요한 것이고 나라의 일을 맡아 능력을 발휘하고 밖으로 외교를 하는데 더없이 소중한 것이었다. 무신란 때문에 그동안 조화가 파괴되어 문학이 무슨 의의를 가지는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학이 그 자체로서 절대적인 가치를 가진 예술지상주의에 가깝다고 주장하였다. 절대적인 가치가 누구나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인 실체라고 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문학의 가치는 사회적 처지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그런 것을 넘어선다고 하고자 했다. 그러면서 옛사람을 본받아야 한다는 방향으로 문학론이 기울지게 되었다. 극단적인 형식주의를 택해 고려 전기 귀족문학이 못 다 이룰 수밖에 없었던 바를 실현하고자 하였다. 를 보면 에서 문학의 본질에 관한 생각을 더욱 진척시켰다. 말로 나타내고 시로 구현하는 표현이야말로 아득하기만 한 것을 분명하게 하는데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는 논리를 마련했다.
이규보의 비평
이규보는 시화집인 을 지었는데 잡록에 해당하는 것은 없고 모두 시화로만 이루어져 있다. 이규보는 문학이 무엇이며 어떤 구실을 해야 하는가를 두고 스스로 고민하고 깨달은 바를 설득력 있게 풀어 밝히고 극복해야 할 장애라고 생각되는 것은 서슴지 않고 비판을 하였다. 비평은 대부분 논설로 내놓아 필요한 논리를 갖추면서 원론적인 문제에 깊숙히 들어갔으며 때로는 시로 시론을 전개해서 설득력을 갖고자 했고 풍자문을 쓰기도 하였다. 시화의 범위를 넘어선 비평의 다양한 방식을 개척을 했다.
에서 말을 다듬어 아름다운 표현을 하는데 치중해서는 볼 만한 작품을 내놓을 수가 없으니 그러기에 앞서서 뜻을 설정해야 한다면서 뜻은 기를 으뜸으로 삼고 기는 하늘에 근본을 둔다고 했다. 하늘은 객관적인 총체이고 기는 객관적인 것을 사람이 나누어진 양상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규범이 되는 명문을 본떠서 자기 것으로 삼으려고 하는 태도가 부당함을 다른 글에서 거듭 밝히고 문학 창작이란 자기대로의 삶의 결단을 나타내는 독창적인 작업이어야 한다고 했다.
